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제자들이 연기의 의미를 이해하고, 법안이 열렸다고는 해도 그들이 궁극의 경지인 해탈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마음속에 찌들어 깊숙이 배어 있는 영원한 자아(自我, 아트만)에 대한 믿음까지 쉽게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혼에 관한 믿음은 이미 지난 수 세기 동안 잠부디빠의 종교와 철학 전통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지켜져 왔고,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첫 번째 설법에 이어 붓다는 자아의 비실체성, 즉 무아(無我)에 대한 설법을 시작했다.

 

“제자들이여, 이 육체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아가 아니다. 만약 그것이 자아라면 병들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렇게 되라’ 혹은 ‘그렇게 되지 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육체는 조건에 의지해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므로 늙고 병들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라’ 또는 ‘그렇게 되지 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조건 없이 스스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자율성이 없는 이 육체는 자아가 아니다. 우리들의 감각(受), 인식(想), 성향(行), 그리고 의식(識)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어떤가? 비구들이여. 이 육체는 유한한가? 혹은 무한한가?”
“일시적인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고행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지금 무아(無我)의 진리를 설파하고 있는 사람이 한 동안 자신들과 함께 고행했던 과거의 수행동료 싯다르타가 아니라는 것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그들은 싯다르타가 위대한 스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않을 수 없었다. 붓다도 제자들의 달라진 어투를 들으며, 그들의 마음속에 굳게 똬리 틀고 있던 아만(我慢)이 극복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승과 제자의 문답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무상한 육체는 괴로움(dukkha, 둑카)의 근원인가? 아니면 행복(sukkha, 쑤카)의 근원인가?”
“육체는 괴로움의 원천입니다.”
“그렇다면 일시적이고, 변하지 않으면 안 되며, 괴로움의 원천인 것을 내 것이라거나, 나의 영원한 자아, 나의 영혼이라고 여기는 것이 온당한가?”
“실로 그렇지 않습니다. 스승이시여.”
“제자들이여, 느낌, 지각, 성향, 의식은 무상한가?”
“그렇습니다.”
“무상이라면 그것은 괴로움인가, 행복인가?”
“괴로움입니다.”
“그렇다면 무상이고, 괴로움이고, 수시로 변하는 것이라면 이를 나, 내 것, 자아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 제자들이여, 그러므로 ‘육체는 내가 아니다. 내 것이 아니다. 내 자아가 아니다’라고 바르게 통찰해야 한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느낌이 어떻건, 지각이 어떻건, 성향이 어떻건, 의식이 어떻건, 이것은 내가 아니며, 내 것이 아니며, 내 자아가 아니라고 바르게 통찰해야 한다. 다시 묻겠다. 육체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스승이시여.”
“그렇다면 무상한 육체는 괴로움의 근원인가? 행복의 근원인가?”
“괴로움의 근원입니다.”
“그렇다면 무상하고, 수시로 변하고, 괴로움의 근원인 것을 내 것이라거나, 영원한 자아,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른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승이시여!”
“제자들이여, 만약 그대들이 참으로 이것을 이해했다면, 육체와 감각과 인식과 성향과 의식의 다섯 무더기를 내 자아라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영원불멸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은 상상의 그림자일 뿐이다. 그것은 착각이며, 번갯불이며, 꿈이며, 마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인에게 반한 바람둥이와 같은 것이다.”

 

붓다의 설법을 듣고 그들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일체의 집착이 사라졌다. 붓다의 충격적인 가르침에 의해 비로소 무기력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이와 같이 날마다 밤마다 붓다는 자신이 성취하고 피력한 체계를 거듭하여 강론하였다. 두 명의 비구에게 설명할 때는 다른 셋이 탁발해 온 음식으로 허기를 채웠고, 또 세 명의 비구를 가르치고 있을 때는 두 사람의 비구가 탁발해온 음식으로 여섯 명이 허기를 채웠다.

