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ㆍ예술 > 이학종의 ‘불교명저 산책’
선과 시의 앙상블, 최고조 宋문화로 꽃피다
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9-05-01 (수) 04:15
<송시의 선학적 이해> 박영환 저
“시인들에게 ‘선(禪)’이라는 ‘절옥도(切玉刀)’가 있었기에 이선입시(以禪入詩), 이선유시(以禪喩詩)로의 원융이 가능하였다. 선적인 사유로 지혜로움이 원활해져 상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기에 당시(唐詩)와는 다른 새로운 송시(宋詩)의 특징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선, 송시를 밝히다’라는 부제를 단 역저 <송시의 선학적 이해>(운주사 펴냄)가 출간되었다. 운주사의 학술서적 ‘프라즈냐 총서’의 39번째 책으로 기획된 ‘이 책은 중국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송대(宋代)의 문학, 그 가운데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송대의 시가(詩歌)를 선종(禪宗)의 관점에서 회통과 융합이란 주제로 치밀하게 연구한 역작이다. 이를 통해 송(남북송)대의 문학(시)에 대한 불교(선종)의 영향과, 양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을 추적해 밝히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중국 문화사에서 송대는 각별한 위치를 가진다. 중국 역사상 송나라 때가 중국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의 회통성과 융합성이 작용한 결과로, 특히 시가(詩歌)와 회화의 결합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 가운데 송대 시가는 유·불·도 회통이라는 시대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유가(儒家)들의 선종화(禪宗化)’와 ‘선승(禪僧)들의 유가화(儒家化)’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송시는 선적인 사유로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기에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주로 송대 선학(禪學)의 시각에서 바라본 송시에 대한 연구이다. 선학에 있어서 문자선·간화선·묵조선을 강령으로 삼고, 송시의 대가들을 맥락으로 하여 송대 시가사(詩歌史)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이들 대가들의 시작(詩作)과 논시(論詩)를 보면 모두 불교와 밀접한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선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구가 대부분 소식과 왕안석·황정견 등 대가들에게만 집중되어 제한적이었으나,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범위는 크게 확대되어, 위로는 송대 전기의 범중엄·구양수·왕안석, 아래로는 남송의 육유·양만리·범성대·강서시파·영가사령 등 전반적으로 송시의 대가들을 거의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 책은 주로 송대 선학(禪學)의 시각에서 바라본 송시에 대한 연구이다. 선학에 있어서 문자선·간화선·묵조선을 강령으로 삼고, 송시의 대가들을 맥락으로 하여 송대 시가사(詩歌史)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이들 대가들의 시작(詩作)과 논시(論詩)를 보면 모두 불교와 밀접한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선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구가 대부분 소식과 왕안석·황정견 등 대가들에게만 집중되어 제한적이었으나,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범위는 크게 확대되어, 위로는 송대 전기의 범중엄·구양수·왕안석, 아래로는 남송의 육유·양만리·범성대·강서시파·영가사령 등 전반적으로 송시의 대가들을 거의 모두 아우르고 있다.
