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보전은 팔작지붕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지어졌습니다. 다포식으로 짜 올린 살미에 연꽃 한 송이를 달았고, 다포를 짜면서 생겨난 포벽에는 별지화로 부처님을 그렸습니다.

 

 

 

평방과 창방에 작은 비단무늬 금단청을 그렸고, 그 양옆엔 연꽃과 석류를 중심으로 피어나는 문양과 여러 색깔의 실선으로 머리초를 만들었습니다. 머리초는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이루어졌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건물 장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문양입니다.

 

 

 

대웅보전 현판 양쪽에 용머리를 장식함으로써, 대웅보전이 사바세계를 벗어나 피안의 세계로 건너갈 때 중생을 태우는 반야용선임을 표현하였습니다.
대웅보전에 많이 사용된 문양은 삼보륜(三寶輪)으로 팔작지붕을 만들어낸 합각벽, 창방머리, 어간문 인방, 기단 면석마다에 그려지고 조각되었습니다. “불 ․ 법 ․ 승”의 삼보와 “계 ․ 정 ․ 혜”의 삼학을 상징한다고 하는 삼보륜은 불자들이 받들고, 또 끊임없이 닦아야 하는 것이기에 틈새마다 그려놓음으로써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창방과 상인방 사이에는 빗살로 짠 광창을 놓았고, 출입문은 모두 큰 행사에 법당을 개방할 수 있도록 바깥쪽에 경첩을 달았는데 꽃 창살과 함께 장식이 되었습니다.

 

옆면과 뒷면 벽에는 석가모니불로 탄생할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흰 코끼리를 타고 마야부인의 꿈에 들어가는 “도솔내의상”부터 시작하여,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하시자 대성통곡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나타낸 “쌍림열반상”까지 부처님 일생의 중요한 여덟 장면을 순서대로 그려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습니다.

 

 

 

팔상도 아래쪽에는 십우도를 그렸는데, 팔상도는 여덟 장의 그림으로 구성되고 십우도는 열 장의 그림으로 구성되는 까닭에, 위 그림과 아래 그림의 배치를 조화롭게 맞추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칸을 맞추려는 의도였는지 십우도의 요점을 생각하게 하려함인지, 스토리 중간 부분에 둥근 원 하나를 그리고 좌우에는 네 글자의 구절을 썼습니다.
쓰인 글자는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로  길들은 소가 검정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장면과 동자가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 사이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지만, 그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 간신히 읽으면서 어슴푸레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뜻을 알려는 진실한 공부는 엄두도 못낸 채 살아가고 있음이 또 후회됩니다. 그래서 저 뿐만이 아니라, 저와 같은 중생에게 십우도를 덜렁덜렁 그냥 보아 넘기지 말고, 다시 ‘한 번 더 보리심을 깊게 하라’는 의미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상

 

대웅보전에는 본존불로 석가모니불, 좌우보처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습니다. 삼존불 모두 연화좌에 오르셨지만 석가모니불은 결가부좌의 자세로 항마촉지인을 하셨고, 협시보살은 서있는 자세입니다.
여러 사찰에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연꽃을 잡고 앉거나 서있는데, 부처님을 중심으로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 좌우가 뒤바뀐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용덕사에는 보현보살만 오른손으로 활짝 핀 연꽃봉오리 아래를 받쳐 들었고, 왼손은 줄기의 끄트머리를 잡았습니다.
보현보살이 연꽃을 들고 있는 것은 연꽃이 더러운 못에서 꽃을 피어나면서도 자신을 더럽히지 않음은 물론이고 주위까지 맑게 하는데, 이러한 연꽃이야말로 보현행원을 세우고 또 그 목표를 완전하게 이루어낸 “대행 보현보살”을 상징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때문입니다.

 

 

 

문수보살은 왼손으로는 금강저를 잡았고, 오른손에는 경전을 들었습니다. 문수보살의 지물로 지혜의 칼과 청연화(靑蓮華)가 많이 표현된 것을 생각하면 생소하기도 합니다. 그런 연유는 사찰 입구에서 웃통을 드러낸 근육질 몸매에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 호위와 불법 수호자인 인왕역사(금강역사)가 우리의 머리에 깊게 새겨져있는 때문입니다. 또한 신중단 탱화에서 금강저를 들고 있는 제석천을 볼 수 있는데, 제석천 역시 불법을 수호하는 책임을 갖고 있는 때문입니다. 

