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ㆍ문화재 >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11

강소연 | | 2019-09-19 (목) 10:28

다섯 비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과 지도를 받아, 더 이상 태어남이 없는 안락인 최상의 진리 세계를 추구했고, 마침내 그 세계에 도달했다. 그들은 “나의 해탈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최후의 탄생이다. 이제 다시 태어남(再生)의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알고 보았다.
 ―『파사라시 경』

  석가모니 부처님은 도대체 어떤 가르침을 주셨기에, 다섯 비구가 그 자리에서 해탈을 이루었을까? 고타마 싯타르타는 이들(다섯 비구)과 동료였다. 같은 수행을 했고 같은 목표를 꿈꾸었고,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 함께 했던 ‘고행苦行’ 수행이 정답이 아님을 간파한 고타마는, 무리에서 미련 없이 이탈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녹야원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고타마여! 고행 수행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간 사람이 어떻게 성스럽고 거룩한 경지를 얻었단 말이오?’라고 외면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처님이 된 고타마의 설법에 조복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첫 제자들이 된다.

(도판01) <다메크 스투파>는 ‘전법륜轉法輪’의 실상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한 종교미술이다.


  1. 〈다메크 스투파〉, ‘전법륜’의 조형화

  그렇다면, 기존의 수행 방법에는 없던 고타마 붓다 ‘자신만의 길’은 무엇인가? 스스로 터득한 해탈에 드는, 해탈을 사는, 해탈 그 자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섯 비구 역시 그토록 열망하고 노력하였지만, 도저히 이루지 못했던 경지. 기존의 수행방법으로는 타파 불가능했던 경지. 고타마 붓다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는가. 붓다가 찾으신, 불교를 불교이게 하는 (여타 종교에는 없는) 이것은 무엇인가?

(도판02) 다메크 스투파는 기단의 본체 원형 지름이 약 28.5미터이고 높이는 42.60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조형물이다.


부처님 첫 설법지로 유명한 사르나트(녹야원)에서 가장 거대한 조형물은 〈다메크 스투파〉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섯 비구를 해탈시킨, 초전법륜初轉法輪을 행하신 한 바로 그 지점에 세워진 것이 〈다메크 스투파〉이다. 그러니 다메크 스투파는 첫 설법, 즉 ‘초전법륜의 내용을 시각화’한 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초 발굴 당시 마우리아 왕조의 벽돌이 출토되어 창건 시기는 기원전 3세기 아쇼카 왕 때로 추정 된다. 그 후, 굽타 시대에 아름다운 장식을 더했고, 1026년 다시 중수를 했다.(다메크 스투파 현지에 있는 이하 설명판 참조, 도판03)

(도판03) 다메크 스투마 해설판, 사르나트


1026년 당시(팔라 왕조 마히팔라왕 시대)의 기록에는 두 형제가 “다르마라지카〔각주1〕와 다르마 차크라 탑(스투파)를 중수했다”라고 하여 다메크 스투파의 본래 명칭이 ‘다르마 차크라(Dharma cakra) 스투파’였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다르마 차크라는 ‘법륜法輪’을 말한다. 『전법륜경(또는 초전법륜경)」을 산스크리트로 『다르마 차크라 프라바르타나(Dharma cakra pravartana sutra)』(빨리어로는  Dhammacakka-pavattana-sutta)라고 한다. ‘프라바르타나’는 ‘회전한다’라는 뜻이다. (〔각주1〕다르마지카는 또 하나의 스투파인데 규모가 직경 13미터로 다메크 보다 작다. 도판04참조. 다르마지카는 ‘법의 제왕’이란 뜻으로 다메크 보다 3백년 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으로 축조물의 기단이 둘러 있어 스투파 겸 법당의 기능을 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부근에서 굽타시대 <초전법륜상>이 출토되었다.)

  ‘다메크’ 스투파의 본래 명칭, ‘다르마 차크라’ 스투파!

  ‘다메크’ 스투파의 본래 명칭이 ‘다르마 차크라’ 스투파라는 것은, 여기서 ‘다르마 차크라 프라바르타나’ 즉 ‘전법륜轉法輪’의 설법이 행해졌으며, 또 이것을 조형화한 것이 본 스투파라는 것을 말해 준다. 즉, 전법륜의 형상, 법륜이 회전하는 형상을 그대로 말그대로 시각화한 것이다. 우주의 법륜이 돌아가는 신비한 형상은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다르마 차크라 스투파(일명 다메크 스투파)의 전체와 세부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도판04) 1920년 발굴 당시 사르나트 구획 도안


