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생각했다.
‘나는 태어남(生)에 종속되어 있기에 태어남에 종속되어 있는 것의 위험을 이해했고, 이런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구하여 다시 태어나지 않는 열반을 성취했다. 나는 늙음(老)에 종속되어 있기에 늙음에 종속되어 있는 것의 위험을 이해했고, 늙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구하여 다시 늙지 않는 열반을 성취했다. 나는 질병(病)에 종속되어 있기에 질병에 종속되어 있는 것의 위험을 이해했고, 질병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구하여 다시는 질병의 위험에 얽매이지 않는 열반을 성취했다. 나는 죽음(死)에 종속되어 있기에 죽음에 종속되어 있는 것의 위험을 이해했고, 죽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구하여 다시 죽지 않는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성취했다. 나는 슬픔‧번뇌에 종속되어 있기에 슬픔‧번뇌에 종속되어 있는 것의 위험을 이해했고, 슬픔‧번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구하여 다시는 슬픔‧번뇌의 속박을 받지 않는 최고의 안전보장인 열반을 성취했다. 열반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지혜와 예지력이 일어났다. 내가 성취한 열반은 확고하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태어남이다.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어떤 존재로도 윤회는 없다.’
붓다의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성취한 이 담마(dhamma, 법 또는 진리)는 심오하고, 보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평화롭고, 숭고하고, 사유만으로 성취할 수 없고, 미묘해서 지혜로운 자만이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계의 사람들은 집착을 기뻐하고, 집착에서 기쁨을 취하고, 집착에 환희한다. 이처럼 탐욕에 물들고 어둠에 가려진 사람들이 내가 발견한 이 진리, 즉 모든 형성들(Sankara, 상카라)의 고요해짐, 모든 습득한 것들의 버림, 갈애의 부숨, 객관적인 냉정함, 번뇌의 완전한 소멸, 궁극의 경지인 열반을 보기는 어렵다. 내가 성취한 진리(담마)를 가르친다고 해도 사람들은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나아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붓다의 번민은 계속됐다.
‘내가 성취한 이 교리는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따르기에 아주 난해하다. 사실 현자들에게도 미묘한 이 진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신과 영혼이 뒤얽혀 있는 관념의 굴레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키기 어렵다. 제의와 의례의 신앙과 까르마 신앙을 포기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 영혼의 불멸성을 믿는 그들에게 영혼은 독자적인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에 영혼이 생존하는 것도 아니라는 나의 교의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 이기심에 가득 찬 인간의 속성은 개인적인 이익을 얻었을 때나 기쁨과 쾌락을 느낀다. 그런 인간들을 이기심을 버리고 정도(正道)를 따르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의 설교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면서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도리어 성가신 일이 될 것이고 나에겐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속세를 등진 수행자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이뤄낸 이 진리를 설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다시 7일을 염소지기의 반얀나무 아래에서 보내며 붓다는 자신이 깨달은 법(담마, 진리)을 설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를 놓고 번민을 계속했다. 생로병사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고, 또 모든 사람들에 그 길을 알려주기 위해 출가를 단행했던 그로서는 단순히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설법 포기를 결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온갖 번민이 그의 뇌리를 오갔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내가 찾은 이 해탈의 길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아무도 이 난해한 진리를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니 그래도….’ 찰나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이 그의 뇌리에 교차했다.
묘한 일이었다. 번민을 거듭할 때마다 붓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보장된 지위를 포기하고 출가를 단행할 당시의 상황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그토록 큰 아픔을 안겨주면서까지 출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그에게 생생하게 다가왔다. 궁을 빠져 나오기 전 사랑하는 아내 야소다라와 아버지 숫도다나, 양모 고따미 등 가족을 설득하던 기억, 특히 자신이 태어난 룸비니 동산에서 어머니와 나눴던 다짐의 순간을 회상하면서 그의 번민은 어느 덧 정리가 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깨달은 이 진리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중에는 틀림없이 눈에 티끌이 많이 끼어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진리를 전해주기만 하면 곧 이해를 하고 해탈의 길로 접어들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나 자신의 문제 해결에 머물지 않고, 모든 중생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 또 그 길을 모든 이에게 알려주겠다며 가족과 친지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출가를 결행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여기에 미친 붓다는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봤다. 세상에는 더러움에 덜 물든 사람과 많이 물든 사람, 성품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감각이 예리한 사람과 무딘 사람, 가르치기 쉬운 사람과 힘든 사람 등이 혼재해 있었다. 마치 연못에서 연꽃이 피어날 때 어느 것은 물속에서 자라고 물속에 잠겨 있으며, 또 어떤 것은 물속에서 자라되 수면 위에 솟아 물에 젖지 않는 것처럼. 마침내 붓다는 결심을 굳혔다. 
‘슬픔에 사로잡히고, 태어남과 늙음에 압도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는 반드시 내가 깨달은 진리를 전해야 한다.’
붓다는 여러 반얀나무 근처에서 자리를 일곱 번 차례대로 옮겨가며 49일간 해탈의 큰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이렇게 이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했다.

 

“설법에 나설 것이다.”

