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혹서기가 시작되면서 뜨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열기가 편안한 걸음걸이를 방해했다. 중천에는 잠깐이라도 태양을 피해야만 했다. 붓다는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해 시원한 나무그늘을 찾아 들어갔다. 나무그늘에 앉은 붓다는 조용히 선정에 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한 벌거숭이 수행자가 나무 밑에 수려한 외양을 갖춘 수행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는 아지와까(Ajivika)라는 금욕을 중요시하는 나체 수행자 집단에 속한 우빠까(Upaka)라는 수행자였다. 그는 붓다를 자기와 같은 종교의 수행자로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선 뒤에야 그는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사람이 자기가 여태껏 보아온 다른 수행자들과 판이하게 다른 기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눈에 비친 낯선 수행자의 용모는 뚜렷하고 밝았으며, 맑고 깨끗한 피부, 평온하며 고요하게 가라앉은 표정, 거기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령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빠까가 말했다.

 

“벗이여, 나는 우빠까라는 수행자입니다. 지나는 길에 보니, 당신의 감관은 매우 밝아 보입니다. 피부색깔도 순수하고 환합니다. 벗이여, 당신은 어느 분에게로 출가하였습니까? 당신의 스승은 누구며 어떤 교의(담마)를 믿습니까?”
“나는 모든 것을 초월하였고, 모든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모든 것들 가운데 오직 순수하고, 모든 것을 버린 갈애의 소멸로 해탈하고 이 모든 것을 아는 나 자신이 누구를 스승으로 지목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스승이 없고, 나와 같은 사람은 지상에도 천상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신들을 포함해서 나의 상대자가 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완성된 사람이고, 가장 지고한 스승이며, 나 혼자만이 완전히 깨달았으며, 탐진치의 불길을 소멸시켰습니다. 나는 내가 이룬 담마(법)의 바퀴[법륜]를 돌리기 위해서 까시의 성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눈이 먼 이 세상에서 나는 불사(不死)의 북을 두드릴 것입니다.”
“벗이여, 당신이 자처하는 바에 따르면 당신이야 말로 보편적인 승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승자는 번뇌를 부수고 이긴 나와 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모든 악한 상태를 격파한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나는 일체의 악한 상태를 정복했습니다. 우빠까여, 그래서 나는 승자입니다.”

 

자유나 안심은 지고의 존재 브라흐마, 아니면 뛰어난 스승, 전통의 틀 속에서나 찾아질 수 있다는 인습에 젖어 있던 나체 수행자 우빠까로서는 붓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우빠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던 길을 서둘러 떠났다. 그의 말투와 표정에는 빈정거림이 깃들어 있었다.
붓다가 가야할 바라나시까지의 거리는 6백 리가 넘는 머나 먼 길이었다. 붓다는 11일 동안의 긴 여정 끝에 바라나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루벨라에서 함께 했던 다섯 명의 고행 도반은 바라나시에서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시빠따나의 사슴동산(녹야원, 사르나트)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붓다는 천천히 발걸음을 수행자들의 은둔처 사슴동산으로 향했다. 사르나트는 적당한 크기의 나무와 덤불로 덮여 수행자들뿐만 아니라 사슴과 같은 유순한 동물들까지도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곳은 수행자들이 거처하는 곳이어서 오락이나,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사냥하는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신성한 장소였다. 그래서 이곳에는 수행의 고수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어 정진하는 곳이기도 했다. 
옛 고행도반들을 찾아나서는 붓다의 표정은 자비롭고 당당했다. 걸음걸이에도 성자만이 갖는 위엄이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첫 설법을 할 생각에 그의 온화한 표정 한편으로는 약간의 설렘과 긴장도 섞여 있었다. 그의 눈은 소의 눈 같았고, 걸음걸이는 편안하고 조용한 사자의 그것이었다.
이윽고 사르나트에 도착한 붓다는 다섯 도반들이 정진하고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루벨라에서 함께 수행했던 이들은 여전히 육체적 고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 다섯 고행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저만치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붓다를 발견했다.