 

 

다섯 수행자들은 붓다의 설명을 되뇌어 새기며 열성을 다해 정진에 매진하였다. 이들의 가슴은 차츰 벅차오르기 시작됐다. 가장 먼저 꼰단냐에게 티끌 없는 담마(진리)의 통찰력이 생겼다. 그는 무엇이든 생긴 것은 소멸한다는 진리를 깊이 이해했다. 꼰단냐는 자신이 이해한 붓다의 가르침을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위대한 법미(法味, 진리의 묘미)가 있는 이 가르침을 듣고 나는 더욱 더 붓다의 가르침에 청정한 믿음을 내게 되었다. 완전하게 집착 없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참 가르침으로서 교시된 것이다. 이 땅의 원륜 위에는 많은 그림들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탐욕을 수반하고 청정한 사유를 교란시킨다. 바람 불어 날아오른 티끌이 구름에 의해서 지멸(止滅) 되듯이, 지혜의 눈으로 본다면 그때 사유가 지멸한다. ‘일체의 형성된 것은 무상하다’라는 지혜로 본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이것이 청정한 길이다. ‘일체의 형성된 것은 괴롭다’라는 지혜로 본다면 그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이것이 청정의 길이다. ‘일체의 사실은 실체가 없다’라는 지혜로써 볼 때에 괴로움에서 벗어난다. 이것이 청정의 길이다. 나의 출리는 예리하였으니 깨달은 분을 좇아 깨달은 장로, 나는 태어남과 죽음을 끊고 청정한 삶의 완성자가 되었다. 거센 흐름과 올가미가 있고 부수기 어려운 바위산과 같은 완고한 황무지가 있다. 올가미를 끊어버리고 부수기 어려운 바위산과 황무지를 부수고 꼰단냐, 나는 그것들을 건너 피안에 도달하여 악마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우쭐하고 동요하기 쉽고 악한 벗을 가까이 하는 수행승은 파도에 휩쓸려 거센 흐름에 가라앉는다. 우쭐하지 않고 동요하지 않고 감관을 수호하고 선한 벗을 가까이 하는 슬기로운 님이 괴로움을 종식시키는 자다. 사지는 깔라 나무의 결절과 같고 수척하여 혈관이 보이고 먹고 마시는 것에 분량을 아는 님은 비천하지 않은 정신을 갖고 있다. 한적한 숲, 울창한 총림 속에서 등에나 모기에 괴롭힘을 당해도 전장의 전열에 선 코끼리처럼 알아차림을 확립하고 견뎌 내리라. 죽음을 기뻐하지 않고 삶을 환희하지도 않는다. 일꾼이 급여를 기다리듯, 단지 나는 때를 기다린다. 올바로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단지 나는 때를 기다린다. 위대한 스승을 섬기어서 나에게 깨달은 님의 교법이 실현되었으니, 무거운 짐은 내려놓았고 존재의 통로는 제거되었다.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의취(意趣‘ 가르침을 설하는 의도)가 있었는데, 그 의취를 나는 성취했으니 숲속의 삶의 더할 나위 없음이랴.”

 

이 순간 붓다의 표정이 한 없이 밝아졌다. 자신의 가르침을 배운 제자가 자신이 이뤄낸 경지에 도달한 순간이었으니 그 환희로움은 비교할 데가 없었다.

 

“아, 꼰단냐는 참으로 알아들었다! 꼰단냐는 참으로 깨달았다!”

 

붓다는 기쁨의 탄성을 내뱉었다. 대각을 이룬 후 설법을 할지말지 망설였던 순간이 떠올랐다. 설법을 결심하고 실제로 진리를 설한 후, 첫 아라한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쁨과 안도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후 꼰단냐는 깨달은 꼰단냐라는 뜻으로 안나 꼰단냐로 불렸다. 
안나 꼰단냐의 뒤를 이어 사흘 후 왑빠와 밧디야가 티끌 없는 담마(붓다의 가르침)의 통찰력을 얻었다. 붓다가 아직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한 나머지 두 사람을 가르치는 동안, 담마를 이해한 세 수행자가 마을로 나아가 음식을 얻어와 함께 공양했다. 일주일이 지나 마하나마와 아싸지에게도 티끌 없는 담마의 통찰력이 생겼다. 그들은 붓다의 가르침에 큰 기쁨을 얻은 후 예의를 갖추어 청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당신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붓다가 말했다.

 

“오라, 비구들이여! 가르침은 잘 설해졌다. 이곳에서 청정한 행을 닦고 괴로움을 소멸하라.”

