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부터 어떤 수행을 해야 할 것인가?’ 싯다르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6년 동안의 치열한 고행을 통해 그가 얻은 소중한 교훈은 경계해야 할 두 가지 문이었다. 하나는 세상의 즐거움을 따라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삶이었다. 다른 하나는 영생이나 행복을 얻기 위해 몸을 괴롭히는 고행에 빠지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는 어리석은 수행자가 찬양하는 삶이라는 것을 싯다르타는 철저하게 깨달았다.
출가 후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을 반추하며 싯다르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행을 통해서 천상에 나기를 기대한다거나, 몸을 학대하여 밝아진 영혼이 천상에 태어난다거나, 오직 고행만 닦으면 공덕이 쌓여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숙한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물고기나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단식도, 삭발도, 결발도, 신에게 바치는 제물도, 불사(不死)를 얻기 위한다며 행해지는 고행 등등. 그 어떤 수행이든 불건전한 마음 상태를 벗어나는 목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런 것들로 인하여 사람이 깨끗해질 수는 없다. 주술도, 공양도, 제사도, 고행도 다 마찬가지다. 어떤 사문이나 브라만은 윤회에 의해서, 또 어떤 수행자는 신을 받드는 일에 의해서 더러움을 벗어나 깨끗하게 정화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모두 허튼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저속한 무리들이 추종하는 고행은 그 어떤 이익도 없다. 마치 배의 노나 키가 숲속에서 필요가 없듯이, 맹목적인 고행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처절하게 깨닫고 새로운 수행 방법을 모색하는 싯다르타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러나 표정 한 구석에는 답답함도 깃들어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 이전에 살았던 고행자나 브라만들 가운데 일찍이 내가 해온 것처럼 가혹하게 고행을 한 자는 없다. 어느 누구도 더 이상은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고행은 그대로가 고행의 끝이다. 고행의 극치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전무후무한, 지독한 고행을 통해 나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괴로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아!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길이….’
싯다르타는 어딘가에 분명히 자신이 찾는 궁극적인 경지로 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은 생각을 넘어 확신 같은 것이었다. 
‘수행의 과정은 단순히 아힘사(비폭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수행자는 폭력을 피하는 데 그치지 말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보다 더 상냥하고 친절해야 한다. 나쁜 의지를 가진 감정들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비에 대한 생각들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말을 하고,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말을 하는 것, 추론을 거친, 정확한, 분명한, 유익한 말만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수행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시로 주는 것을 기뻐하고 개인적인 선호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는 생활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삼아야 한다.’

 

 