특히 선시문학에 대한 연구의 축적이 일천하거나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중문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저자의 간절한 원력에 힘입어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시가에 대한 전문성과 불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안목이 없다면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책이기에 그 가치가 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저자는 이 책에서 ‘물극필반(物極必反), 즉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입장에서, 극단적일만큼 불립문자(不立文字)에 매몰돼 언어와 문자를 부정하던 선이 송대에 이르러 ’불리문자(不離文字)의 선풍으로 바뀌는 흐름에 주목했다. 당대의 ‘방할’과 ‘기봉’ 위주의 선풍이 송대에 들어와 문자에 의지하여 깨우침을 추구하는 문자선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환되면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담아낸 문학의 흐름을 면밀하게 추적한 것이다. 저자는 특히 세간법과 불법의 동일성을 일관되게 강조하던 대혜종고 선사의 영향력은 이학의 대가인 주희뿐만 아니라, 육유와 양만리 등 남속의 시단과 시가창작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선과 시의 회통, 즉 시가로서 선취를 표현하고, 동시에 선적 사유의 시가창작에 대한 영향력은 당시 시단에서는 보편적인 인식이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송대는 융합과 회통의 시대였다. 유학을 빌어 선종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원유증선(援儒證禪)’의 유행과 그 영향으로 문자선(文字禪)과 간화선(看話禪)이 출현하였다. 선종을 빌어 유학의 사상적인 깊이를 추구한 ‘원선입유(援禪入儒)’의 사조는 성리학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유불 간의 융합과 회통은 송대 문자선, 간화선, 묵조선의 발흥에 영향을 미치면서 송대 선종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제1부 ‘유불융합과 송초 시단’에서는 문자선의 유행과 유불융합의 배경 속에서 탄생한 송초의 시단 가운데 특히 선곤파의 영수인 양억과 선종과의 관계, 백체파 왕우칭의 선시, 그리고 승려시파인 구승의 선시와 만당체의 선시를 서술하고 있다. 또한 승속의 융합을 촉진시킨 대표적인 문인으로 구양수와 범중엄을 내세워 그들이 선종과 어떻게 교류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제2부 ‘문자선의 성행과 북송 중기 시단’에서는 먼저 문자선의 연원과 내용, 그리고 각 선종파의 문자선과 북송 시단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이어서 개혁가 왕안석의 이선입시(以禪入詩), 소동파의 문학이론과 선종, 그리고 황정견의 선종 수용과 강서선종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제3부 ‘강서시파와 문자선, 간화선’에서는 천부적인 시인 소식과 달리 언어와 문자에 노력을 기울인 황정견의 시풍을 계승한 강서시파와 선종의 관계를 언급하고, 대표적 강서시파 시인들인 진사도·한구·요절·조충지 등의 시와 거기에 깃든 선사상을 탐구하고 있다.
제4부 ‘간화선과 남송 시단’에서는 문자선으로 말미암아 성행한 북송 시단에 비해 남송에서는 문자선을 비판하며 나온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에 따라 남송 시단에 나타난 변화와 대표적 남송 시인들을 고찰하고 있다. 먼저 애국시인 육유와 간화선의 창시자 대혜종고의 교유, 거기서 나온 이선유시(以禪喩詩)와 시가삼매(詩歌三昧)를 다루고, 이어 양만리의 시가 이론과 이선입시의 시가를, 그리고 범성대의 불문(佛門)과의 교유와 입처개진(入處皆眞), 반야공관(般若空觀)에 입각한 시가를 탐구한다.
제2부 ‘문자선의 성행과 북송 중기 시단’에서는 먼저 문자선의 연원과 내용, 그리고 각 선종파의 문자선과 북송 시단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이어서 개혁가 왕안석의 이선입시(以禪入詩), 소동파의 문학이론과 선종, 그리고 황정견의 선종 수용과 강서선종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제3부 ‘강서시파와 문자선, 간화선’에서는 천부적인 시인 소식과 달리 언어와 문자에 노력을 기울인 황정견의 시풍을 계승한 강서시파와 선종의 관계를 언급하고, 대표적 강서시파 시인들인 진사도·한구·요절·조충지 등의 시와 거기에 깃든 선사상을 탐구하고 있다.
제4부 ‘간화선과 남송 시단’에서는 문자선으로 말미암아 성행한 북송 시단에 비해 남송에서는 문자선을 비판하며 나온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에 따라 남송 시단에 나타난 변화와 대표적 남송 시인들을 고찰하고 있다. 먼저 애국시인 육유와 간화선의 창시자 대혜종고의 교유, 거기서 나온 이선유시(以禪喩詩)와 시가삼매(詩歌三昧)를 다루고, 이어 양만리의 시가 이론과 이선입시의 시가를, 그리고 범성대의 불문(佛門)과의 교유와 입처개진(入處皆眞), 반야공관(般若空觀)에 입각한 시가를 탐구한다.
이렇듯 이 책은 송대에 가장 크게 번성한 선종과 송대 문학의 백미인 송시가 어떤 시대정신 속에서 만나고, 어떻게 새로운 차원의 문학을 창출하였는가를 인물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불교와 송대의 선종, 특히 송시宋詩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주고 있다.
