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처님이 사르나트에서 하신 최초의 설법이 담긴 『파라파시경』과 『보리왕자경』을 보면, 이하와 같은 동일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파라파시경』, 『전법륜경』의 이하 번역 참조: 최종수 옮김, 『팔리 경전이 들려주는 고타마 붓다』 p.85-140) 파라파시Pārāpāsi 란 '덫'이란 뜻으로 '사람들은 사슴이 덫에 걸린 것처럼 덫에 걸려 있다'라는 것이다. 첫 번째 설명하신 덫은 ‘애욕’이다. 위에 인용한 대로, 우리는 “다섯 가지 애욕에 잡히고 심취되고 빠져있다. 그 환란을 보지 못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지혜가 없다. 그래서 오로지 누리기만 한다. 이렇게 위험과 불행에 빠져있어 악마가 마음대로 그들을 부린다”고 한다. ‘덫’에 걸려있는 중생의 마음에 대한 그 다음 내용들을 요약하면 이하와 같다.

 

 

  ‘덫’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라! 최고최상의 방법론
  “오염된 세상을 건너서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 자신이 있다. 왜 그런가. 악마의 영역에서 완전히 떠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피안으로 가는 ‘구체적인 단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반야바라밀다’를 석가모니 붓다께서 어떻게 스스로 행하셨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하나의 덫에서 벗어나면, 벗어난 그 자리가 다시 덫이 된다. 드디어 덫에서 벗어났다 라며 다시 벗어난 그 자리를 구족 삼지만, 곧 다시 정진하여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를 무려 10번하면 무상정득각에 도달할 수 있다. 다섯 비구에게 처음 설법하신 이러한 내용은, 석가모니 붓다 본인께서 절절히 체득한 것이다. 석가모니가 깨달은 ‘실질적 과정’에 대한 일종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족삼은 자리에서 벗어나는 힘은 어떻게 키우는가? 그 알아차림의 고요와 날카로움은 어떻게 하면 증장 가능한가?)

 

  중도中道란 연기緣起를 보는 것, 『초전법륜경』의 요지
  위의 내용은 다섯 비구를 처음 맞이하신 <영불탑>이 있는 자리에서 설하셨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들이 ‘초전법륜’의 내용으로 익히 잘 알고 있는, ‘중도中道’인 ‘8정도와 4성제’의 설법이 이루어진 장소는 <다메크 스투파>가 있는 장소이다. 바로『초전법륜경』(또는 『전법륜경』Dhammacakkappavattana-sutta)이 설해진 곳이다.『파라파시 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첫 설법인 '덫의 비유‘는 갓 깨달으신 석가모니 붓다의 수행 체험 자체에 대한 생생한 전달이라면, 초전법륜경에 나오는 설법은 (근기가 낮은 대중을 위해) 수행의 ‘방법론 차원’에서 체계적 정립된 내용이다. 『초전법륜경』의 의의에 대해, 이러한 관점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최봉수 불교학자는 “전법륜경이 지닌 의미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특히 붓다의 깨달음이 보편타당성을 획득함을 보여주는 데서 궁극적인 의미를 둘 수 있다. (중략) 반드시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어야 타인에게 이익이 되고 또한 진실성이 공표된다. 전법륜경은 붓다의 깨달음이 제자 콘단냐에게 보편타당하게 전달됨을 보여준다. 보편타당성은 진리의 조건이다.”(위 책, p.135의 각주)라고 피력하고 있다. 즉, 깨달음이라는 진실이, 주관적인 붓다의 체험이 아니라, 하나의 ’진리‘로서 공익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경전이 『전법륜경』이라는 말씀이다. 이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바른 견해 · 바른 사유 · 바른 말 …, 무엇이 ’바르다‘는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파라파시경』의 ‘덫의 비유’ 설명을 보면, 그 내용 역시 ‘연기법緣起法과 중도中道’라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초전법륜경』의 핵심 내용 역시 이것이다. 먼저, 쾌락에 정신 못 차리는 ‘애욕’과 이것을 철저히 거부하는 괴로운 금욕적 ‘고행’, 양쪽의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방법으로 수행한다. 이것이 가운데 길 즉, ‘중도’의 수행 방법인데, 그렇다면 그 중도란 무엇인가?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정진, 바른 마음챙김, 바른 삼매가 그것이다.” 즉, ‘팔정도’이다. 자 그렇다면, 뭐가 ‘바르다’는 건가? 그 내용인 ‘사성제’에 대한 설법이 뒤따른다. 네 가지의 진리(사성제)를 기본으로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팔정도의 방법론을 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첫째 생로병사生老病死, ‘존재存在’ 자체가 괴로움(苦)이다라는 것(고성제苦聖諦). 존재가 하는 일은 항상 탐착(탐내고 집착하는 것)하는 것인데, 오온五蘊(취착하는 것과 그 대상이 만나 만드는 다섯 가지 무더기)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둘째, 괴로움(苦)의 일어남의 ‘원인’은 ‘갈애’라는 것이다(집성제集聖諦). ‘집集’이란, 집기集起의 의미로 사물이 모여 일어나기 위한 원인, 어떤 대상을 일어나게 만드는 이유를 가리킨다. 고苦의 ‘원인’이 되는 갈애가 윤회의 기반이 된다. 갈애는 무명無明을 말한다. 셋째, 이 같은 괴로움은 소멸 시킬 수 있다(멸성제滅聖諦). 즉, 그 원인이 되는 갈애가 남김없이 빛바래어 없어지는 것이다. 무명을 타파하는 것이다. 넷째, 이렇게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이 팔정도이다(도성제道聖諦). 바른 견해 · 바른 사유 · 바른 말 · 바른 행위 · 바른 생계 · 바른 정진 · 바른 마음챙김 · 바른 삼매의 ‘팔정도’는 다시 간단히 말하면 ‘계戒·정定·혜慧’가 된다.  

