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禪家龜鑑)>은 조선 시대의 고승 청허 휴정(淸虛休靜, 1520~1604)이 지은 대표적 저서다. 이 책에 따르면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이며,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선이고, 말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교’라고 하면서 선에 이를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돈오(頓悟)와 점수(漸修)를 모두 아우르는 통불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선 수행을 강조하면서도 여타 수행법이나 공부법의 중요성과 요긴함을 두루 인정하는 것, 이것이 <선가귀감>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라는 대전제도 그렇거니와, 한국선불교 전통에서 비교적 경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계행의 중요성을 <선가귀감>에는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휴정은 “만일 계행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는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는가?”라고 지계의 가치를 역설한다. 진언을 외우는 것의 진가에 대해서도 휴정의 설명은 적확하다. “진언을 외는 것은, 금생에 지은 업은 비교적 다스리기 쉬워 자기 힘으로 고칠 수 있지만, 전생에 지은 업은 지워버리기 어려우므로 신비한 힘을 빌리려는 것이다.”라고 언급한다. 왜 진언이 필요한가에 대한 매우 요긴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염불에 대한 휴정의 시각 또한 탁월하기 짝이 없다. “염불이라 하는 것은 입으로 하면 송불(誦佛)이고, 마음으로 할 때 비로소 염불이 된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를 닦는데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인가!”라고 일갈한다.

 

<선가귀감>의 구성은 경전의 가르침 위에 곧바로 깨닫는 바른 문(悟門)과 깨달음 뒤에 다시 발심해서 만행(萬行)을 닦아야 하는 법을 밝히고, 교문(敎門)은 오직 한마음(一心法)을 전하며 선문(禪門)은 오직 깨달음(見性法)을 전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여,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는 참된 길 제시로 요약할 수 있다.

 

<선가귀감>은 조선 명종 19년(1564, 휴정 45세)에 금강산에서 글이 완성되었고, 그 뒤 묘향산 보현사(普賢寺)에서 간행되었다. 책 이름 그대로 선가(禪家), 즉 참선공부를 하는 수행자들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50여 종의 경전과 어록(語錄) 등을 참고로 체계적으로 정연하게 엮어 놓았다. 전체를 한 권으로 묶어서 편(篇) 장(章)을 따로 분류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내용의 성격상 다음의 다섯 갈래로 나누어 그 사상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원리론(原理論)이다. 일물론(一物論) 또는 직거본분론(直擧本分論)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워서 일찍이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이름도 모양도 없는 하나의 진리 본체를 들고 있다. 둘째는 불조론(佛祖論)이다. 부처님과 조사(祖師)에 대하여, 그 출현의 의의(意義)와 그 불조(佛祖) 자체를 논급하고 있다. 셋째는 선교론(禪敎論)이다. 선과 교의 정의(定義)와 깊고 얕음과, 선과 교의 차이 및 선의 특수성 등을 다루고 있다. 넷째는 실천(방법)론이다. 여러 가지의 공부하는 실제 방법을 자세히 보여 주고 있다. 다섯째는 결론 부분으로 본분(本分: 진리 본체)확인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진리세계를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가귀감>은 ‘한국 선(禪)의 교과서’로도 일컬어진다. 이 책이 한국 선의 교과서로 불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이 책이 당시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의 자세와 승풍을 바로잡고 정진과 교화를 당부하기 위해 집필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선불교에서 <선가귀감>의 비중은 엄청나다. 그러다보니 <선가귀감>을 해설하거나 풀이한 책들은 엄청나게 많다. 불교계 방송 등을 통해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 스님, 월호스님도 선가귀감 해설서를 지난 2010년 <할!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났도다>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월호스님이 거의 10년 만에 이 책의 개정판을 <월호스님의 선가귀감 강설>(조계종출판사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괴로움과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그들의 마음공부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내용을 크게 보강하고 다듬어 개정판을 펴낸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원문의 구절은 월호스님 특유의 명쾌한 문체로 풀어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가귀감> 주석서나 해설서는 차고 넘친다. 그만큼 빼어난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주석서나 해설서가 다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독자들의 근기에 맞춰 선택해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월호스님이 이번에 펴낸 선가귀감 강설서 <월호스님의 선가귀감 강설>은 한문을 과감히 생략하고 한글로 풀어 쓴 강설서이다. 늘 대중과 호흡하면서 대중의 눈높이를 잘 파악한 강사출신 스님답게 보다 쉬운 문장으로, 명료하게 책의 요체를 잘 강설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