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각을 대웅전 왼쪽에 세웠습니다. 종각이나 종루가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 전에 보는 전각임을 생각하면, 세심사는 절터가 넓지 않아 대웅전 곁에 두었지 싶습니다. 한 칸짜리 사모지붕의 범종각은 이름 그대로 불전사물 중 범종만 걸려있습니다. 세심사에서 울려주는 종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 그만한 범종을 걸기에 넓거나 높지도 않은 크기의 범종각입니다.

 

 

 

큰 범종을 마주할 때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것이 천판 위에 올려있는 음통과 용뉴였는데, 세심사 범종은 까치발을 하지 않고서도 이들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유곽 사이에는 범종을 봉안한 시기가 새겨졌고, 당좌 위와 옆에는 범종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범종에서 나오는 소리는 불사에 참여한 시주자에게 부처님의 법문으로 들렸을 테고, 지옥에서 하늘까지 있는 모든 중생들을 깨우치게 하는 소리로 멀리멀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대웅전은 정면과 측면이 각각 세 칸이지만 칸 사이가 넓지 않았고, 정면도 어간만 3짝의 문을 달았을 뿐 좌우 협칸은 2짝인 작은 전각입니다. 맞배지붕 집이어서 측면에는 문을 두지 아니하였습니다.

 

 

 

불단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240호로 지정된 소조여래좌상이 봉안되었습니다. 불상을 진흙으로 조성하면 다른 금동이나 철 등의 소재로 빚는 것보다 적은 재원과 공력으로 크게 조성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크기가 대웅전 크기와 걸맞지 않게 너무나 커서 ‘다른 절에서 모셔 온 부처님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훼손될 수 있는 소조 불상이고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때문인지 유리장 안에 모셨는데, 부처님께서 좁은 유리장에 갇혀 계신 것처럼 보여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풍만한 얼굴에 육계와 나발, 백호는 명확하였지만 삼도는 나타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어깨선과 같이 통견인 법의도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옷 선도 가지런히 무릎으로 내려졌습니다.
안내판에는 “감마선 촬영을 한 사진을 보면 불상 표면에 균열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나무에 덧붙인 흙이 갈라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조선 후기의 소조불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것이다”고 쓰여 있듯 균열은 내부에만 생긴 것으로, 그 위에 바른 천과 옻칠 그리고 여러 번 이루어졌을 개금불사 덕분에 실제로 보이는 외부는 매끄럽기가 그지없습니다. 불모의 솜씨와 정성으로 조선 후기에 빚은 부처님이 아니라, 방금 빚어낸 부처님으로 보였습니다. 

 

 

이리저리 옮기며 불상의 면면을 보고자 했지만, 대웅전 앞면의 창호가 그대로 비춰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자세히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부처님 좌우에 협시하는 보살과 제자가 없어 쓸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서 그랬던지 부처님의 얼굴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뒤에 걸린 영산회상도에 그려진 광배(두광과 신광)가 부처님을 작게나마 받쳐주고, 사천왕과 여러 불보살과 제자들로 인하여 부처님의 위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왼쪽에는 작은 화폭의 신중도가 걸려있는데, 이 신중도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제 192호)로 지정되어서 유리장으로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통상 보아 온 신중도와 다르게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형태의 작은 화폭으로 제작되었는데, 녹색 색상이 진하고 가득해 탱화 전체가 어두웠습니다.
상단 중앙에는 화려한 보관을 쓴 팔부신중의 우두머리인 제석천이 합장을 하고 정면을 바라보는데, 풍채에는 위엄이 서렸으나 두광과 신광이 어두운 녹색이어서 ‘빛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제석천 좌우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동자와 시중드는 동자가 서있고, 동자들 밑으로는 비파 등을 연주하는 천인과 권속인 판관들이 시립하고 있습니다. 제석천 광배 뒤에는 다른 신중도처럼 병풍을 그렸지만 화폭이 좁은 것을 의식해서인지 활짝 펼치지 않아 옹색함을 느꼈습니다.

 

 

 

제석천 아래에는 새의 긴 깃털로 장식한 투구에 갑옷 입은 위태천을, 그 주변에는 용과 아수라며 가루라 등이 그려졌습니다.
여러 절에 걸어놓은 신장도가 자신의 힘과 위력을 자랑하듯 어깨에 잔뜩 힘을 넣은 신장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비해, 세심사 신중도는 화폭이 작은 만큼 불교를 수호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엘리트 신장들만 그렸다는 생각입니다.

 

 

대웅전에서 영산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오른쪽에 2기의 부도가 나란히 세워져있습니다.
세심사가 ‘백제 때 창건되어 자장율사가 증창하였다’ 전해지고, 조선 후기까지 신심사(神心寺)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부도가 경내에 세워졌을 까닭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도는 일주문 앞 또는 경내를 벗어나 암자를 행하는 길가에 군락지어 세워져있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궁금증은 세심사로 오르는 길가에 3기의 부도가 있었으나 그 중의 하나인 “세심당(洗心堂)” 부도를 도둑맞아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사실로 풀렸습니다.

 

 

 

부도는 많은 수행을 하신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으로, 크기만 작을 뿐이지 부처님 사리를 모시는 탑과 마찬가지로 지대석 위에 기단부 ․ 탑신부 ․ 상륜부로 이루어지는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2기의 부도는 지대석 없이 사각형 돌을 오목하게 깎아 쇠시리 모양을 낸 기단부에 원구형 모양의 탑신을 세웠고, 상륜부는 대웅전 앞 다층탑의 지붕돌과 같은 모양으로 다듬은 지붕돌을 올린 다음에 보주를 올렸습니다. 탑신이 통통한 부도는 보주 두 개를 올린 모양을 하고 있으나, 탑신이 길쭉한 부도에 얹은 보주는 조각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을 올려놓은 듯한) 생김 탓에 제짝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김새만으로 제짝을 찾으면 안 된다는 듯, 보주에 켜켜이 자라난 돌이끼와 지붕돌에 붙은 돌이끼가 똑같아서 제짝으로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2기의 부도 탑신에는 내려쓰기로 “송매당(松梅堂)”이라 새겨져 또 다른 궁금증을 일으키게 합니다. 송매당이라는 법호를 가진 큰 스님 두 분이 신심사에서 수행을 하시지 않았을 터이고, 한 분인 송매당 스님의 부도를 2기나 세웠을 까닭도 없기 때문입니다. 탑신의 뒤쪽 흘러내린 흔적에 어떤 명문이 새겨진 것처럼 보이나 축대와 틈새가 좁고, 마모되어 읽을 수 없어 더욱 궁금증만 커졌습니다. 
 
이 부도를 보면서 아쉬운 것은 “세심사”라는 절 이름이 있게 한 “세심당” 부도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세심당 부도가 세워져 있었다는 것은 이 절에서 수행을 하신 세심당이라는 법호를 가진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 제자들이 ‘은사스님의 덕을 기리고 받들고자 부도를 세웠다’는 뜻입니다.
불교는 불 ․ 법 ․ 승 삼보로 이루어졌고, 예나 지금이나 스님은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고 사후에도 그렇습니다. 없어진 부도는 세심사의 소유물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불자들의 깨우침을 도와주는 성스러운 보물이기에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소유하는 것은 잘못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어떤 분께서 어디에서 어찌어찌 갖고 계신지 모르겠으나, 그곳은 인연이 아니니 있던 곳에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세심당 부도가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세심사라는 것이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