 

  ‘사성제’와 ‘팔정도’ - ‘연기법’과 ‘그것을 보는 법’
  결국 ‘사성제’는 12인연(十二因緣)을 (중생들이) 알기 쉽게 간단히 요약 설명한 것이다. 즉, 고苦라는 현상의 이 ‘존재’를 타파하는 길은 그 인因(원인)이 되는 갈애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가 아님을 보고 ‘공空’을 체득하는 것이다. 즉, ‘오온’이라는 덩어리가 ‘연기緣起된 것’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므로서 ‘나’라는 것이 불변不變의 덩어리가 아니라 무상無常의 ‘연기체緣起體’임을 통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드디어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중도’이다. 유有도 무無도 아닌, 현상 그 자체의 전개!
그렇다면, 이렇게 볼 수 있는 힘은 어떻게 계발하고 키울 수 있는가?(석가모니 붓다의 ‘실참 수행법’에 대하서는 앞의 연재에 상세히 옮겨 놓은 관계로 참조)
  이것을 설하신 장소에는 <다메크 스투파>를 그 상징으로 세웠다. 1920년 고고학자 알렉산더 커닝햄이 발굴 조사를 했을 당시, 스투파의 정 중앙에서 수직으로 91.4센티 정도의 깊이로 내려간 지점에서 석판(6-7세기)이 출토되었다. 여기에는 브라미 문자로 “YE DHARMA HETU PRABHAVA HETU…"라고 쓰여 있다. (이상 기록, <다메크 스투파> 현지 해설판 근거) 이는 “제법諸法은 인因에서 생긴다”라고 뜻으로, 붓다가 이 장소에서 다름아닌 ’연기법緣起法‘을 설하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초전법륜경』에 이어서 설해진『무아경』의 중요성
   위와 같은『초전법륜경』의 내용을 경청한 다섯 비구는 모두 수다원(예류과)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자 석가모니 붓다는 그들이 아라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무아경無我經』을 설하신다. ’무아‘라는 진리를 말씀하신 분은, 인류 역사상의 성자 중에, 석가모니 붓다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타 종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당시의 기득 종교였던 브라만교에서는 ’아트만‘이라 하여 숨 쉬는 생명으로서의 ’나‘를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등에서는 ‘영혼’이라는 것이 말한다. 이는 육신과 별개의 것으로 영원한 것으로 간주되며, 이에 근거하여 하나같이 ‘영혼불멸설’을 이야기한다. 기독교의 경우,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고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논리이다. 물론 불교에서는 “사대四大육신 흩어지고 업식業識만을 가져가니”라고 하여, 이것(영혼)을 업식이라고 표현한다. 육신을 구성하던 사대가 인연이 다해 흩어져서 몸은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이것을 ’업식‘이라고 칭한다. 이것을 더 쉬운 말로 ‘영가’·‘업’·‘무명업장’ 등으로도 부른다. 유식唯識 사상에서 말하는 말라식과 아뢰야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서양철학에서는 이것을 ’무의식‘이라고 칭한다.
   대부분의 종교나 철학에서는. 존재의 궁극으로 규정짓는 이것(영혼, 아트만, 무의식 등)을 하나의 불변의 실체 또는 덩어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석가모니 붓다는 그것을 다시 해체하여 12연기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 해체하여 보니 실체는 없었고 공空이고 무아無我였다라는 논지이다. 불교를 불교이게 하는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업식의 구조(또는 존재의 구조)를 통찰해 보니, 그것은 12연기 단계로 전변하여 구성되어 있었다. 이에 불교가 여타 종교 및 철학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고등 종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무아경』에서는, 붓다는 오온(색· 수·상·행·식)이 ‘나’가 아니라는 것을 매우 쉬운 논리로 설하신다. 오온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기에 ‘무상無常’이며 ‘고통苦’이다.그래서 결론이 ‘무아無我’임을 간단명료한 논리로 전개한다. 그리고 중생의 가장 큰 착각이자 번뇌인 ‘유아有我’에서 해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 대목에서 ‘통찰지로 보아야 한다’라는 말씀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통찰지는 ‘혜(慧 또는 반야지혜)’ 또는 ‘관觀’으로서, 현상의 미세한 전개를 (말 그대로) 통찰하는, 꿰뚫어보는 마음을 말한다.
  석가모니 붓다는 비상비비상처정의 삼매의 경지까지 가고 나서, 그것으로는 “갈애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이유는 ‘통찰지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신다. 이에 ‘삼매와 통찰지’가 밸런스를 이루는 자신만의 방법을 택하시고 결국 무상정등각을 성취하게 되신다. 삼매는 ‘정定’이고 통찰지는 ‘혜慧’인데, 양자를 같이 닦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혜쌍수’라는 수행 방법론이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우리나라 대대로 내려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의 원조는  『대승기신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지관겸수’라고 칭하고 있다. ‘지止’는 삼매에 해당하고 ‘관觀’은 지혜에 해당한다. 이것을 함께 갖추어야 무상의 진리를 보게 된다고 한다. 통찰지에 해당하는 ‘반야지혜’는, 다른 종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불교만의 전유물인데, 이것이 우리를 열반으로 이끄는 열쇠가 된다.