 

“아니, 저기 타락한 겁쟁이 고따마 싯다르타가 이리로 오고 있네!”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사문이 고따마 싯다르타임을 알아챈 그가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그렇군. 그는 잘 먹고 편안하게 살려고 고행을 포기했던 자가 아닌가. 힘들다고 그렇게 흔들리고 말다니. 우리 모두 그에게 절을 하거나, 그를 위해 일어서거나, 그의 발우와 겉 가사를 받아주지 말자. 그래도 그가 고귀한 가문의 태생이고, 또 먼 길을 왔으니, 앉을 자리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붓다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들에게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싯다르타가 무엇인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뚜렷해지는 붓다의 풍모에서 평온과 고요함이 한껏 발산되고 있는 것에 어리둥절해졌다. 고결한 풍모에서 느껴지는 평정, 당당함에서 배어나오는 의연함에 누구랄 것 없이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은, 그들이 실망어린 비난을 퍼부으면서 우루벨라에 남겨두고 온 타락한 고행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따마 붓다가 이루어낸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느낌으로 그가 이미 전혀 다른 인간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어떤 식의 인사도 하지 말자고 했던 방금 전의 다짐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한 사람은 다가가 붓다의 바리때와 가사를 받아들었고, 한 사람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또 한 사람은 발 씻을 물을 가지러 갔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왜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점점 옛 도반에 대한 알 수 없는 존경심이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붓다를 고타마 또는 벗이라고 불렀다.
붓다는 재회한 도반들의 안내로 사르나트의 한 장소에서 머물렀다. 먼 길을 걸어오면서 쌓인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일정한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르나트에 도착한 지 3일 되던 날 저녁, 붓다는 옛 도반들이 마련해준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는 첫 설법을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붓다가 자리에 앉자 다섯 도반들도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 가운데 한 수행자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벗이여, 그대는 준엄한 고행을 버리고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로 되돌아가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지금 그대의 모습은 엄격한 고행자, 혹은 멋대로 방종하며 사는 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고 있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네. 그런 부류들과 그대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그것은 무엇인가?”

 

붓다는 미소를 지었다.

 

“벗들이여, 나는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로 돌아갔던 게 아니네. 정진을 포기하지도, 그렇다고 방종하지도 않았네. 나는 내 스스로의 노력과 정진으로 깨달음과 해탈을 이루었네. 그런데 벗들이여, 앞으로는 나를 벗이라거나 고따마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말게. 나는 완성된 사람, 완전히 깨달은 붓다가 되었네. 불사(不死)를 성취했으며, 그대들에게 내가 깨달은 진리(담마)를 가르쳐주러 이곳에 왔다네. 벗들이여. 그대들이 내가 지도한 대로 따라 실천하면 오래지 않아, 바로 금생에, 스스로의 지혜의 힘으로 지금 여기에서 그대들 스스로 실현함으로써 그대들도 곧 성스러운 삶의 궁극적 목표에 들어가 머물게 될 것이네. 자 내 말을 잘 들어 보겠는가!”

 

붓다의 확신에 찬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굳게 닫은 귀를 쉽게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벗, 고타마여. 그대가 실천했던 금욕의 행동과 실천, 수행으로도 그대는 어떤 초인적인 경지나, 성인들에게 합당한 탁월한 지혜와 예지력을 성취하지 못했네. 정진을 포기하고 사치로 돌아가서, 사치스럽게 살고 있는 그대가 어떻게 그런 초인적인 상태나 성인들에게 합당한 탁월한 지혜와 예지력을 성취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도저히 그대의 말을 믿을 수가 없네.”

 

붓다는 다섯 수행들에 대한 자비심으로 거듭 말했다.

 

“벗들이여, 나는 사치스럽게 살거나 정진을 포기하고 사치로 돌아가지도 않았네. 벗들이여. 나는 가장 이상적인 수행과 정진으로 해탈을 성취했으며 다시는 죽지 않는 경지를 이루어냈다네. 내가 그대들을 지도하면 그대들도 성스러운 삶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네.”

 

그들은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연달아 물었고, 붓다의 대답 역시 한결 같았다. 그러자 붓다가 간곡한 마음으로 말했다.
 