 

깨달음을 정리하다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났으며 위없는 깨달음을 이룬 정각자(正覺者) 고따마 붓다는 설법에 나설 것을 결정한 후 네란자라 강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흐르는 강물에 목욕을 마친 붓다는 자신이 앉아 정각을 이룬 곳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었던 보리수를 바라다보았다. 무성하게 우거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파리들이 불어오는 미풍에 살갑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한 그루의 아자빨라 나무가 아니라, 싯다르타라는 수행자에게 햇볕과 이슬을 가려주며 그늘과 등받이가 되어 주었던 깨달음의 나무였다. 붓다는 보리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모든 집착을 떨쳐버린 이는 불필요한 감상에 젖지 않는 법이지만, 보리수를 바라보는 붓다의 눈길에는 고마움이 담뿍 깃들어 있었다.
붓다의 성취는 생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불굴의 정진 끝에 이루어낸 평화와 행복이었다. 그 평화와 행복의 성취는 그 자신 이외에 누구의 덕이라고 할 수 없었다. 붓다는 깨닫기 이전에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로부터 명상의 기법을 익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두 선인이 말하는 마지막 단계에 가서도 완전한 해탈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붓다가 스스로 개발한 명상법을 통해 도달한 마지막 결론은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 가운데에는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실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궁극의 평화와 행복은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붓다의 깨달음은 잠부디빠에서는 어느 누구도 얻지 못한 통찰의 계발과 인간 심리에 관한 깊은 성찰의 결과였다. 붓다는 자신 있게 공언할 수 있었다.
‘자신만이 자기의 주인이다. 그 밖에 따로 어떤 주인이 있을 수 있으랴!’
출가하기 전, 그는 깨달음을 꿈꾸는 젊은이로서 종종 자신이 출가하려는 목적은 자기만의 해탈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를 출가수행의 길로 이끈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가 신앙이라는 허구의 그물에 걸려 허우적거리며 안팎으로 끝없는 갈등에 고뇌하는 대중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출가 후 6년 만에 그 누구도 실행해 본 적이 없는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사유와 탐사, 통찰을 통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후, 붓다는 비로소 온 인류의 구원하는 것이 얼마나 요원하며 지난한 일인지를 알았다.
붓다가 자신의 성취한 마음의 평화와 해탈의 환희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약한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있는 듯한 궁극적 실재에 대한 환상과 절대, 또는 형이상학의 영역에 빠지지 않고 사람들을 평화와 행복으로 이끄는 길을 찾는 것, 즉 진리를 체계화하는 것은 마치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모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일체지를 완성한 붓다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붓다는 어린 시절부터 익혔던 어학과 문학, 그리고 고대 인도의 철학사조에 대한 지식과 스스로 발견한 인간 심리와 행동에 대한 상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깨달은 경지를 언어화,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일체의 편견을 지워버린 붓다의 눈에는 모든 사물과 현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것은 서로 기대고 의존해 발생하고 소멸하는 실상이었다. 또한 존재하는 사물들 가운데 영구불변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리가 그의 안목에 훤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영구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원리가 모든 것들이 우연히 발생하고, 아무런 질서도 없이 사라져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붓다는 사물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나름의 패턴을 체계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붓다는 어떤 현상이나 대상들이 어떤 이유, 또는 조건에 의해 발생했는지를 세밀히 살폈다. 그런데 당시 잠부디빠에서 통용되는 언어 가운데는 이러한 깨달음을 표현하기에 마땅한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사용되고 있는 용어는 모두 ‘자체 내 원인’ 아니면 ‘외부의 힘’을 암시하는 것들뿐이었다. 따라서 붓다는 존재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한 것[연기(緣起)]’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이 용어는 ‘다양한 조건들에 의한 발생과정의 잠정적 종결상태’를 의미했다. 또 당시의 다른 철학자들이 감관을 통한 경험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붓다는 주어진 현상들을 주변 조건과 함께 인식할 때 존재를 둘러싼 의혹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붓다는 ‘조건에 의지한 발생’, 즉 ‘연기법’이라는 보편원리를 공식화할 수 있었다. 사물은 바로 이 연기의 법칙에 의해, 즉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하여, 의심할 나위 없는 과거로부터 아득한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깨달음을 정리하는 과정은 계속 이어졌다.
‘현재의 사실은 과거와 미래의 사실을 설명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 연기법, 즉 조건에 의지한 발생의 원리는 지금까지 유효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어떤 것이든 존재는 과정과 진화의 산물이다. 한 생명은 이런저런 조건에 의지해서 이 세상에 나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수없이 많은 조건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부모는 한 생명이 태어나는데 아주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러나 갓 태어난 생명이 완전한 인격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 속에 의식이 일어난다. 부모는 이 의식이 일어나는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 조건들이 조화를 이루며 한 개인이 생성되어 간다. 그 의식도 자발적이거나 조건 없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성향과 과거의 갈망, 그리고 과거의 집착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죽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또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자의 성향이다. 삶에 대한 갈망과 집착과 성향들이 새롭게 생성될 존재의 의식을 형성한다. 이것들은 흘러가는 존재의 물줄기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깨달음을 언어화‧체계화하는 과정은 전쟁을 방불할 만큼 치열했다.