 

이렇게 여섯 아라한이 생기면서 삼보(三寶)가 갖추어졌다. 붓다가 불보(佛寶)가 되고, 사르나트에서 선포한 가르침이 법보(法寶)가 되고, 다섯 비구가 승보(僧寶)가 되었다. 붓다가 바라나시 사슴동산에 온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싯다르타가 태어났을 때, 장차 위대한 성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던 아시따 칼라데왈라의 조카인 날라까는 삼촌이 유언처럼 남긴 “훗날 사끼야 족의 왕자가 세존이 되거든 반드시 찾아가 법을 묻고 청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라”는 당부를 듣고 즉시 출가하여 유행자가 되었다. 날라까는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었으나, 삼촌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세속적인 부가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를 감행한 후 히말라야의 한 기슭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날라까는 유익한 생각을 지니고, 최상의 청정한 삶을 보는 이가 출현하면 그 가르침을 받아 지니겠다는 원력을 세워놓고, 온갖 공덕을 쌓으며 승리자(세존)를 기다렸다. 그는 하루하루 감각능력을 수호하며 청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싯다르타가 대각을 이룬 후 붓다가 되어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다섯 고행자를 상대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그는 이 소문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바라나시로 달려갔다. 녹야원에 도착한 날라까는 곧바로 붓다에게 예경한 후 진리의 가르침을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세존이시여, 저의 삼촌이신 아시따 칼라데왈라께서 세존께서 탄생하실 때, 세존의 모습을 살핀 후 제게 당부했던 말씀을 듣고, 저는 세존의 출현을 기다리며 히말라야에서 정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보내다가 얼마 전 세존께서 이곳에서 첫 설법을 펼치셨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오늘 이렇게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저는 집 없는 삶을 찾아 탁발의 삶을 추구해왔습니다. 모든 현상의 피안에 도달하신 세존께 여쭙겠습니다. 부디 성자들의 최상의 삶에 대하여 말씀해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대에게 성자들의 삶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성자들의 삶은 성취하기도 어렵고 실천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므로 내가 알려주는 것을 굳건히 하여 단단하게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해주십시오.”
“성자는 마땅히 마을에서 욕을 먹든지 절을 받든지 한결 같은 태도로 대하여야 합니다. 정신의 혼란을 수습하여 고요히 하고, 교만을 떨쳐버리고 유행해야 합니다. 가령 숲속에 있더라도 불의 화염 같은 높고 낮은 것들이 나타납니다. 숲속으로 놀러오거나 땔감을 구하러 온 아낙네가 해탈자를 유혹할 수도 있습니다. 아낙네로 하여금 유혹하는 마음을 내지 않도록 처신해야 합니다. 성적 교섭에서 떠나 온갖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버리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 있는 것에 대해 적대하지 말고, 애착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탄생 당시를 지켜보았던 유행자를 가르치는 붓다의 표정과 목청은 매우 진지하고 엄숙했다. 붓다의 가르침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날라까의 눈빛은 가르침이 진행될수록 반짝였다. 붓다의 가르침이 계속됐다.

 

“성자는 배를 가득 채우지 않아야 합니다. 음식을 절제하고, 욕심을 적게 하고 탐내지 말아야 합니다. 욕망이 없어져 버리면 욕망 없는 것이 소멸됩니다. 성자의 삶을 사는 이는 탁발을 하고 나서, 나무 아래로 가까이 가서 자리를 잡고, 숲 속의 빈터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성실하게 선정에 전념하고, 숲 속에서 즐기며, 스스로 만족해하며, 나무 아래서 선정을 닦아야 합니다.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면 마을 어귀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마을에서의 초대나 가져온 것을 너무 반겨서도 안 됩니다. 마을에 이르러 가정집에서 조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음식을 얻고자 하는 이야기를 삼가고, 암시적인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합니다. 손에 발우를 들고 다닐 때, 사람들은 그를 두고 벙어리는 아니지만 벙어리같이 생각합니다. 시물이 적다고 꾸짖지 말고, 시주를 경멸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성자들이 지켜야 할 최상의 삶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붓다는 이어 성자가 되는 해탈의 길에 대해 설법했다.

 

“날라까여, 지금부터는 내가 성취한 해탈의 길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면도날처럼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배에 집중하여 자신을 다스려야 합니다. 마음이 침체되어서는 안 되고, 많은 것을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비린내가 없이, 집착이 없이, 청정한 삶을 궁극으로 삼아야 합니다. 홀로 앉아 명상을 닦고 수행자로서의 수행을 배워야 합니다. 홀로 있는데서 기쁨을 찾아야 합니다. 홀로 있는 것이 해탈의 길이요, 성자가 살아가야할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시방을 비추게 됩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버리고, 선정에 든 현자들로부터 찬탄의 소리를 들으면, 더욱 겸손해야 하고 믿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작은 여울은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 없이 흐릅니다. 빈 깡통이 요란하듯이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조용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반쯤 물을 채운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님은 가득 찬 연못과 같습니다. 수행자가 많은 말을 한다면, 그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 느낀 가르침을 설하며, 스스로 느끼는 대로 많이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제해서 스스로 말을 삼간다면, 그는 성자의 삶을 누릴 만하며, 성자의 삶을 성취한 것입니다.”