 

  〔2〕〔불교미술〕 <다메크 스투파>와 육계의 비밀

 

  부처님의 형상과 일반인의 형상을 구분 짓는, 대표적 특징은 ’백호·육계·광배‘의 유무有無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육계(肉髻, ushnisha/uṣṇīṣa)‘를 보고 대중들은 단박에 이것이 부처님의 형상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일반인으로부터 깨달은 사람을 구별하는 특징으로 육계(깨달음의 상징)와 (거기서 나오는 깨달음의 빛인) 광배를 차용한다. 육계란 부처님의 정수리에 둥글게 불뚝 솟아오른 형상을 일컫는다. 그 특징은 ‘(1)둥글다’라는 것이고, ‘(2)솟아오른다’라는 것이고, 그리고 ‘(3)회전한다’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형식적 특징을 중심으로, 육계의 비밀을 풀어나가 보자. 

 

(1) ‘둥글다’
머리 위에 솟은 육계의 형태는 반구형 또는 나선형, 삼각형, 불꽃형 등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나선형의 삼각형을 소라형이라고 통상 부르는데 이는 조개류의 소라 모양과 비슷하다는 데에 착안하여 생겨난 용어이다. 이는 형태상으로 ‘원추형圓錐形’이라 할 수 있겠다. 초기 불교미술의 핵심인 스투파 건축의 형식은 반구형이 일반적이다(이하 <다메크 스투파> <다마라지카 스투파> <산치 스투파> 참조). 반구형이든 원추형이든, 중요한 것은, 이들 형식은 기본적으로 ‘원圓’(또는 원형圓形)을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석굴암 역시 원형의 판테온이며 천정은 돔(Dome) 형식이다. 이를 원개円蓋, 궁륭穹隆 등으로 일컫기도 한다.
       

