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겨울은 빛깔이 없어서 삭막합니다. 지난가을 고구마를 캐다가 놔두었더니 고구마 순이 나왔습니다. 그냥 놔두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빈 컵에 물을 채우고 고구마를 담아 방에 놓았더니, 순이 잘 자랐습니다. 이 겨울, 초록 빛깔이 없는 계절에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아래서 고구마 순이 자라고 있으니까 무척 싱그러웠습니다. 그런데 물만 먹고는 못 사는지, 잎이 노래지고 전잎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언인가 비료 기운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마시고 찌꺼기를 삭힌 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차 마신 물을 한 일주일쯤 두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그 물을 몇 숟가락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초록이 다시 진초록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모자라, 마침 집 짓고 남은 황토가 있어서 황토 흙을 물컵에 뿌려주었더니 파랗게 진초록으로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고구마한테 보내는 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산중에서 살아 있는 것은 저하고 나하고 둘뿐이니, 밤에 더우면 물이 증발하니까 물도 보충해 주고, 물만 먹고는 못 살겠다고 하니까 차 삭힌 물도 주고, 그것도 무언인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하니까 흙을 침전시켜 주었더니 매우 건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온 세상을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개인 능력이 적다고 해도 자기 집 안과 주변의 생활공간에서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살아 있는 작은 것에 쏟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더불어 내 마음도 따뜻함으로 채워집니다.

 

 흔히 말하듯 하잘것없는 고구마인데 싹이 돋아나는 것을 조금 보살펴 주니까 그렇게 메아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밖에 나갔다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그 아이가 잘 다녀왔느냐고 문안을 합니다. 그렇게 어딘가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기울일 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갈무리 생각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사시는 권용광 거사님께서 보리수 묘목을 보내주시어 화분에 심었다. 이학종 아우님의 소개로 큰 선물을 받았다. 인도 부다가야에 있는 마하보디사의 보리수 씨앗을 구해와 싹을 틔웠다고 하는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뤘던 그 보리수이다. 선연(善緣)이다. 오는 10월 4일과 5일에 그 보리수 아래 앉아서 묵언하려고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보리수 묘목의 족보를 다음과 같이 적어두었다.

 

 <2016년 2월 19일에 권광용 거사가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뤘던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의 보리수 씨앗을 그곳 관리인의 허락을 받고 네 종자를 구해와 자신의 경기도 블루베리 농장에다 그해 3월에 심었다. 다행스럽게도 2달 후 5월에 네 종자 모두 싹이 텄다. 이후 3년 동안 어린 보리수를 키우다가 한 그루를 2019년 8월 중순 이불재로 보내와 정찬주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한 달 정도 됐는데 벌써 이파리가 네 개나 나왔다. 내 산방에서도 보리수 묘목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을 주니 메아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