<목차>
추천사 회통화성의 송시와 선사·5
추천사 폭넓은 시야, 창의적 견해를 담은 선문화 저작·9
머리말 포전인옥, 하나의 벽돌을 던지다·13Ⅰ. 유불융합과 송초 시단23
제1장 유불융합과 서곤체, 백체, 만당체·25
1. 서론·25
2. 문자선의 흥기와 유불융합·27
3. 서곤파의 영수 양억과 선종·34
1) 불학 연원과 불문과의 교유·37
2) 선전의 간삭과 불경의 번역·55
3) 이선입시의 선시·60
4. 백체파 왕우칭의 선시·74
5. 구승과 만당체의 선시·84
1) 승려시파 구승의 선시·86
2) 기타 만당체의 선시·94
6. 결론·112제2장 유불융합과 구양수, 범중엄·114
1. 서론·114
2. 문자선과 선종의 입세화·116
3. 구양수의 반불과 친불·121
4. 구양수와 불문의 교유·132
1) 거눌과 연 선사·134
2) 혜근·137
3) 비연과 유엄·140
4) 계숭·143
5) 화엄수옹·145
6) 기타·147
5. 구양수 시가와 선종·150
6. 범중엄과 유불융합·164Ⅱ. 문자선의 성행과 북송 중기 시단171
제3장 북송 중후기 시단과 문자선·173
1. 문자선의 연원·173
2. 문자선의 내용·175
3. 문자선과 북송 시단·180
1) 임제종의 문자선·183
2) 운문종의 문자선·185
4. 결론·188제4장 개혁가 왕안석과 유불융합·191
1. 서론·191
2. 왕안석의 불교관·194
1) 원불입유의 운용·197
2) 유불회통과 융합·200
3. 왕안석의 이선입시·206
1) 정관사유의 표현·209
2) 반야공관을 체현·214
3) 무심경지를 추구·223
4. 결론·229제5장 동파거사 소식과 문자선·233
1. 서론·233
2. 소식 불교의 연원·236
3. 불법의 수용과정·243
4. 소식 선시를 통해서 본 행복·253
1) 수연자적·253
2) 일체개공·266
5. 소식의 문학이론과 선종·286
1) 소식의 창작론·286
2) 소식의 풍격론·301제6장 황정견과 강서선종·311
1. 서론·311
2. 황정견과 강서선종의 관계·313
3. 황정견의 선종 수용 과정·320
4. 황정견 선시의 유형·333
1) 선전시·335
2) 선법시·343
3) 선리시·349
4) 선취시·356
5. 황정견 선시의 주제·363
1) 자성청정·363
2) 인생여몽·370
3) 평상심이 도·377
6. 결론·383Ⅲ. 강서시파와 문자선, 간화선389
제7장 강서시파의 선시와 이선유시 이론·391
1. 서론·391
2. 강서시파와 이선유시 이론·394
1) 강서시파의 시인과 선종·395
2) 강서시파의 이선유시·399
3. 강서시파의 선시·406
1) 진사도의 선시·406
2) 한구의 선시·414
3) 요절의 선시·420
4) 조충지 및 기타·423
4. 결론·427Ⅳ. 간화선과 남송 시단431
제8장 간화선의 유행과 남송삼대가·433
1. 서론·433
2. 애국시인 육유와 간화선·447
1) 육유와 대혜종고·447
2) 고승대덕과의 교유와 선시·452
3) 이선유시와 시가삼매·459
3. 양만리의 성재체와 선종·471
1) 양만리 시가 이론의 배경·472
2) 양만리의 이선유시 시론·476
3) 양만리의 이선입시의 시가·491
4. 범성대 시가와 선종·497
1) 서론·497
2) 불문과의 교유·500
3) ‘입처개진’과 ‘반야공관’·506
4) 결론·520참고문헌·529
저자 박영환은?
현재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베이징어언대학 객좌교수, 베이징대학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절강대학 한국연구소 객원연구원, 동아인문학회 부회장, 한중일 비교문화학술회의 부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국제어학원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蘇軾禪詩硏究>, <문화한류로 본 중국과 일본> 등이, 공저로 <송대시인과 시가>, <불교와 행복>, <고전의 길> 등이, 역주로 <논어>, <삼십육계> 등이, 학술논문으로 ‘儒釋衝突與調和: 跨文化交流中的臺灣與韓國漢傳佛敎’, ‘十六世紀末朝鮮士大夫在異國的佛敎經驗-以魯認與姜沆爲中心’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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