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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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범부와 정토신앙

본원력(本願力)과 염불

정토교는  정토에 왕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 목적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 정토교에서는 그것을 부처님의 본원력에 의한다고 한다. 원시불교에는 업설에 입각한 생천설(生天說)이 있었다. 인간보다 상위의 천상에 태어나려면 보시 지계를 비롯한 십선업(十善業)을 닦아야 한다. 정토교의 정토왕생은 원시불교의 이러한 생천설에 기원을 둔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그와는 달리 부처님의 원력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본원이란 부처님이 발심 때 세우는 서원을 가리킨다. 그러한 서원 속에는 자신의 깨달음을 기어이 실현하겠다는 자리(自利)적인 것이 주가 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에게도 깨달음을 얻게 하자는 이타(利他)적인 서원이 동시에 세워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이타적인 서원이 자리적인 서원보다도 우위를 차지하여, 지장보살처럼 지옥중생을 다 제도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고, 아미타불처럼 부처의 깨달음이 극한 상황에 처한 중생이라도 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취하지 않겠다는 서원이 있을 것이다. 본원력의 의한다는 것은 불 . 보살의 바로 이러한 이타구제(利他救濟)적인 원(願)의 힘에 의한다는 말이다.

부처님이 그러한 본원력이 사상적으로 주의를 받게 되면서 정토계 경전에는 부처의 본원의 수가 점점 불어나고 있음을 본다. 즉 아촉불국경에는 이십원(二十願), 평등각경(平等覺經)에는 이십사원, 무량수경에는 사십팔원(범본에는 49원) 이러한 사실은 미타정토에 관한 교설이 경전상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오는가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러한 발전의 최고 단계에 있는 무량수경의 원(願)에 의하면 죄악범부를 어떻게라도 구제하려는 원심(願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본다.

정토사상가들은 미타의 이러한 사십팔원(四十八願) 중에서 특히 제십팔원(十八願)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내용은 “시방중생이 지심신락(至心信樂)하여 내 나라에 생하고저 하며 내지 ‘십념(十念)’하되 만일 생(生)하지 않는다면 정각을 취하지 않겠노라”는 것이다.

정토사상가들이 이러한 내용의 제십팔원을 미타 본원 성취의 참다운 정신이라고 하며 중요시하는 것은, 정토교의 목적이 정토왕생에 있고 그런 왕생에 있어서 범부에게 가장 알맞은 길은 이 제십팔원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임종과 같은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도 정토왕생을 바라는 십념(十念) 정도는 할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무량수경에는 이 십념설이 다시 더 죄악범부를 구제하려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무량수경에서는 제십팔원에 ‘오역(五逆)과 방법(謗法)을 범한자는 제외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관무량수경에는 오역죄는 허용되고 있으며 십념(十念)도 ‘나무불(南無佛)’ 열 번 외는 ‘십성(十聲)’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토왕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큰 죄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지심으로 참회하여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이라도 염하면 왕생할 수가 있다. 그것은 자력으로가 아니라 미타의 본원력에 의한 것이다. 비참한 죄악감 속에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부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