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고요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단체 ‘고요한 소리’가 창립되던 해인 1987년 5월에 펴낸 책 <영원한 올챙이>(고요한 소리 펴냄)는 손바닥 크기에 72쪽의 아주 작은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명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엠 오 시 월슈’가 짓고 ‘강대자행’이 우리말로 번역한 이 책은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와 함께 세상에 나온 이래 오늘날까지 꾸준히 수많은 불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다.
 
책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에 대한 소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고요한 소리는 “부처님 그분의 본래 가르침을 되살려 궁구하고, 실천하고 선양”하기 위해 지난 1987년 회주 활성스님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활성스님은 1975년 통도사 경봉스님 문하에 출가한 이래 제방 선원에서 정진했고, 현재는 지리산 토굴에서 정진 중인 선지식이시다. 활성스님의 원력에 따라 근본불교 빠알리(PĀLI)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역경사업을 발원하면서 출발한 고요한 소리는 1992년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본격적인 경전 번역의 준비를 위해 스리랑카의 불자출판협회(Buddhist Publication Society)에서 근본불교의 소개를 위해 펴낸 출간물 중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엄선해 번역하고 출간해왔다.

 

<영원한 올챙이>는 고요한 소리가 펴낸 책 가운데 마수걸이에 해당하는 책이다. 마음을 맑게 하는 ‘고요한 소리’ 도서 가운데 ‘보리수잎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작고 얇지만 천둥 같은 울림으로 불자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활성스님이 <영원한 올챙이>를 첫 발간서로 정한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올바르게 불교를 알리기 위해 가장 적합한 내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책에 실린 내용은 영국에서 나오는 불교잡지 <상가(Sangha)>에 따로 따로 실렸던 네 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영원한 올챙이’, ‘일상생활과 팔정도’, ‘자기를 구출하자’, ‘좌선하지 않고 참선하는 법’ 등 총 4편의 글이다.

 

첫 번째 챕터 ‘영원한 올챙이’ 편은 멕시코에 서식하는 도롱뇽 가운데 ‘액서러틀’이라고 부르는 특이한 종류의 도롱뇽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악조건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 기이해지고 말았다. 즉 성장하지 않고 올챙이의 상태 그대로 번식하는 특이한 방법을 터득해 결코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게 된 ‘영원한 올챙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현상이 오직 도롱뇽 올챙이에만 해당하는 일일까? 인간 세상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올챙이가 올챙이를 낳고, 그 올챙이가 다시 더 많은 올챙이를 낳듯이, 미성숙한 인류가 끝없이 번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 올챙이는 도롱뇽 올챙이처럼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멋있고 다정하며 놀라운 자질들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하이에나의 정나미 떨어지는 몰골에다 굶주린 상어의 식탐까지 겹친 꼴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낱낱의 인간 올챙이는 그 자신이 마음을 수련하여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성장해야 한다. 완전히 성숙한 인간만이 깨달은 인간이다. 불교는 이 완전히 성숙한 인간, 깨달은 인간(아라한)을 배출하는 한 방법이다. 아라한은 인간을 세속 사물에 묶는 열 가지 족쇄를 부수어 버림으로써 일체의 갈애와 무지를 극복해 다시는 생에 들지 않게 된 사람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과 팔정도’ 편에서는 일상에서 불교를 참되게 실천하는 길이 팔정도를 온전히 밟아나가려는 양심적인 노력임을 제시한다. 다만 어떤 것이든 수행이나 불교적 실천에 들기 전에 불법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단호하게 강조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팔정도를 5근(五根)과 3학(三學)과 견주어 쉽고 명쾌하게 해설함으로써 팔정도에 대해 여전히 막연한 다수 불자들을 일깨운다.

 

‘자기를 구출하자’ 편에서는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성인(아리아)의 네 가지 단계, 즉 예류(수다원), 일래(사다함), 불환과(아나함), 아라한과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도와 과, 그리고 열반을 성취하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불교에서 제시하는 수행이 결코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체계적이고 분명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음을 알려 준다.

 

마지막 ‘좌선하지 않고 참선하는 법’ 편에서는 ‘정념(正念)’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오직 주시하는 것,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가능한 한 자주, 소위 나라고 불리는 이 우스꽝스러운 정신물리학적 부스러기들의 집합체가 현재 이 순간에 실제로 무엇을 좇고 있는지 주시하라. 이렇듯 주시하는 습관을 붙여라. 그러면 상당한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믿을 수 없으리만큼 높은 경경지에까지도.” 

 

아라한에 도달하는 길, 즉 수행은 남녀, 출·재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런데 수행의 길은 곧바르지만 험준하다.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쉬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유혹하는 황홀한 곁길이 골고루 나타난다. 경험 많은 안내자의 도움이 없다면 길을 잃고 말 위험성이 십중팔구다. 그래서 승가를 필요로 한다. 하여, 이 책의 저자 월슈는 외친다. ‘세계의 올챙이들이여, 단결하라! 당신들이 잃을 것이라곤 당신을 묶고 있는 족쇄뿐이다.’

 

이 책은 불교가 어렵지만 올바르게만 접근한다면 어려울 까닭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어려운 불교는 없으며, 어렵게 느껴지는 불교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불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가장 진지하고, 보람 있으며, 곧바르고, 유용한 길, 바로 부처님께서 걸었던 옛길을 만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