 

 

 

(도판09) <다르마지카 스투파>의 현재 모습. 원형의 기단만 남아있다. 그 주변으로 다시 작은 원형의 스투파들이 둘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솟아오른다’ 또는 ‘분출한다’
솟아오르는 표현은 깨달음의 빛의 분출 또는 우주의 신성한 기운의 분출이다. 이는 오롯하게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수 갈래로 나뉘며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또 직선으로 뻗기도 하고, 나선형으로 돌아나가면서 퍼져나가기도 한다. 그 빛 속에서 원형의 불성佛性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제되어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불교 조각보다는 불교 회화에서 더 자유롭게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는 우주에 편재하는 불성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3) ‘회전한다’
‘회전하는 표현’으로는 먼저, 머리 전체를 휘감으며 소용돌이로 돌아가는 육계의 표현이 있다(도판17, 18, 20). 이를 소라식 또는 소라형이라고 알기 쉽게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나발식’의 육계가 있는데 이것은 마치 머리칼 한올 한올이 모두 돌아가는 형태처럼 표현했기에 이렇게 불린다. 하지만, 실제 머리카락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운이 나선형으로 돌아 나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때 부처님의 머리는 법신(여의주)가 되고 거기에서 나오는 소용돌이의 기운은 보신이 된다. 깨달음과 합일한 부처님의 형상은 이렇게 법신(여의주)과 보신(소용돌이의 서기瑞氣)과 응신(눈·코·입의 사람 형상)이 하나가 된 형식으로 표현된다.

 

위 왼쪽부터 (도판 17),  (도판 18),  (도판 19),  (도판 20),  (도판 21),  (도판 22)
(도판17-22, 24, 25: 인도 마투라, 중국 북위·당·수 시대,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의 부처님 육계 샘플)

 

(도판23) 육계, 인도네시아(자바), 9-10세기, 재료: 금과 크리스탈, 크기: 21x13.3cm, 휴스톤 미술관(The Museum of Fine Art, Houston) 소장. 깨달음의 상징인 여의주와 법계가 연기하는 모습인 나선형 소용돌이의 나발을 볼 수 있다.

 

 

 

 

 

  육계는 부처님의 32상(相) 중 하나인데, 32상이라는 것은 전생의 공덕으로 붓다로 세상에 응신할 때 나타나게 되는 신체적 특징을 말한다.(『32상경』참조) 정수리에 여의주가 올라온 형상으로 표현되는 육계는, 우주와의 완전한 합일을 상징하는 제7차크라가 열린 형상이다. 에너지의 중심인 총 7개의 차크라는 회음부의 제1차크라에서 복부, 명치, 가슴, 목, 미간의 순서로 차례대로 올라와 정수리의 마지막 제7차크라에 이르게 된다. 제7차크라는 사하스라라(Sahasrara)라고 하는데 우주 또는 영적 세계와의 합일점이다. 이것이 열리면 몸에서 빛이 나게 되고, 소위 ‘성자聖者’로 일컬어지는 반열에 들어간다. 제7차크라가 열렸다는 것은 완벽한 깨달음의 상징으로, 어중간한 과정상의 득도가 아니라 완전무결한 득도의 표현이다. 그래서 영적 지도자로서 신뢰해도 되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이러한 완벽한 깨달음은 조형 상으로 ‘여의주’로 표현된다. 즉, 위에 언급한 육계의 기본적 특징 중 첫 번째인 ‘둥글다’라는 특징에 해당한다. 회화로 2차원의 평면에 표현할 때는 원형으로 표현하지만, 조각으로 표현할 때는 (조형 상의 한계로) 반구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원융무애圓融無碍한 깨달음을 표현한 이하의 유명한 문구들을 보면, 모두 ‘둥글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둥글고 오묘한 법” 또는 “고요함도 일으킴도 없이 홀로 둥글 뿐이네”라는 표현에서, 의상조사나 원오선사가 깨달음을 체험했을 때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둥근 오묘한 법을 ‘여의주’로 지칭하는 문구들을 예불문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천수경』 참회진언 중에서 “이 여의주를 만난 이는 반드시 가장 높고 큰 법을 얻으리(우차여의주遇此如意珠 정획무등등定獲無等等)”라는 경문에서 ‘여의주’가 ‘가장 크고 높은 법’을 지칭함을 알 수 있다.  나왕화상은 세상은 ‘여의주의 유희’라는 의미에서 「완주가玩珠歌」를 지은 바 있다. 헤르만 헤세의 명작 『유리알 유희』와도 상통하는 제목이다. 이하에 그 일부를 소개한다.

 

(다음호에 계속) 

 

글ㆍ사진: 강소연(불교문화재학 전공ㆍ중앙승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