싯다르타는 긍정적인 마음상태를 의도적으로 계발한다면 맑고 명료한 의식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능숙한 마음상태(꾸살라, 깨달음을 계발하는 능숙한 마음)가 습관이 되면 제2의 본성으로 바뀌고 순수한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삶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 순간! 싯다르타의 뇌리에 맑고 선명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어릴 적 파종기에 아버지와 함께 참석했던 농경제 도중에 빠져나와 잠부나무(붉은 장미나무) 아래에서 경험했던 선정의 기쁨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뚜렷이 기억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농경제 행사를 하는 동안 나는 잠부나무 그늘 아래 다리를 포개고 앉아 명상에 들었었다. 자연스럽게 호흡을 관찰하며 깊은 선정에 들었었다. 그때 홀연히 마음의 장애가 사라지고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여의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를 떠나 희열과 행복이 충만했었다. 그 때 나는 호흡을 하며 선정에 들어 애욕과 선하지 못한 것을 떠나고 사색과 사려를 갖추어,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다. 그 때 느꼈던 기쁨, 편안함, 안락함이 내가 얻고자 한 완전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 때 나는 사색과 사려를 갖춘 선정 상태에서 애욕과 선하지 못한 것을 떠나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렸다. 나는 그러한 즐거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길이 내가 출가 후 지난 6년 동안의 수행을 통해 얻지 못한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수도 있겠다.’
순간 싯다르타는 눈앞에 마치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이 나타나는 듯한 환희로움을 맛보았다. ‘혹 깨달음의 길은 그곳에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 거기에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때의 선정에서 나는 애욕과 선하지 못한 것을 떠나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던가.’ 싯다르타는 당시의 느낌을 좀 더 깊이 되짚어보았다.
‘그렇다. 잠부나무 아래에서 경험했던 희열은 불건전한 것이 아니었다. 관능적이고 부정한 상태와는 무관한 행복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난 그런 행복이 두렵지 않다. 나는 이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색과 사려와 통찰을 갖춘 선정수행의 길을 열어 갈 것이다. 이제 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 길로 가야하리라.’
싯다르타는 건전한 상태와 불건전한 상태에 따른 사고의 분별과 함께 정신적 사건에 대해 윤리적 평가를 내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선정과 희열은 깨달음으로 가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알게 모르게 고행수행자들을 억누르던 희열과 행복을 애써 외면하는 것 자체가 오도된 선입견이었음을 인식한 것, 그것은 위대한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싯다르타는 출가 이후 해왔던 기존의 수행법을 모두 버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통찰 명상에 몰두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이 결심은 나 자신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상의 대전환이 될 것이다.’ 싯다르타가 결심한 발상의 대전환은 추구해야 할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피해야 할 행복과 즐거움을 분석하는 일종의 알아차림이었다. 모든 즐거운 느낌에 대해 회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지혜롭게 이해하여 이성적으로 수행에 활용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는 답답했던 싯다르타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마음 한편으로 스승 없이 혼자 새로운 길로 나선다는 게 두렵기도 했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은 많이 회복되기는 했으나 아직은 잘 움직여질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싯다르타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죽을 먹어야겠다. 나는 감각적 욕망들과도 상관없고 해로운 법들과도 상관없는 그런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렇게 극도로 야윈 몸으로 그런 행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덩어리진 음식을 기꺼이 먹을 것이다.”
싯다르타는 약간의 음식을 먹고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동료들이 떠나 버린 우루벨라의 네란자라 강가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새 그는 수려한 옛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다소 기운을 회복한 싯다르타는 숲에서 나와 마을로 향했다. 고행을 중단한 이상 더 이상 고행을 했던 처소에 머물 필요는 없었다. 동녘이 밝아올 무렵, 싯다르타는 묘지에 버려진 시체의 피고름이 묻은 옷을 주워 깨끗이 빤 뒤 머리와 수염을 깎고 먼지와 때가 뒤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 강으로 들어갔다. 네란자라의 강물에 몸을 씻은 싯다르타는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옷이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에 걸쳤다. 이발과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싯다르타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우루벨라 까싸빠라는 마가다 국에서 가장 이름 높은 수행자가 500여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수행처로 향했다. 혹시 그곳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은 아니었지만, 빔비사라 왕의 존경을 받는 수행지도자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이다. 
우루벨라 까싸빠와 그의 제자들은 ‘불의 제사’를 올리는 배화교를 숭상하는 집단이었다. 막상 그곳에 이르렀을 때 싯다르타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수행법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우루벨라 까싸빠의 ‘불의 제단’이 있는 암자는 제자들이 사는 진흙 움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싯다르타는 잠깐 동안 그의 제자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들은 불을 향해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간절하게 매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대상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바라문들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그들의 표정도 맑고 신선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저들의 스승 우루벨라 까싸빠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싯다르타에게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곳의 분위기에서, 그리고 그의 제자들이 보여주는 행동거지에서 어떤 새로운 영감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도 궁극적 길을 찾을 수는 없겠다는 확신이 든 싯다르타는 주저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네란자라 강변에 위치한 우루벨라 마을로 들어갔다. 싯다르타는 강가에 서 있는 커다란 삡빨라 나무로 향했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강가의 작은 언덕이었다. 싯다르타는 나무를 등지고 앉았다. 그곳은 바로 아래 네란자라 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주변의 정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는 이내 인간 존재의 실상에 관한 명상에 잠겼다.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그리고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으며, 어디로부터 왔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줄곧 다시 태어나기를 갈망한다. 누구나 예외 없이 병들어 쇠약해지지만 그렇게 부서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부서져 내리는 육체를 위해 무언가를 끝없이 희구한다. 죽을 수밖에 없음에도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채, 곧 끝날 인생에, 죽어 없어질 삶에 계속 기대를 건다. 인간은 슬퍼해야 되고, 실의에 빠지고, 비탄에 잠겨야 됨에도 끝내 슬픔과 실의와 비탄에 빠져야 될 것들을 추구한다.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당해야 되는 고뇌를 보면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이런 윤회로부터의 자유, 불생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썩을 수밖에 없는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대신 부서지지 않는 것을 추구해야만 한다. 내 자신 죽음과 소멸을 면할 수 없는 한, 죽음과 소멸을 초월한 것,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한다. 슬픔과 오욕과 속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슬픔과 오욕에 구속될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진정한 행복과 순수, 그리고 확실한 경지를 찾고, 완전한 해탈을 추구해야만 한다.’