 

 

 

문수보살은 “대지 문수사리보살”이라 불리듯 지혜가 완성된 보살입니다. 따라서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칼은 ‘일체 중생의 번뇌를 단칼에 끊어버리겠다’는, 중생을 제도하여 보리를 깨닫게 하겠다는 지혜의 칼입니다. 금강저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부처님의 지혜’로 이루어진 것으로, 어리석은 망상과 악마를 굴복시키는 큰 능력을 지닌 법구이기에 용덕사 문수보살상을 조성한 불모는 지혜의 칼 보다는 금강저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나 봅니다.

 

경전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불법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경전은 지혜가 완성된 것을 뜻합니다. 지혜를 담아낸 많은 경전에 문수보살이 등장하고, 부처님께서 깨달은 지혜를 부처님의 부촉을 받아 대신하여 설하게 됩니다. 문수보살의 지혜가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보리심을 낸 선재동자를 만나자 ‘너에게 부처님의 미묘한 법을 말해 주겠다’한 후,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일러줍니다.
문수보살상이 경전을 들고 있는 것은 ‘경전이 큰 지혜의 원천’이라는 상징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불자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진하기를 권하는 의미일 겁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깨달은 후 처음으로 다섯 명의 제자를 교화하셨고, 오비구로부터 불법을 알게 된 가섭에 이어 사리불과 목건련도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 귀의하여 제자가 됩니다.
이 제자들은 전생에 좋은 업을 이룬 공덕으로 수행력과 지혜가 커지는 인연을 만나 나한에 이르고, 영축산에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자마자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게 됩니다. 

 

 

그렇지만 나한은 자신들이 얻고자 했던 지혜가 자신들만을 위한 작은 것이었음을 곧바로 깨달았고, 부처님은 이들에게 열반에 들지 말고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중생 곁에 머물면서 중생들을 제도할 것을 부촉하십니다.
이에서 비롯된 미륵부처님이 출현할 때까지 ‘나한이 중생을 제도하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믿음은 나한신앙이 되어 불자들의 숭배를 받게 됩니다. 대웅보전에 나한상을 봉안한 것은 석가모니부처님과 제자들이 수십 년간 동고동락하면서 중생에게 베푼 자비와 가르침을 잊지 않고, 공양하려 함이라 생각합니다.

 

대웅보전 나한상은 각각 하나의 통목을 깎아서 조성하였습니다. 통목을 불상으로 조성하는 과정은 원통의 나무를 깎아내는 큰자귀에서 시작하여 작은 자귀를 거쳐, 망치로 치는 큰끌에서 손으로 미는 작은 끌, 그리고 끝마무리용으로 사용되는 조각도에 이르기 까지 많은 연장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 입체적인 모양에 각기 다른 표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내리침과 깎음이 있어야하는데, 이는 부처님을 숭배하는 불모의 지극하고 참된 마음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나한상은 의자에 앉거나 결가부좌 또는 한쪽 무릎을 곧추 세우거나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얹었고, 손도 합장과 공양하는 자세 등을 취했고, 책으로 된 경전과 두루마리 경전을 들거나 염주와 법륜을 돌리는 등 수행과 중생 제도를 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나한상은 장삼과 가사만 옅은 색의 단청으로 칠해졌고, 얼굴과 손에는 깎아낸 깊이와 각도에 따라 나뭇결이 그대로 내비치는데, 나한의 중생 대한 고뇌나 제도를 향한 굳센 의지와 기품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미륵전에서 본 나한상이 투박하게 빚은 것은 물론 얼굴까지도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나한님은 우리네 중생들의 곁에 계시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에, 대웅보전 나한상은 ‘큰 깨달음을 이루어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는 수행자며 교단을 보호하고 지켜내실 분’이라는 것을 나타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계신 곳

 

석가모니부처님은 열 개나 되는 이름으로 칭송되리만치 존경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그 중 하나가 “천인사(天人師)”로, 부처님은 하늘·인간·아수라·축생·아귀·지옥 등의 육도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또 부처님은 가르침으로 끝내지 않으시고 생사윤회를 거듭하는 중생을 무한한 자비심으로 건져주시는 분입니다.

 

그런 뜻을 담은 주련이 대웅보전 정면 기둥에 걸렸습니다.

 

 

높고도 높아 당당하시며 온갖 일을 꿰뚫어 알고 계신 부처님
수많은 겁에 걸쳐 쌓으신 공덕을 백 천 광명으로 뿜어내시네.
자비로운 모습을 뵙기 어렵다고 말하지 말라
기원정사를 떠나지 않으시면서 이곳 용덕사에 나투셨다네.
(의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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