‘자연 조건의 산물인 동시에 자신의 과거 성향에 의해 이루어진 소산이라는 점에서 다른 생명체와 다를 것이 없는데도,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는 무언가 다르게 행동한다. 사물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단지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이해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체계를 세우려 한다. 그 가운데서 최선의 것을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조작하거나 종합하려 한다. 인간의 이런 시도는 때때로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인간은 실패하고는 낙담하고 풀이 죽어 좌절한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만족은 일시적이다. 그래도 인간은 좀 더 완전한 만족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담쟁이덩굴처럼 마냥 뻗어나는 인간의 갈망은 그러나 대부분 절망의 벽에 부딪친다. 물릴 줄 모르는 본능적 추구에 지치고 속이 타기도 하며 불만을 절감하기도 한다. 이것이 곧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하는 원리 속에 운행되는 큰 우주 가운데 인간의 성향으로 만들어진 작은 세계, 즉 소우주다.’
붓다의 깨달음에 대한 정리는 난제를 풀어내는 과정처럼 계속 이어졌다. 사실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붓다는 이렇게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체계를 세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제한된 속에서나마 그가 성취한 것을 성취하게 할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자연적인 의존의 원리에 어느 정도 간섭하고, 조작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건에 의지해 발생하는 원리, 즉 연기가 개인의 의지를 완전히 부정하는 냉혹한 법칙이 아닌 한, 인간은 스스로를 자제하고 격려함으로써 대자유와 행복을 성취하고 누릴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갈등을 조장하고, 고통에 빠져드는 것은 무지와 무명에서 비롯된 소산이다. 고통은 끝없는 탐욕과 갈망이 영원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무지로 인해 생겨난다. 이 원리를 아는 현명한 사람은 탐욕을 제거하고 갈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현명한 이는 세상의 사물들에 집착하지 않으며, 영원불멸하리라고 여겨지는 신화적 자아, 혹은 영혼에 집착하지 않으며 그러한 견해에도 매달리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세상의 때에 더럽혀지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다. 마치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면서도 그것에 물들지 않고 솟아 피어나는 연꽃과도 같다. 현명한 이는 세상의 때, 갈망과 탐욕, 미움과 증오, 무지와 미혹에 물들지 않은 채 살아가는 자이다. 그러므로 현자는 여기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또한 이 세상에 살지 않는다.’
붓다는 이렇게 보리수 밑에 머무르며 자신이 이룬 해탈과 깨달음을 체계화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동시에 그는 자리를 옮겨가며 해탈의 법열을 누렸다. 또한 붓다는 인간고(人間苦)의 본질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고뇌로부터 벗어나 대자유, 해탈을 성취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방법을 고심했다. 그의 심중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나는 생명조차 돌아보지 않는 정진으로 천신만고 끝에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았다.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길을 가르쳐 주고 그들도 이 해탈의 환희를 맛보게 인도해야 된다. 그런데 누구를 먼저 가르칠 것인가? 내 가르침을 가장 잘 이해하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마가다 국 사람들은 거의 바라문의 멍에에 짓눌려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바라문교가 쳐놓은 환상에 빠져 헤매고 있다. 옛 스승 웃다까 라마뿟따와 야즈냐발캬마저 마가다 국에 와서는 바라문교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지따 께사깜발리, 막칼리 고살라, 니간타 나따뿟따와 같은 고명한 선인들도 마가다 국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그들의 가르침은 바라문교의 위세에 밀려 무시돼 버리곤 했다. 바라문 사제들은 마치 더부살이와도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사상을 흡수하기 위해 다른 종교와 현자들에게 기대어 수액을 뽑아낸 다음 고사(枯死)시켜 버린다. 여기에서부터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바라문교가 그다지 강한 세력과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내 고향 까삘라왓투로 가면 어떨까? 여기 마가다 국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법을 펼칠 곳을 고심하던 붓다는 문득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를 떠올렸다. 선정수행을 배울 때 스승이었던 그들은 떠나는 붓다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면 돌아와서 자신을 가르쳐 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었다. 두 선인을 교화하는 것으로부터 진리를 전하기로 마음먹은 붓다는 천안으로 두 옛 스승을 살폈다. 그러나 그들이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 알라라 깔라마는 일주일 전에, 웃다까 라마뿟따는 하루 전에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붓다는 두 선인의 타계가 안타까웠지만, 다른 대상을 찾아야 했다. 붓다는 다음으로 고행을 하던 시절 자신을 도와주었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떠올렸다.
‘그들은 고행수행을 하던 나에게 매우 큰 도움을 주었던 도반들이다. 그렇다. 그들부터 만나 내가 발견하고 성취한 것을 가르쳐 주어야겠다. 그들은 성실하고 지적인 수행자들이다. 그들이라면 분명히 내가 설하는 가르침을 이해하고,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붓다는 천안으로 그들이 우루벨라를 떠나 바라나시 인근 사슴동산에서 고행수행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 그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