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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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장명확

서구학자의 불교 이해

현대의 비교종교학은 여러 종교를 관용적 입장에서 깊이 이해하고자 할 때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여러 종교에 대한 비교적 연구는 애초에 동서의 길이 열리면서 기독교가 세계의 다른 종교와 만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한 호교(護敎)적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문의 객관적 연구에 대한 시대적 요청은 그러한 호교적 입장을 지양하여 모든 종교를 다 같이 인류가 발생시킨 문화 현상의 하나로 보고, 그것을 역사적으로(宗敎史學) 또는 현상학적으로(宗敎現象學) 연구하는 방법들을 도입케 하였다. 따라서 현대의 비교종교학은 신뢰할만한 공정성을 지니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 봐서는 아직도 깊은 연구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가 없다.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연구 성과가 요즘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서구학자들에 의한 그러한 연구를 불교 쪽에서 볼 때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윈스턴 킹(Winston L. king)의 예를 들어보자. 오랜 역사적 분리 때문에 빚어진 불교와 기독교의 대립적(oppositons)차이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궁극적 실체(ultimate reality)에 대해서 : 기독교는 그것을 세계를 창조하고 유지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거룩한 인격을 갖춘 신(God)으로 본다. 그러나 불교는 그러한 신을 인정하지 않고, 인과율(因果律)에 지배되는 ‘비인격적 과정(impersonal process)'으로 보고 있다.

(2) 세계사의 의미에 대해서 : 기독교는 신의 섭리에 의해 예정된 목적을 갖고 세계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셰계를 끝없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반복으로 보고, 인간은 그러한 세계를 개변할 수 없으며 다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열반을 구해야 한다고 설한다.

(3) 인간성에 대해서 : 기독교는 인간의 본질로서 인격적인 개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불교는 그러한 영혼(soul)을 인정하지 않는 무아설(無我說)을 주장하고 있으며, 인간의 자아라고 말할 수 있는 오취온은 죽음과 함께 분산되어 세계의 변역과정에 속해 버린다. 인간의 생사윤회는 업력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무아설에서 볼 때 이상한 설이며, 힌두교의 영향으로 보인다.

(4) 구원(salvation)에 대해서 : 기독교에서 인간은 신의 뜻을 어긴 죄인으로 보기 때문에 오직 신의 은총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일 뿐, 죄에 대한 참회보다는 지적인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

(5) 수행방법에 대해서 : 기독교 수행은 신앙(worship)을 주축으로 삼고 있는데, 그러한 신앙의 가장 특징적인 형태는 기도(prayer)라고 말할 수가 있다. 찬송 참회 감사 기원 등이 기도의 여러 가지 모습이다. 불교에서는 그러한 기도의 대상이 없다. 붓다는 신이 아니며, 열반 또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가치에 불과하다. 불교 수행의 기본적인 것은 개인적인 명상인데, 자아를 구성요소로 분석하고 모든 중생을 평등한 자비로 보는 관법(觀法)이다.

(6) 윤리적 태도에 대해서 : 기독교는 구체적이고 활동적인 윤리관을 갖고 실제적인 인간생활에 깊은 관심과 참여를 보인다. 진실 정의 사랑이 강조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모든 세속적인 것에 대한 ‘무집착(detachment)'과 인간적인 감정을 배제한 ’평정(equanimity)'이 중시되고 있다.

(7) 적극성과 소극성에 대해서 : 기독교는 긍정적이고 불교는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러나 불교 측에서 볼 때는 아직도 미진한 것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궁극적 실체를 불교에서 ‘비인격적 과정’으로 본다는 것은 소승불교의 유부(有部) 교학에서 하는 말이지 석가모니의 근본 뜻은 아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성불(成佛)에 있는 것이지 해탈 열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삼승을 설하고 열반을 설하는 것은 일시적 방편이요 화성(化城)에 불과하다고 법화경은 역설하고 있다.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함은 오직 사람들에게 불지견(佛知見)을 얻기 위함이다.’<法華經> 그리하여 모든 불자에게 불국(佛國)을 건설하고 중생을 교화할 지상사명(至上使命, 授記)이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무아설은 윤회설과 모순하고 있지 않으며 참다운 자아에 이르기 위한 ‘거짓 나’의 부정이다.

불교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웬스텐 킹의 견해 또한 미진하다. 불교 윤리는 선악(業說)에서 정사(正邪)로 심화되고(四諦, 八正道說), 정사에서 다시 자비로 심화되고 있다. ‘무집착’과 ‘평정’을 최고 미덕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윈스텐 킹은 그가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분명히 소승불교에 입각하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