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 스님의 불교행복론 46

 

 

 

중국의 묵선 선사(默仙禪師)에게 한 신도가 찾아와서
 ‘자기는 부자인데 부인이 몹시 인색하여 사람들에게 베풀 줄도 모르며,
동전 한 닢도 아까워서 쓰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래서 스님은 그 신도의 집에 찾아가서
부인 앞에서 한쪽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스님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부인이 의아해서 묻자 스님은 대답했다.
“가령 제 주먹이 이렇게 꽉 쥐어진 채로 영원히 펴지지 않는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그거야 물론 기형(畸形) 이지요.”

 

스님은 다시 손을 펴 보이면서 물었다.
“그럼 주먹이 이렇게 펴진 채로 다시는 오므라지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그것도 역시 기형이지요.”
“바로 이 점을 깊이 이해하시면,
아주 어질고 현명한 내조가 되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그 뜻을 알고 절약과 베풂을 모두 잘 하게 되었다.

 

부자를 많은 생산을 하는 현대문명에 비유하고
쓰지 못하는 부인을 부를 축적한 소수의 부자에 대비하고
남편의 답답한 괴로움을 풍요 속에 고통을 받는 많은 대중에 대비한다면
상당히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개인과 사회의 경제적 계층 간의 관계에서도 참고할 만한 비유이다.
기형이 되면 괴롭다.
기형이 아니어야 행복한 것이다.

 

돈을 버는 이유는 쓰기 위해서이다.
쓰지 않을 부의 축적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돈을 벌지 않으면 의미 있는 회향 즉 소비는 불가능하다.
 
‘소비를 해야 한다. 절약을 해야 한다’든가,
‘매를 때려야 한다, 때려서는 안 되고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욕심이 있어야 무엇인가 이룰 수 있다,
탐욕을 버려야 편히 살 수 있다’ 등
여러 가지 상반되는 가르침들이 각각 논리 정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어떤 말이 옳은 것인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답이 바로
묵선 선사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보살이 기도를 열심히 했는데도
몸도 아프고 여러 가지 장애가 많다고 호소해 왔다.

 

그분은 기도를 하여 공덕 쌓을 줄만 알았지,
공덕을 남과 함께 나누는 회향발원을 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이 보살님은 기도 후 회향발원을 하며
아픈 몸도 좋아지고 많은 장애가 사라졌다.
  
즉 회향이 없어 괴로움이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도를 함에 있어서도 공덕을 남과 나누는 회향이 없으면
그 공덕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

 

수행자 역시 수행공덕을 쌓고 남에게 베풀지 않고
남을 가르치지 않아 함께 나누지 않는다면
이 역시 기형에 속한 것이다.

 

손을 자재로 쥐고 펴듯이
모든 일에 있어서 쥐고 펌을 자재로이 하면
편안함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항상 막혀서 괴로움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 또한 쥐고 폄을 자재롭게 할 수 있는
지혜를 강조하는 것이다.
쥐고 폄의 자유자재함의 행복이 모두에게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