“잘 생각해 보게나. 그대들과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네. 우리는 6년 동안 함께 살아왔고, 내가 극단적인 고행을 하고 있을 때 그대들은 곁에서 나를 시중들었네. 그대들은 내 얼굴빛이 지금과 같이 빛나는 것을 전에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이전에 그대들에게 이렇게 간절히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섯 고행자들은 그때서야 뭔가 그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시에는 고따마(붓다)가 높은 지혜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확신에 찬 말을 한 적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차츰 그들은 고따마가 위없는 지혜를 얻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들은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존귀한 분이시여. 우리들은 전에 당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붓다에 대한 호칭을 ‘존귀한 분’으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붓다를 윗사람으로 공경하겠다는 표현이었다. 붓다 역시 이때부터 옛 도반들을 비구(걸식 수행자)로 호칭했다. 사르나트에 와서도 여전히 자신을 학대하는 고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붓다는 먼저 이들의 고행에 관한 망상부터 지워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이룬 해탈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중도(中道)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넘어가고 동쪽에서 달이 솟아오를 무렵, 다섯 고행자에게 최초의 법이 설해지기 시작했다. 

 

“비구들이여, 잘 듣게나. 출가수행자가 피해야 할 두 가지 극단이 있다네. 방종에 찬 생활이 한 극단이네. 그것은 실로 저속하고, 천박하며, 부끄러운 삶이지. 욕망의 대상인 감각 대상을 좋아하는 것은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쾌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또 이것을 즐기는 것이네. 이 극단은 수준이 낮고 저속한 것이고, 범부들이 탐닉하는 통속적이고 세속적인 것이네. 청정하지 못하고 고귀하지 못하여 성자들이 추구하지 않는 길이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 또한 또 다른 극단이네. 이것은 일종의 자기학대로 무익한 것이네. 고통스럽고, 비천하며, 무용한 것이네. 이 또한 성자들이 추구하지 않는 것이네. 나는 이 두 극단을 버림으로써 올바른 지견과 지혜로 이끌며, 평정과 깨달음, 그리고 해탈로 이끄는 성스러운 진리, 중도를 발견했다네. 이로써 눈(지견)이 생기고 지혜가 생겼으며, 이것이 고요함(번뇌의 소멸)으로 인도하고 더 높은 지혜와 고통의 끝인 열반으로 인도하였네.”

다섯 비구는 귀를 쫑긋 세우고 붓다의 설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붓다의 설법이 이어졌다.
 
“비구들이여, 생존은 둑카(dukkha), 즉 괴로움이라는 진리라네. 이것을 괴로움(苦)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고 하는 것이네. 나는 이것을 알아내었네. 태어남도 고통이고, 늙는 것도 고통이며, 병드는 것과 죽는 것도 고통이고, 슬픔과 비탄, 고통과 근심, 절망도 고통이네.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만나게 되는 것도 고통이고,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게 되는 것도 고통이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고통이고, 육체와 느낌, 지각, 성향, 의식이 나라고 집착하는 것이 모두 고통이네. 그런데 이 괴로움이 일어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네. 이것을 고통의 원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고 하는 것이지. 나는 이것을 알아내었네. 괴로움의 원인은 갈애(渴愛)이고, 갈애는 열망과 환희를 수반하고 여기저기 즐기고 만족할 대상을 찾아 헤매는 것이네. 이것이 태어남의 원인이 된다네. 벗들이여. 그렇다고 인생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네.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고통은 사라지기 때문이네. 이것이 고통을 극복하는 성스러운 진리라네. 나는 이것을 알아내었지. 갈애를 내려놓아 남김없이 소멸하면 갈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네. 이것이 곧 해탈이요, 평안이요, 인간의 월등한 경지, 즉 열반이라고 하는 것이네.”

 

다섯 비구들은 부지불식간 숨소리도 멎은 듯 무섭게 집중력을 더해갔다. 붓다의 설법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면 비구들이여, 갈애를 소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로 이것이 괴로움을 극복하는 성스러운 진리라는 것이네. 나는 이것을 알아내었다네. 그것은 도덕, 명상, 지혜로 구성된 여덟 가지 실천이지. 곧 바른 견해(正見), 바른 생각(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동(正業), 바른 의식주(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알아차림(正念), 바른 집중(正定)의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이라네.”