  다메크 스투파는 기단의 본체 원형 지름이 약 28.5미터이고 높이는 42.60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조형물로, 주변으로 8개의 연꽃 잎사귀를 벽면에 돌출되게 나오게 표현하여 그 안에 감실을 조성하였다. 감실 마다 불상이 안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8방향으로 8개의 연꽃 잎사귀, 그 품안에 여덟 불상을 배치한 것은 8정도라는 상징적 진리의 표현과 직결된다고 하겠다.
  초대형 크기의 다메크 스투파의 현재 극히 일부만 남아있는데, 석조의 잔해를 보면(도판05,06) 역동적인 장엄연기莊嚴緣起 문양을 엿볼 수 있다.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조각의 표현을 보면, 잎사귀 넝쿨 같기도 하고, 물보라 같기도 하고, 소용돌이 같기도 한 상서로운 기운이 피어오른다. 모든 생명이 피어나는 기본 단위의 문양인 ‘소용돌이 문양’으로 나선형 회전을 하다가, 거기서 S자 모양의 기운이 뱀처럼 뻗어나오고 급기야 그 줄기에서 꽃도 피워내고 동물도 피워내고 사람도 피워낸다. 생명의 꽃, 우주의 꽃인 연꽃 조각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도판05) 연꽃 잎 사귀 조각 속의 감실. 감실 안에는 불상이 안치되었었다. 8방향으로 있는 8개의 연꽃 잎사귀와 8 불상은 8정도를 상징한다.

(도판06) 역동적인 장엄연기莊嚴緣起 문양


  법계가 ‘연기緣起’하는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 

  연꽃은 불성佛性의 작용을 상징한다. 활짝 만개한 연꽃은, 부처 및 보살님들이 세상을 공덕 장엄한 보신報身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리고 여기에 만자卍字와 같은 기호화된 문양까지 같이 어우러져, 우리를 안팎으로 품고 있는, ‘법계法界가 연기하는 모습’을 장엄스럽게 연출하고 있다.(도판07,08) 바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無常’하게 움직이고 있는 법法의 모습이다. 나를 포함한 삼라만상이 ‘연기緣起-연생 緣生-연멸緣滅의 여정 속의 실상實相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교화의 방편이 있을까. 불교의 문화재를 공부하면서, 경전 못지않게 우리를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매체가 불교미술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불교 경전과 불교 미술은, 불교가 생긴 이래, 교화의 두 축을 이루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도판07) ‘연기緣起-연생 緣生-연멸緣滅의 여정 속의 실상實相

(도판08) 생명의 연꽃에서 기운이 뻗어 나오고, 급기야 꽃도 피워내고 동물도 피워내고 사람도 피워낸다.


  기하학적 문양인 추상적인 패턴을 보면 만자卍字의 변형 또는 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만자는 불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도를 여행하면 다양한 종교 형상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불교·힌두교·자이나교를 비롯한 인도의 여러 종교의 공통적 상징물이다. 산스크리트로 '스와스티카', '스바스티카' 또는 '슈리바차'라고 하고, 한자의 경우 "만(卍)" 혹은 "만자(卍字)", "만자문(卍字紋)"이라고 한다. 이 문양의 기원은 고대 아리아인들의 핵심 전통 문양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곳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문양이다.(도판09) 약간씩 달라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소용돌이 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문양의 기본적 원리이다. 이는 우주가 무상하게 움직이고 있는 본제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가 단전을 관觀할 때나, 차크라가 열릴 때 흔히 확인할 수 있는 형상이다. 이는 마음을 가라앉혔을 때, 또는 깊은 삼매에 들어갈 때,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우주의 본 모습이다. 특히 차크라가 열려 우주와 소통할 때 확인할 수 있는 마음의 대상이다. 

(도판09) 다양한 만자 문양의 샘플
(도안 출처:  httpmedia.tumblr.comtumblr_lo2bxd0YF81qjo4rc.gif)

(도판10) (도판11) 만자의 소용돌이 속의 의상조사 법성개

(도판12)소용돌이의 법계(법성게)를 형상화한 조형물


녹야원 현지에 있는 사르나트고고학박물관에는 이 곳 스투파에서 출토된 파편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외벽의 만자 등과 같은 기하학적 문양과 연관된 유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도판00) 거대한 원형 스투파의 기단부에 남아있는 일부 외벽 문양을 바탕으로, 이러한 환상적인 조각들과 아름다운 불상들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를 장엄했을 것을 상상하면, 그 장엄한 법계의 연기 속으로 빨려 들 것만 같다.

(도판13) 중생이 사는 가상현실 이면의 우주의 본 모습.



