모든 왕조의 시작이 그렇듯이 태조 이성계도 많은 살육을 저지르고 등극하였다. 밤마다 무고하게 죽어간 원혼들에 시달리던 태조는 마침내 수륙재를 지낼 영지를 찾으라고 명한다. 삼각산 진관사는 수륙고혼을 달래어 자신의 죄업을 갈무리하고자 하는 이태조의 바람으로 중수되어, 수륙재 제일 영지로 오늘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유난히도 어지러웠던 지난해, 폭염처럼 짜증스런 기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가령 무법천지의 한 켠에서나 있음 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패륜과, 부도덕의 극단이 우리의 울타리 안에서 횡행하고 있다. 줄곧 물신주의로만 치닫던 우리의 본모습이 밖으로 나타난 결과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이러한 현상이 오늘의 우리 시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득한 과거부터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은 골고루 사회와 공존하면서 생성되어왔다. 혹은 부귀영화를 위해서, 혹은 사랑한다는 미명으로, 혹은 권력을 위해서.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권력에의 욕망 때문에 저질러졌던 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각기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인간의,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기에 의해서 비롯되었기에 참으로 두렵고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같이 문명화된 세상에서는 보다 넓고 깊은 악이 행해질 수 있는 권력에 의한 악보다는 개인적인 사념에 의해 행해지는 악이 성행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악의 근원은 개인적인 품성에 의해서 행해진다. 집단적인 범죄행위도 어느 한 사람의 무지에 의해서 그 싹이 트기 때문이다. 

 노 젓는 한 소리 푸른 물결 밖에
 산승에게 묻노니 그댄들 어이하리

 

 한 정권이 가면, 그다음 정권은 꼭 개혁을 들먹인다.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조금도 다름이 없다. 권력의 기반을 굳힐 재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조선초, 대대로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해온 왕 씨들이 그 대상이었다. 지난 정권하에 억눌리던 일부의 백성들과 신하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다.
 나라의 새로운 주인, 이성계의 신임을 사려는 개혁론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은 이미 이 씨들의 세상이었다. 각지에서 붙들린 고려왕조의 왕 씨들은 모두 무참하게 도륙 당했다.
 "나는 왕(王) 씨가 아니고 옥(玉) 씨입니다."
 "나도 왕 씨가 아니고 전(全) 씨입니다."
 "저 또한 왕 씨가 아니고 전(田) 씨 입니다."
 그저 왕 씨라는 한 가지 죄만으로 무자비하게 끌려온 왕 씨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와 같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성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판관들, 그들은 모두 새로 세운 나라 이 씨 조선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충신들이었다. 물론 모두 한 때는 고려왕조의 왕 씨들에게 충성을 다하던 사람들이었다.
 눈물로 목숨을 구걸하는 왕 씨들, 그들이 그렇게 해서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모두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역사에는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생생히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지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당시의 역사의 자료들은 승리자 이 씨들의 입장에서 재단된 것들이다. 그들에게 불리한 것이 기술되었을 리 없다. 그러한 정황을 추측해보면 아마도 거의 모든 왕 씨들이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이상으로 무참하게 척결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우선 성을 갈아서라도 살아남은 왕 씨들은 행운이었다. 웬만큼 정권 유지에 자신도 있었고, 또 많은 살육으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더 이상의 참살은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이성계 일파는 일단 남은 왕 씨들은 멀리 육지 밖으로 유배한다는 정책을 폈던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왕 씨들이 다투어서 강화도로 거제도로 가는 배를 타고 있었다. 왕 씨들이 살길은 한시바삐 이 살육의 현장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살려준다는 것은 말뿐, 이성계 일파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조용하게 왕 씨들을 제거하고 싶었다. 그래서 왕 씨들이 탄 배 밑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 씨들의 의도대로 강화도로 거제도로 떠난 배는 모두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옥의 한 장면이 재현되고 있었다. 아무도 그 배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므로 그런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올 리도 없었다. 그러나 앞서의 시는 배 밑이 뚫린 것을 알고 있는 어느 왕 씨가 자신을 전송 나온 스님에게 그 죽음의 배를 타면서 마지막 부른 노래다.

 

 

 서울의 삼각산 진관사는 이렇게 비참하게 생을 마친 왕 씨들과의 인연으로 태어난 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진관사가 그 살육의 현장이라는 말은 아니다. 서울 근교의 유서 깊은 사찰들이 항용 그렇듯이 진관사 또한 그런 역사의 오욕을 갈무리하던 역사의 뒤안길이다.

