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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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루의 사라 나무가 짝지어 서 있는 사이에 부처님은 자리를 펴게 하셨다. 그 곳에서 조용히 열반에 드시려는 것이다. 부처님의 상수시자(常隨侍者)로 뽑힌 뒤 줄곧 가까이 모시면서 스승의 전법을 도운 아난(阿難)은 “생한 자는 반드시 멸한다”는 가르침을 스승으로부터 수 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막상 열반에 드시려고 하자 복받치는 슬픔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는 으슥한 곳을 찾아가 땅을 치면서 크게 소리쳐 울다가 다시 부처님 곁에 돌아와 흐느낌을 억누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러한 아난의 슬픔을 잘 알고 계셨다.

“아난아, 너는 참으로 희유(希有)한 미덕을 갖고 있음을 아느냐. 네가 사람들 속에 있으면 무언지 모르게 부드러운 분위기가 그곳에 감돌고, 사람들은 모두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너는 참으로 희유한 미덕을 지니고 있느니라.”

우리는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들 속에는 가끔 이렇게 아난과 같이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이가 있다. 남보다 앞서 나가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자기 분수를 알고 그것에 순박한 정열을 쏟고 있다. 그러한 사람을 만나면 차라도 한잔 나누고 싶은 정이 든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대하기만 해도 압박감을 주는 강인한 인상들도 있다. 대개의 경우 그러한 사람들은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출세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리를 위해서는 접근에 실패하는 일이 없고, 별 볼일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면 거들 떠 보려고도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 우리는 우선 자신의 심리부터 반성해 본다. ‘어떤 편견이나 열등의식 또는 피해망상증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이 주는 그 매서운 인상은 아무래도 부드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두 부류의 사람을 흔히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각자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중에서 자기 자신은 과연 어떤 쪽의 인상을 남에게 주고 있을까. 혹시 후자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지는 않나 하고.(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