 

처음 들어보는 붓다의 이야기에 다섯 비구들은 흥미를 느끼는 듯 집중을 흩트리지 않았다. 붓다의 말이 이어졌다.

 

“비구들이여,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고통을 앎으로써 비로소 나에게 눈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고, 광명이 생겨났다네.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고통의 원인을 앎으로써 비로소 나에게 눈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고, 광명이 생겨났다네.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고통의 소멸을 앎으로써 비로소 나에게 눈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고 광명이 생겨났다네.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앎으로써 비로소 나에게 눈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고 광명이 생겨났다네.”

 

붓다의 설법은 계속 이어졌고, 다섯 비구들은 점점 더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위대한 설법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온 세상은 고통에 포위되어 있다네. 고통은 갈애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그러므로 갈애를 극복하면 지고의 평화를 성취할 수 있다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대한 나의 앎과 봄이 세 번 굴려서 열두 가지 형태로 있는 그대로 청정해졌기 때문에, 나는 신들과 악마들의 세계에서, 성직자들과 수행자들, 그리고 왕들과 백성들과 그 후예들의 세계에서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바르게 깨달았다고 선언했다네. 이제 나는 흔들림 없는 마음에 의한 해탈을 이루었다네. 이것이 최후의 태어남이며, 이제 다시 태어남이 없는 앎과 봄이 생겼다네.”

 

붓다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는 철저하게 점검하고 검증한 진리라는 점을 다섯 도반에게 강조했다.

 

“‘이것이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이다.(Idaṃ dukkhaṃ ariyasaccanti)’, ‘이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는 상세히 알려져야 한다. (dukkhaṃ ariyasaccaṃ pariññeyyanti)’, ‘이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가 상세히 알려졌다. (dukkhaṃ ariyasaccaṃ pariññātanti)’라고 세 번을 굴려 점검한 것[삼전 십이행상(tiparivaṭṭaṃ dvādasākāraṃ)]이다.”

 

붓다는 이렇게 사성제에 대하여 세 번씩 굴려서 열두 가지 형태로 완전하게 알게 되었을 때 깨달음을 선언했다. 고행이라는 극단에 치우친 삶을 살았던 다섯 비구들은 점점 붓다의 말에 빠져들었다.

 

“비구들이여, 세계와 해탈로 이끄는 길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대들은 두 가지 잘못된 견해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네. 영원불멸의 사상이 그 하나요, 또 다른 하나는 절멸, 즉 허무주의라네. 불멸하는 자아 혹은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영혼이 해방되기를 기대하며 극단적인 육체적 고행을 닦는다네. 그러나 또 다른 극단, 즉 죽음에 이르러 인간은 완전히 소멸되어 버릴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향락과 방종에 찬 생활을 추구한다네. 비구들이여, 나는 이 세계에 관한 두 극단적인 견해를 피하여 제대로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방법, 즉 중도를 발견한 것이네. 나는 이것을 ‘조건에 의지해서 일어남’, 즉 연기(緣起)라고 부르기로 했네. 이 의존하여 발생하는 원리야말로 세계의 본질이네. 심오하여 보기 어려우며 이해하기 어렵고, 절묘하게 이성적 사고를 초월하며 탁월하여 오직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다네.” 
 “존귀한 분이시여, 조건에 의지해 일어남! 연기! 의존적 발생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저희들은 원리는 고사하고 그런 단어조차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비구가 말했다.
“비구들이여, 내 그대들을 위해 설명하겠네. 신중하게 들어야 하네!” 붓다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물은 다양한 조건에 의지하여 발생되는 것이네. 새싹은 종자의 번식력과 유효한 습기, 흙의 정기에 의존하여 발생한다네. 종자에서 움이 텄을 때, 우리는 새싹을 발생시킨 배경을 살펴보고, 이러이러한 조건들이 싹을 트게 했다고 말하지. 만약 싹이 나오지 않을 때는 이러이러한 조건이 결핍되었으며, 따라서 싹이 트지 않은 거라고 단정한다네. 이것이 바로 의존적 발생의 원리, 곧 연기의 법칙이라네. 이것이 존재함으로써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발생함으로써 저것이 발생한다, 이것이 소멸함으로써 저것이 소멸된다, 이것이 바로 사물의 본성이며, 그들이 생성되는 방식이라네. 나는 이와 같은 지혜를 ‘발생에 관한 지혜’라고 말한다네.”

