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스님의 불교행복론 50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 혹은 인토(忍土)라고 한다.
참고 살아야 하는 땅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부자건 가난하건 지위가 높건 낮건 간에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중생들은
어떻게 이런 고통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보리도 차제광론(菩提道次第廣論)’에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그런데 왜 참아야 하는 것인가.
또 어떻게 참을 것인가.

 

타인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이유가 없이 괴롭힐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유를 찾아 반성한다.
그다음에는 괴롭힌 사람을 가엾게 여긴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 식량을 빼앗겨 굶주리게 되었을 때,
먼저, 과거에 내가 누군가의 식량을 빼앗은 일이 원인이 되었음과
도둑이 아주 굶주렸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도둑을 가엾게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저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도둑질을 할까.

 

설령 부자가 99섬에 한 섬을 더 채우기 위해 도둑질을 했더라도
가진 재산은 부자일지 모르지만
실은 마음이 항상 굶주리고 쪼들리니 도둑질을 한다.

 

얼마나 쪼들리며 핍박을 받았을까.
이렇게 불쌍히 생각한다.

 

또 한발 더 나아가면 괴로움을 즐거이 받아들여야  한다.
괴로움이 많은 세상에서 잘 살도록 훈련시켜주는 것이니 고맙다.
마치 괴로움을 이기는 예방주사를 맞도록 해주니 고마운 일이다.

 

괴로움에는 공덕이 있다.
즉 조그만 고통을 참으면서 참아내는 수행을 하면
많은 괴로움도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 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매는 힘든 괴로움을 이겨내면
가을에 굶주리는 괴로움이 없어진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면
“원래 괴로움도 인연(因緣) 따라 생긴 것이니
괴로움에는 자성(自性)이 없어 괴로움과 즐거움이라고 할 것조차 없다.”

 

괴로움을 만날 때 마음을 담담히 가지고 상대방을 잘 관찰하여
위와 같은 순서로 잘 받으면 고(苦)가 바로 수행을 돕는 큰 스승이 된다.

 

이를 깨치면 모든 고(苦)와 락(樂)이 사라진 적멸(寂滅)의 경지에 이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