 

날라까는 붓다로부터 이 가르침을 듣고 다시 히말라야로 돌아갔고, 치열한 정진을 거듭한 끝에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 즈음, 야사라는 청년이 바라나시에 살고 있었다. 그는 바라나시의 부자 상인의 아들로 섬세하고 준수한 젊은이였다. 부자들이 으레 그랬듯이 그에게도 감각적 쾌락을 누릴 수 있는 많은 기회와 여유가 제공되어 있었다. 철 따라 옮겨가며 지낼 수 있는 주거시설과 환락의 정원은 물론 온갖 이국적인 음식과 마실 거리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매일 밤 여흥을 제공해줄 여자 악사들과 무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헝클어진 머리에 큰 소리로 코를 골며 거실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쓰러져 잠들어 있는 악사들과 무희들이었다. 항상 깔끔하게 치워지고 값비싼 가구로 치장되어 있던 거실이 그날따라 화장터처럼 보였다. 눈앞에 비쳐진 모든 것들이 깔끔하고 섬세한 그의 심사를 완전히 뒤흔들어 버렸다.
그가 중얼거렸다. ‘아, 흉물스럽구나! 이렇게 온갖 해악으로 가득 찬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산다는 게 이토록 비참한 것이었구나!’ 상념에 젖은 그는 그길로 집을 나와 인근 사르나트(녹야원)로 향했다.
이른 아침 사르나트의 숲속을 거닐고 있던 붓다는 한 젊은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붓다 가까이 다가와 멈춰 선 젊은이가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온갖 해악으로 가득 찬 것이 인생이라니! 산다는 것은 이토록 비참한 것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붓다가 말했다.

 

“젊은이여, 무엇이 그토록 싫고 비참한가?”
“존자시여, 제 스스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아무리 되뇌어 봐도 저의 삶은 너무 비참하기만 합니다.”
“그런 것이네, 젊은이. 그대의 삶은 끝없는 허전함과 불만족을 반복하다가 결국 파멸에 이를 것이네. 그대가 서 있는 곳은 매우 위험하고 불안하네. 이곳으로 오게나, 젊은이여. 여기는 아무런 해악도 괴로움도 없다네. 비참하지 않은 것이 여기 있네! 이리 오게나. 여기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겠나? 내 그대를 위해 평화롭고 안온한 가르침을 주겠네.”

 

붓다의 잔잔한 음성은 곧 본래 착한 성정을 가진 야사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야사는 기꺼운 마음으로 붓다에게 예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붓다의 첫 번째 제자들인 다섯 비구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혹독한 고행을 닦던 수행자들이었던 것과는 달리 야사는 호사스럽게 자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이였다. 수행경험이 많았던 첫 제자들에게 붓다는 곧바로 수준 높은 수행방법과 수행의 궁극적 목표인 해탈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수행 경험이 없는 야사에게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붓다였기에, 야사가 사성제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심도 높은 심리적 처방을 하기 전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붓다는 훗날 자신의 정규 교수방법이 된 점진적인 설법(次第說法)을 야사를 상대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야사여, 보다 고양된 삶을 위해서 재가자가 실행할 수 있는 첫 단계의 수행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널리 나누는 일이다. 바르게 벌어들인 재물을,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나 이런저런 불운으로 끼니조차 때울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다섯 가지의 좋은 결실을 맺게 한다. 첫째, 나누는 사람은 타인을 기쁘게 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산다. 참된 보시는 자비심으로 나누는 것이다. 둘째, 그렇게 나누는 사람은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그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설령 사악한 사람이 못된 마음을 가지고 자비로운 사람들 속에 끼어든다 하더라도 이내 드러나게 된다. 셋째, 진실하게 나누는 사람은 마치 꽃향기가 바람에 퍼져나가듯, 좋은 평판이 퍼지게 된다. 넷째, 나누는 사람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머뭇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갈 수가 있다. 다섯째, 그런 사람은 이 목숨이 다하고 몸이 부서지고 나면 인간계의 좋은 환경에, 혹은 천상의 신들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야사가 물었다.

