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 스님이 금년 4월 30일 동국대학교에 기증한 무불 스님(남성관)의 저서 『제경행상』 상, 하권(사기/私記 필사본)이 선암(이선화) 스님의 논문 ‘신출(新出) 심원사본(深源寺本) 『제경행상(諸經行相)』의 특징과 자료적 가치’로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불교학보》 제88호(2019. 9)에 발표됐다.

 

조선 후기 이래 사찰의 강원에서는 경론을 학습하면서 사기(私記)를 베껴 써서 내려오는 전통이 있었다. 사기는 ‘개인의 사사로운 견해를 밝힌 기록’이라는 뜻으로 경론을 공부하며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해설한 일종의 학습 해설서다.

 

『제경행상(諸經行相)』은 사기의 일종으로, 강원의 이력과정(履歷課程) 가운데 사교(四敎)·대교과(大敎科)에 해당되는 『능엄경』, 『금강경』, 『기신론』, 『원각경』, 그리고 『화엄경』에 대한 행상(行相-교리 및 개념에 대한 설명과 해석), 경전의 대의, 법수(法數)나 과문(科文) 등을 다룬 ‘강학사기(講學私記)’다. 『제경행상』이라는 제목의 책이 언제, 누가 처음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지역에서 빈번히 필사되어 유통되면서 내용상의 가감을 거쳐 현재 몇 개의 이본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연천의 심원사(深源寺) 화산경원(華山經院)에서 1937년에 필사된 『제경행상』(이하 ‘심원사본’으로 약칭)은 무불 성관(無佛性觀, 1907-1984) 스님이 31세에 화산경원 대교반에서 수학할 때 필사한 것이다. 이 ‘심원사본’은 현재까지 확인된 ‘제경행상류’ 가운데 가장 내용이 풍부하고 분량도 서너 배 이상 많으며, 다른 『제경행상』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여러 행상들, 즉 선이나 불교의 핵심적 이론들을 망라하여 수록해 놓았다.

 

이 책이 필사된 장소인 심원사 화산경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활발한 강학활동, 인재양성을 한 곳으로, 이곳 출신의 여러 고승들이 현대 한국불교를 이끈 주축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근대 강원의 역사나 교학 전통의 계승 면에서 특별한 위상을 가진다. 또한 ‘심원사본’의 필사자인 무불 성관은 강학 이력을 거쳐 노년까지 활발한 사경 수행을 하면서 구도자적 삶을 살아간승려였다.

 

 

 

한국불교의 근대사는 현 우리불교와 조계종단에 미친 영향이 지대한데 비해 자료의 발굴과 연구가 미진한 상황에서, 이번 발표 논문에서 본『제경행상』은 타 본 보다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출중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