 

 

 

 이 씨 왕조를 연 역사의 주인공, 태조 이성계는 날마다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가 목을 날려버린 왕 씨들이 몇이고, 또 고기밥을 만든 사람들이 몇이던가? 그는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무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후 스스로 임금이 되었지만, 그도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다. 정권이 안정되자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악이 서서히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는 혁명 당시 척결한 최영, 정몽주 등의 여러 충신들과 왕 씨들을 위해 금자 《법화경》을 써서 그 명을 빌며 남해 우두산 견암사와 관음굴, 삼화사 등에서 수륙재를 베풀었으나 그래도 양심의 가책은 풀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한양 근처에 왕실 수륙사를 세우기로 결심하였다.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직후였다.
 "내가 국사를 창업한 것은 조종의 적선한 은덕을 힘입음이니 그 덕을 갚고저 함에 힘쓰지 않은 바가 없으며 또 생각건대 신민들이, 혹 왕을 위하여 죽으며, 혹 스스로 목숨을 끊어 후사가 없으므로 제사를 받들 데가 없어 캄캄한 저승에서 굶주리어 허덕이지만 구원하는 이 없으니 내가 매우 민망히 여기노라. 내가 고찰에 수륙도장을 세워서 춘추로 조종의 명복과 전왕조 국사에 운명한 이와 아울러 수륙공간의 무주고혼의 명복을 추도하고자 하니 그대들은 그 적당한 땅을 상보토록 하라!"
 내신 이득분과 사문 조선 등에게 태조는 이렇게 엄하게 명했다. 어명을 받은 그들은 서운관인 상달충, 지상 스님 등과 함께 삼각산, 도봉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복명하였다.
 "신등은 어명을 받잡고 삼각산, 도봉산 일대를 두루 돌며 도봉산 옛 절인 망원사, 천축사며, 삼각산 중흥사와 화계사며 태고암 부황사며 삼천사, 신혈사며 문수사, 향적사를 두루 살펴보았으나 주위 산세가 웅장하며 좌우 용호가 길게 외호하며 또한 수석이 청결하고 풍경이 명미한 곳으로서 고려 현종께서 재생의 은사이신 진관대사를 위하여 승지를 가리어 도량을 건설하였다 하옵는 삼각산 서쪽 구릉에 자리 잡은 진관사가 제일영지인가 아뢰옵니다."

 

 태조는 즉시로 진관사로 와서 옛 건물들을 철거하고 새로이 중수할 것을 다시 명했다. 진관사는 고려초에는 호국사찰로 이름이 높았지만 고려말에는 정세의 혼란으로 30칸이나 되는 건물이 퇴락되어 비바람을 가리지 못하고, 승려 수십 명이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이 절의 중수는 직접 내가 맡아하겠다."
 태조는 친히 수륙사 상중하의 삼단, 위치를 배정했다. 상단은 자신의 조상을 위한 단이고, 중단은 고려왕조의 순국자를 위한 단이요, 하단은 그 밖의 수륙고혼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태조가 이러한 불사를 결심했던 것은 자신의 조상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왕이라는 신분 때문이 제일 상단에 자신의 조상을 모셨지만 태조의 마음은 자신이 무참하게 죽였던 왕 씨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제1회의 수륙재 겸 낙성식을 베풀던 날, 그날은 조정의 문무백관은 물론 왕실의 왕족들을 모두 참석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권근에게 그 사실을 기록하게 하였다.
"근본은 같고 먼 조상을 추모하는 것은 왕정의 비롯이며 물건을 건지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은 불교의 중히 여기는 바이니 두 가지가 비록 다르나 인심의 발로이며 자비와 효성의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이다. 옛적에 성제명왕의 도는 조종을 존경하여 그 효도를 넓히고 널리 베풀어 무리를 건지어 그 인을 넓히나니 그 근본을 갚는 것이 가히 지극하고 군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넓도다. 불씨(佛氏)의 말에 사람이 죽으면 아주 없어지지 않고 그 지은 바 선악업에 따라서 윤회하여 생을 받는데 부처님이 능히 자비로써 괴로움에서 뽑아내어 즐거움을 주어 그 침몰을 건져주나니 산자가 만일 위하여 부처님을 섬기고 승을 공양하면 죽은 자의 영이 굶주린 자가 기갈을 면하고 괴로움에서 낙을 얻어 부처가 되는데 이르러 길이 윤회의 업보를 면하고 산 자도 또한 이익을 입는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효자와 자손이며 어리석은 사람까지도 바람에 쓸리듯이 불법에 귀의하여 온 세상이 물결치듯 이를 높이고 숭상하나니 수륙평등의 재가 더욱 그 법의 수승한 것이다. 태조 5년 을묘에 상이 내신 이득분과 사문 조선 등에게 명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나라를 둔 것은 조종 선영의 은덕을 힘입음이니 선덕의 힘을 아끼지 않으면 또 생각건대 신민들이 혹, 국가에 순직하거나 혹,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가 있으되 그를 제사 지낼 자가 없어 저 캄캄한 저승에서 굶주리어 허덕이되 건져줄 자가 없나니 내가 심히 민망히 여기어 고찰에 수륙도장을 건설하고자 하노라‥‥‥‥."
 이렇게 장황한 옛 사연을 엿보는 것은 오늘의 우리를 위해서다. 비록 과거이기는 하지만 같은 범죄꾼 이성계는 자신이 저질러놓은 엄청난 죄를 이런 식으로라도 억지갈음하려고 했다. 화려한 의복에 줄줄이 신하들과 식솔들을 데리고 의젓하게 수륙재를 지냈을 그 추한 몰골이, 어쩌면 자신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납치해 생명을 끊고 붙잡힌 범인들의 뻔뻔한 일성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형을 받게 되면 내 눈과 심장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증하고 싶어요."
 "우리는 개혁을 해야 합니다. 개혁만이 살길입니다. 그 모든 다른 것들은 나를 음해하는 자들의 음모입니다. 나는 정직합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이런 무뢰한 인간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현실이, 그 옛날의 기록을 새삼 들추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태조의 중수 이후, 갖은 척불 정책으로 모든 불사가 정지되었을 때도 진관사의 수륙재만은 끊이지 않았다. 물론 연산군 때만을 제외하고.