 

“세존이시여, 그 다섯 가지 중에 네 가지는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내생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는 스승을 믿고 그렇다고 우선 받아들이겠습니다.”
“야사, 그렇게 하라. 머지않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붓다는 이어서 바르고 건전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우선 닦고 키워야 할 다섯 가지 덕목(戒)을 설명했다.

 

“초심자로서 보다 고양된 삶을 위해서 우선 실천하고 키워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이 있다. 생명을 해치는 것을 삼가며,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지 않으며, 잘못된 감각적 쾌락을 삼가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이나 약물 같은 것에 취해 늘어지지 않는다. 이 덕목들은 건전한 사회의 초석이 되며, 이것을 지키는 사람 스스로에게 좋은 과보가 있다.”
“스승이시여, 그 덕목을 지켜 생기는 과보는 어떤 것입니까? 그것을 어기는 사람에게 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거기에는 보상과 벌이 있다. 사람이 각기 이 세상에서 지은 바에 따라 다음 생에 갈 곳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천상, 인간, 명계, 축생, 그리고 지옥이다. 천상은 신들이 극도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곳이다. 인간으로 이 세상에서 살면서 덕을 행한 과보로 거기에 태어나며, 오랜 수명을 누린다. 그러나 신이라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과보가 다하면 다시 다른 곳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신들은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오직 인간만이 완전한 생사로부터의 자유, 해탈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악도(四惡途), 즉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에서의 삶은 고통과 불행이다. 어리석고 탐욕스러워, 이 세상에 살면서 선행을 닦지 않고 인색하며 가진 것을 나누어 누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명계와 축생이다. 또한 악행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의 무시무시한 정신과 육체적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야사의 얼굴에 나타난 두려움을 눈여겨 본 붓다가 물었다.

 

“야사, 천상의 기쁨과 지옥의 고통이란, 사람들이 죽지 않고도 바로 지금 이 세상에서 겪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스승이시여.”

 

야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붓다는 감각적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생기는 허영과 타락 따위의 달갑지 않은 결과와 그것을 버림으로써 갖게 되는 좋은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붓다는 성스러운 네 가지 진리(四聖諦), 즉 고, 고의 발생, 고의 소멸, 고로부터의 해탈로 이끄는 팔정도를 설명했다. 붓다의 설법을 들은 야사는 ‘조건에 의해 생겨난 모든 것이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리의 눈(법안)이 열린 것이다.
야사는 자신이 성취한 거룩한 경지를 이렇게 노래했다.

 

잘 화장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모든 장신구로 치장하였으나
세 가지 명지(明知, 분명하게 앎)를 성취하였으니
깨달은 님의 교법이 나에게 실현되었다.

 

 

야사의 어머니는 한 동안 아들이 보이지 않자,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사방으로 사람들을 보내 아들을 찾게 명령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야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산책을 위해 사르나트로 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사르나트로 향했다. 아들을 찾아 야사의 아버지가 붓다가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태를 짐작한 붓다는 신통력으로 그의 눈에 야사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붓다에게 다가와 혹시 자신의 아들을 보지 않았는지 묻는 야사의 아버지에게, 붓다는 아들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후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안심하고 자리에 앉은 그에게 붓다는 야사에게 했던 것과 같이 보시의 공덕과 가정생활을 하는 재가자가 지키고 닦아야 할 다섯 가지 덕목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섯 가지 덕목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의심 없는 믿음(信具足), 청정한 도덕적 생활(戒具足), 늘 진리의 가르침을 듣고(聞具足), 언제나 나누며(施具足), 완전한 지혜를 갖추는(慧具足) 것 등이다. 붓다로부터 자상한 설법을 들은 그는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청정한 신심을 일으켰다. 그는 감격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묘합니다. 세존이시여. 기쁜 일입니다.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듯이,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어둠 속에 등불을 비추고 눈 있는 자는 보라고 하듯이, 당신께서는 갖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붓다와 붓다의 담마(가르침), 그리고 붓다의 상가에 귀의합니다. 세존께서 저를 받아주신다면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재가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붓다는 이를 허락하며 삼귀의를 게송으로 불러주었다.

 

“첫째, 깨달은 붓다에게 귀의하라. 둘째, 깨달은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하라. 셋째, 깨달은 붓다의 상가에 귀의하라.”