  “제법諸法은 인因에서 생긴다”

  1920년 고고학자 알렉산더 커닝햄이 발굴 조사를 했을 당시, 스투파의 정 중앙에서 수직으로 91.4센티 정도의 깊이로 내려간 지점에서 석판(6-7세기)이 출토되었다. 여기에는 브라미 문자로 “YE DHARMA HETU PRABHAVA HETU…"라고 쓰여 있다. (이상 기록, 다메크 스투파 해설 도판03 근거) 이는 “제법諸法은 인因에서 생긴다”라고 뜻으로, 붓다가 이 장소에서 다름아닌 ’연기법緣起法‘을 설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글ㆍ사진: 강소연(불교문화재학 전공ㆍ중앙승가대학 교수)


<필자 소개>

강소연 : 중앙승가대학(불교문화재학) 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조계종 국제위원, 문화창달위원회 위원, 전통사찰보존위원회 위원 등. 30년 간 오로지 불교문화재를 연구한 베테랑 학자. (경력)홍익대 겸임교수(10년 근속),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BK연구원,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조선일보 전임기자, 대만 국립중앙연구원 역사어언연구소 장학연구원, 교토대학 대학원 연구조교 역임. (수상)일본 최고 명예학술상 ‘국화상’ 논문상, 불교소장학자 ‘우수논문상’. (저서)『명화에서 길을 찾다-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시공아트), 『사찰불화 명작강의』(불광출판사),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부엔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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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다투 2019-09-19 1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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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은 법계가 연기하는 모습이다!!!!!
정말 간단 쉽네요.
대단하십니다.

합장 올립니다.()()()
김봉섭 2019-09-20 17:29:54
답변  
경주박물관대학 강의들은 김봉섭입니다.
안녕하셔요. 교수님 강의가 많이 달라지셨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는데요. 임종 직전에 반대 이성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것, 문의드리고 싶습니다.
강소연 2019-12-19 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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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혜거 큰스님의 법문 참조하시기를
추천드리고요.
사대가 흩어지는 죽음의 순간에는
살려고 발버둥치는 마음이 치성합니다. 생존욕구의 발현 중에 가장 끈질긴것이 성욕입니다. 집착하는 마음이 대상이 생기면 더욱 거세지겠지요.
보리수 2019-09-20 22: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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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시대  초전법륜상이
이 스투파에서 나온 건카요
작가님
이상서 2019-09-20 22: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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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교수님
명현 2019-09-25 18: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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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마음 속에 있다. 한마음 속에 모두가 있다.
바람따라 2019-09-26 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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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같은 돌아가는 벽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요
한국인가요
기림사 2019-10-05 10: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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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화엄경 80권을 그림 하나에 담았다? 가능한 일일까. 경북 예천 용문사에 가면 ‘그 어렵다는 일을 해낸’ 불화를 볼 수 있다. ‘화장찰해도(華藏刹海圖)’다.

 “화엄경의 방대한 가르침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으려면 경전 80권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불교미술 관련해서 강소연 교수의 '사찰불화 명작강의' 참고하시면 됩니다.
불광 2019-10-17 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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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불화 명작강의의 저자, 강소연 선생님이 직접 책의 내용을 소개하시는

영상입니다. 평소 보기 어려운 여러 귀한 불화작품들을 책 한 권에서

만나는 건 큰 행운이 아닐런지요. 특히 쌍계사 노사나불도는 저자분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불광출판사
민준님 2020-01-06 13: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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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항상 염주를 만면서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잘 되기를 기원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 할머니께서 가지신 종교는 불교였다. 내가 사는 곳에는 천년고찰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가 있다. 부석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부석사 당간지즈, 무량수전과 배흘림기둥이지만 이 책에 언급되고 있다시피 조사당 벽화를 빼놓으면 안된다. 고려 불화 162점 모두 해외로 반출된 현 시점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가 바로 조사당 내에 있는 6점의 벽화이기 때문이다.
해바라기 2020-03-01 15: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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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 첫 소개 인사하고
이번 학기는 정말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 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훌쩍
다 지나간걸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한 한 수업
허공에 뜬 이야기들이 아니라
현장 연구에서 오는 실질적 내용과
치열한 수행을 통해 그것을 불교미술에서 확인하신
모습.
교수님 수업은 항상 경전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디어서도 배울 수 없는
가르침. 그리고 겸손하심. 힝싱 저의 사부님이십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주신 소중함.
몸소보여주신 그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남해 2021-03-20 1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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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교수님  불교미술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글, 고맙습니다.
쁘레시 2021-06-19 1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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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모습이 불교미술이닷!!!!!!!! 사두사두사두
지명 2023-01-31 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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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몬지
아! 그렇구나 라고 알게되어요
캄솸다 교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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