 

싯다르타가 이런 생각에 몰두해 있는 동안 밤이 다 지나가 버렸다. 동녘 하늘에 훤하게 동이 트고 있었다. 그때 싯다르타는 한 아름다운 여인이 두 명의 시종을 거느리고 자신이 앉아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우루벨라 마을 촌장의 딸 수자따였다. 그녀는 보름날 아침이면 으레 이 해묵은 핍빨라 나무를 찾아와 목신(木神)에게 우유죽을 제물로 바쳐왔다. 목신에게 바치는 우유죽은 갓 짜낸 신선한 우유와 벌꿀, 그리고 쌀을 넣어 정성껏 만든 유미죽이었다.
세 여인은 나무 밑에 수려한 용모의 한 수행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먼발치에서 쇠약해보였지만 기품 넘치는 젊은 수행자의 모습을 보고, 혹시 자기들이 올리는 제물을 받기 위해 목신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목신이었기에 선뜻 다가서기가 두려웠다. 그렇다고 공들여 준비해온 우유죽을 올리지 않고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몇 차례 깊은 숨을 들이쉰 수자따가 용기를 내어 나무 아래로 다가가, 가져온 우유죽을 공손하게 바쳤다.
세 여인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연유와, 이들이 목신에게 우유죽을 공양해왔다는 내력을 모르는 싯다르타는 언뜻 부인 야소다라가 자기를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 마음을 가다듬은 싯다르타는 눈길을 내리깔고 말없이 공양을 받았다. 싯다르타가 천천히 우유죽을 다 비웠을 때 그의 몸에는 전에 없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수자따는 싯다르타가 우유죽 공양을 다 마칠 때까지 옆에 공손히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우유죽 공양을 다 마친 싯다르타가 수자따에게 물었다.

 

“고귀한 여인이여. 그대가 준 우유죽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십시오.”

 

우유죽을 바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원하는 바를 물을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싯다르타는 수자따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장차 도를 이루시면 부디 저를 제자로 삼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싯다르타는 그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다. 수자따와 두 시종은 싯다르타에게 정중히 예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이후 수자따는 날마다 지극정성으로 우유죽을 끓여 싯다르타에게 바쳤다. 그녀의 우유죽 공양으로 싯다르타는 예전의 건강을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
수자따의 공양에 힘입어 기력을 거의 회복한 싯다르타는 어느 날 바리때를 들고 네란자라 강으로 걸어갔다. 아직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지 않은 탓에 강물은 가장자리에 넓은 모래밭을 드러내며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강물까지 가려면 제법 멀리 모래밭을 지나가야 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싯다르타는 지난날을 회상했다. 모래톱이 하나하나 발자국으로 변해갈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야소다라와의 만남과 결혼, 라훌라의 출생, 출가를 결심하고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던 시간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성문을 빠져나와 수행자의 길로 접어들었던 순간, 그리고 여러 스승들을 만나 지도를 받던 시간들, 고행으로 죽을 고비를 넘었던 아찔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강물에 들어가 손과 발, 얼굴을 씻으며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정리한 싯다르타는 강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제법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이 느껴지자 그는 바리때를 들어 물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바리때는 가라앉지 않고 아래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흘러가는 바리때를 잡아들며 생각했다.
‘중생이란 마치 생명이 없이 조건에 따라 흘러가는 이 바리때와 같다. 물살을 따라 그저 흘러갈 뿐이다. 왜 우리는 이 죽어 있는 바리때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생명이 있는 중생은 생명이 없는 바리때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무언가 다를 수는 없을까? 저 의미 없는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싯다르타는 바리때를 들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지난 6년 동안 내가 해온 것은 무엇인가? 가정과 부족을 뒤에 남기고 떠나왔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 고작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생명이 없는 바리때처럼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의 가르침을 받았고, 거의 죽음에 이르도록 육체를 괴롭히며 극단적인 고행도 경험했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출가한 이래 6년의 세월도 나를 멀리 데려가지 못했다.’
그의 상념은 계속되었다.
‘나는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존의 관습과 의례, 그리고 검증될 수 없는 믿음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검증될 수 없는 믿음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어떤 스승도 추종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지난 6년의 세월이 내게 준 교훈이다. 이제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