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모퉁이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중 약간 큰 꼬마가 공책을 뜯어서 만든 딱지,
가게에서 파는 인쇄된 딱지,
병뚜껑을 돌로 납작하게 만든 딱지 등을 한 아름 들고서
계단 있는 집의 계단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동네의 아이들이 그 계단 밑에서 긴장된 상태로 기다린다.
그러면 딱지를 들고 올라간 아이는 이 딱지들을 힘껏 공중에 흩뿌리고
밑에 있던 아이들은 이것을 줍느라 아우성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운 딱지를 가지고 아이들끼리 또 딱지치기가 시작된다.

 

어떤 아이가 동네의 딱지를 모두 차지했을 때
이 딱지를 그냥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로 돌려주는 행사의 장면이다.
이런 습관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 이치를 따져 보면 상당히 지혜로운 행동이라 생각된다.
딱지를 혼자서 가지고 있으면 아무런 재미가 없다.
이 딱지를 여러 친구들이 같이 가지고,
잃거니 따거니 해야 재미있는 놀이가 이루어지는데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재미있게 놀기 위해 이렇게 모두 딴 딱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도로 돌려주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꼬마딱지 대장은 그동안 땄던 딱지를 뿌리는 회향행사를 한 것이다.
그동안 자기가 힘들여 모은 딱지를 다른 아이에게 베풀어서
자기가 딱지를 따면서 생긴 질시도 없애고
또 동네의 놀이의 활성화를 기한 것이라 하겠다.

 

아이들의 딱지놀이 이야기를 했지만 삶도 기도도 다 같은 이치인 것이다.
기도를 열심히 해서 많은 공덕을 쌓았다.
이 공덕을 나 혼자 가지면 내가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나의 행복이 나만 행복하면 되는가?
내 가족이 행복하지 못한데 내 동생이 행복하지 못한데
내 조상이 행복하지 못한데 내가 행복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재물도 마찬가지다.
다 함께 배가 불러야 진짜 배가 부른 것이리라.

 

나를 위한 기도를 하지만 진정 나를 위한다면,
지혜롭게 나를 위한다면
남에게 이 기도의 공덕을 나누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즉 회향은 기도의 가피를 입고 성취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 것이며
기도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기도를 마친 후에 회향을 하는 것은
자신이 쌓은 공덕을 모두에게 흩뿌려
공덕 없는 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지은 공덕을
살아있는 자나 죽은 자이거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고
나누어 줌을 받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돈 천 원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한 푼도 없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액수일 수도 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나의 정성어린 조그만 축원과 기도가
복 없이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엄청난 크기의 공덕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공덕을 받는 자는
산 자든 죽은 자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으면 더 좋으리라.
아무리 공덕의 비가 온 우주에 가득히 내린다 할지라도
공덕을 담을 그릇이 구멍이 나있다면 조금밖에 건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