 

 

 그 우리나라 최고의 수륙도랑이 된 진관사를 찾아가는 늦가을의 오후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년에 없는 눈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농촌을 생각하면 여간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하필 마을버스가 오지 않는 길의 비는 밉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기자촌을 지난 중간쯤에서 진관사로 올라가는 승용차를 얻어 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터벅터벅 비를 맞으며 올라가는 길 옆 계곡의 물소리는 차오르는 분심을 압도했다. 지난밤 내린 비 탓으로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여기가 과연 서울인가라는 의심을 하기에 족했다. 그만큼 진관사 계곡은 수량도 많고 또한 깨끗했다. 

 

 우선 진관사에 대해서 알고 있던 지식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왔었다. 집현전의 여러 학사들이 머물며 독서를 했었고, 또 매월당 김시습이 자신의 울분을 달래던 곳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8대 현종임금이 왕자로 있을 때 김치양 일파의 세도를 피하여 잠시 숨어있던 곳이다. 그때 사찰의 이름이 신혈사다. 그때에 왕자를 토굴 속에 숨겨준 주지스님이 바로 진관(津寬)이다. 지금의 이름은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그런 관계로 진관사는 고려 대대로 호국사찰의 권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그런 내력을 써놓은 낡은 비문도, 퇴색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잘 정돈된 대웅전의 앞마당, 그야말로 티끌 하나 없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않은 정갈함이었다. 정돈이 잘 된 조경, 알맞게 자리 잡은 건물들, 그런데도 선뜻 가슴을 파고드는 고찰의 향기가 없었다. 풍상에 씻긴 역사의 연륜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진관사가 비구니 스님들만 수행하는 사찰이라는 것도, 사변 때 거의 전소된 것을 다시 중수했다는 것도 몰랐던 무식 탓이었다.
 

 

 점점 어두워져오는 하늘,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 이상한 겨울이다. 그래서 서둘러 사진을 찍고, 혹 진관사에 관한 조그만 약력이라도 구할까 하고 주지스님의 방을 찾았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없었다. 대신 안경을 쓴 단아한 스님 한 분과 종무소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진관사는 수륙재가 유명하지요. 뭐 별다른 것은 없어요. 그전에 있던 건물은 6․25 때 모두 불타고 여기 주지스님이신 진관(眞寬)스님이 새로 불사를 일으켜서 그나마 이만한 절이 되 었지요. 불교정화 이후에 비구니 사찰이 되었지요."
 진관사에 진관 스님,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는 달라요."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데‥‥‥?"
 "여긴 원래 객들이 많았대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하나쯤 머물렀겠지요. 김시습이는 저쪽 무량사에도 오래 머물렀지요."
 김시습이 여기 머물렀든, 머물지 않았든 그런 사람에게 관심 가질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어조였다. 수도자로서 당연한 대답임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자신이 관심이 없어도 세간 역사의 작은 궤적이라도 하나하나 챙길 줄 아는 그런 스님들이 사찰을 지키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지금껏 몇 사찰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디를 가나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그 절의 유래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스님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만날 수 없었다. 모두 하나같이 종무소로 가보라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물론 수행하는 스님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찾아온 사람에게 자신의 사찰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나마 해줄 수 있는 정성과 안목을 갖춘 스님들이 드물었다는 얘기다.

 

 맑게 안경을 쓴 스님은 그저 수줍게 불교학자 이종익 박사가 쓴 <진관사 연기비화>를 참고하라며 내주었다. 여간 고마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진관사의 내력이 잘 씌어진 책이었다.
 "사람들이 없어서 차도 대접하지 못하고‥‥‥"
 스님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내려오는 진관사에는 어느새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영문 없이 왔다가 영문 없이 간 수많은 이 땅의 가엾은 사람들, 이제 진관사는 왕 씨들의 수륙재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수륙제일의 사찰, 이곳에 오면 몇 년 전,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게 희생당한 초롱 한 눈망울들의 어린 모습들이다. 죽어서도 엄마 아빠를 찾아 천지를 떠돌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자꾸만 벌어지는 이 천인공노할 범죄 앞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은 어둡고, 무섭다. 그렇지만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한다. 진관사가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우리가 저승으로 보낸 모든 원혼들을 천도하는 수륙재 제일의 도량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