 

붓다가 설명하는 조건에 의지하여 발생하는 원리를 가장 먼저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은 아싸지였다. 그에게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즉 법안(法眼)이 열렸다. 이어서 다른 고행자들도 똑같은 통찰력을 차례로 갖게 되었다. 그러자 다섯 고행자들은 붓다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희들을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오라!”

 

붓다는 ‘오라!’라는 말로 그들의 요청을 허락했다. 최초의 다섯 제자, 5비구(五比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붓다의 설법을 듣고 제자가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직도 큰 의문이 남아 있었다. 아싸지가 물었다.

 

“스승이시여, 만약 모든 것이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해탈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붓다를 스승으로 모신 다섯 수행자들은 정중한 예를 갖추고 스승을 대했다. 붓다 또한 다섯 비구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좀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가르침을 내려주기 시작했다.

 

“비구들이여, 잘 들으라. 내가 말하는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하는 원리는, 단지 눈에 보이는 물질적 세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성향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향, 즉 개성 또한 조건에 의지해서 일어난다. 그렇다고 성향이 전적으로 수동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적극성을 띠고 창조적이기도 하다. 코살라 왕국의 호화로움을 보라. 코살라 왕이 누리는 쾌락과 궁전, 후궁, 연못과 단장한 우물 따위와 환락을 위한 시설을 보라.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인간 성향의 소산이다. 이러한 인간 성향 또한 끝없는 탐욕과 괴로움, 좌절의 원인이다. 제자들이여, 그러나 이와 같은 성향이 완전히 평정된 것, 모든 집착이 끊어진 것, 탐욕이 없어지고, 갈애, 즉 열망이 사라진 것, 이것이 바로 해탈의 경지이다. 그 자리는 범부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스승이시여, 그 해탈이란 제한된 것이며 불완전한 것이 아닙니까?” 이번에는 꼰단냐가 물었다.
“그렇다. 그대의 말이 옳다.”

 

붓다가 대답했다. 붓다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해탈은 탐욕과 증오, 미혹으로부터의 자유밖에는 없다. 목숨이 붙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이 획득할 수 더 이상의 해탈은 있을 수 없다. 그는 늙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쇠약해지고 병드는 것,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다만 그가 탐욕과 증오와 미혹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공포나 좌절, 그리고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육체를 가지고 존속하는 동안 획득할 수 있는 최상의 자유다. 이것이 눈, 귀, 코, 혀, 피부, 그리고 두뇌의 기능이 파괴되지 않고 성취할 수 있는 자유다. 그러나 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더 이상의 것, 절대적으로 완전한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일 뿐이다. 이는 영원불멸의 생명을 갖고, 변화 속에서도 영혼을 영속시키려는 어리석은 것이다. 즉 영원한 생명, 절대적 영혼에 대한 동경이요, 갈망이다. 그러나 끝없는 인과의 고리인 이 우주 안에서 제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고, 결과가 되는 절대적인 존재란 없다. 갈애가 사라짐으로써 미움과 미혹도 없으며, 나에게 이제 존재에 대한 집착은 없다. 존재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생명에 연연하지 않으며, 생명에 매달리지 않으므로 이생이 끝난 다음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덧없는 육체가 부서지고 나면 다시는 어떤 몸도 갖지 않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지 않으므로 병들고, 시들어 죽는 일도 없을 것이다. 윤회는 끝났다. 이것이 바로 죽음이 없는 무사(無死)의 경지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경지가 아닌가? 이것이 바로 불멸이며, 완전한 해탈이다.”

 

아싸지는 붓다가 설파하는 새로운 교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조건에 의지해 발생하는 원리, 즉 연기는 그가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새로운 가르침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붓다의 가르침과 세계의 본성에 관해 숙고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