 

야사의 아버지는 삼귀의를 외운 최초의 재가수행자가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붓다의 설법을 듣고 있는 동안, 야사는 땅바닥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강력한 집중력이었다. 강력한 집중의 힘과 강력한 알아차림을 통해 무상과 고, 무아를 체득한 야사는 곧 마음 속 모든 번뇌를 벗고 대자유를 성취했다. 붓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설법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아라한이 된 것이다. 야사가 아라한과를 성취한 것을 간파한 붓다는 그때서야 야사의 모습이 그의 아버지에게도 보이게 만들었다. 홀연히 나타나 곁에 앉아 있는 아들 야사를 보고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보이지 않아 어머니가 몹시 슬퍼하고 있단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네 어머니를 위로해다오!”

 

그러자 붓다는 야사의 아버지에게 아들 야사가 깨달음을 성취해 궁극의 목적인 해탈을 이루었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물었다.

 

“당신의 아들이 또 다시 세속의 환락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스승이시여!”

 

야사의 아버지는 붓다와 제자들을 점심공양에 초대했다. 붓다는 침묵으로 초청에 응했다. 아버지가 돌아간 뒤 야사는 붓다에게 출가수행자 비구로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붓다가 그를 제자 비구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승가의 일곱 번째 아라한이 되었다.

 

 

이튿날 바라나시 야사의 집에서 야사 아버지가 마련한 점심공양을 마친 다음 붓다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정에 거주하는 재가자에 알맞은 가르침을 설법했다. 설법을 들은 야사의 어머니와 야사의 부인이 재가의 신자가 되겠다는 요청을 해오자 붓다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그들은 불교교단의 삼귀의를 외우고 귀의한 첫 여성 재가수행자가 되었다. 
야사가 붓다의 제자가 되었으며, 깨달음과 해탈을 성취하였다는 소문이 곧 바라나시 전역에 퍼졌다. 야사와 절친했던 친구 위말라, 수바후, 뿐나지, 가왐빠띠 등 네 사람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어떻게 야사가 그 많은 재산과 온갖 즐거움을 내던지고 출가수행자가 되었단 말인가? 그들은 생각했다.
‘분명히 붓다의 가르침은 평범한 가르침이 아닐 것이다. 야사의 출가는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출가 전 야사의 친구였던 위말라 수바후, 뿐나지, 가왐빠띠는 크고 작은 부호 상인의 아들들이었다. 그들은 대부호의 아들 야사가 출가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야사가 머리와 수염을 깎고 노란 가사를 입고 출가한 것을 볼 때, 이 가르침은 보통 가르침이나 계율이 아닐 것이다. 야사가 출가한 것도 보통 출가가 아님이 분명하다.’
이 네 명의 친구들은 야사를 찾아 사르나트로 달려갔다. 야사는 이들을 부처님께 데리고 갔다. 부처님은 야사에게 적용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쉬운 가르침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인 지도를 해나갔다. 그러자 그들 역시 차례로 가르침을 보았고, 가르침을 얻었고, 가르침을 알았고, 가르침을 통달하였다. 의심을 벗어났고 불확실한 것을 제거하였으며 스승의 가르침 속에서 온전한 만족을 얻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게 되었다. 그들이 붓다에게 말했다.

 

“스승이시여, 저희들은 스승께 출가하여 계를 받고자 합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어서 오라! 비구여, 가르침은 잘 설해져 있다. 가르침을 잘 배우고 일체의 괴로움을 끝내기 위해 청정한 수행을 하도록 하라.”

 

이렇게 그들은 붓다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붓다는 그들을 가르치고, 분발하게 하고, 격려하고, 그리고 기쁘게 만들었다. 붓다의 간곡한 가르침을 받는 동안 그들의 마음에서 집착이 사라졌고,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하였다. 이로써 이 세상에 아라한은 열한 명이 되었다.
대부호의 아들 야사와 그의 친구들의 잇따른 출가는 바라나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야사 비구가 출가하기 전 교유했던 친구 50명에게도 야사와 야사 친구들의 출가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은 모두 바라나시 지방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거나, 그 다음으로 오래된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었다. 이들은 사르나트를 찾아와 야사를 방문하고 나서, 자신들도 야사의 길을 따르기로 하고 붓다를 찾아와 예배하고, 가르침을 듣게 되었다. 붓다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듣고 배운 이들도 오래지 않아 진리를 받아들이고, 통달하게 되었다. 그들은 출가를 결심하여 붓다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 자리에서 계를 받고는 곧 집착이 사라져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을 성취했다.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첫해, 빗방울이 흩날리는 우기 동안, 붓다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과를 이룬 이는 모두 예순한 명으로 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