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다. 수행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게다가 가사를 입는 과정까지 복잡하니, 정신까지 산란하다. 비구가 된 것은 가일층 수행하자는 의미였는데,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닌지 심사가 복잡하다. 비구계를 받은 후 어제 오후의 수행은 끝없이 일어나는 망상으로 진땀을 흘렸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출가 비구가 되었다는 부담감이 마장(魔障)으로 온 것인가? 오늘은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새벽 좌선을 위해 법당으로 향했다.

 

가사 걸치는 솜씨가 서툴러 여러 차례 반복해 입다보니 5분쯤 늦었다. 새벽 법당을 가득 채운 수행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그들의 사띠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사뿐사뿐 내 좌복이 놓인 자리로 가 정진을 시작했다.
100여 명이 넘는 수행자가 좌선을 하고 있는데도 법당 안은 고요하다. 이따금씩 도마뱀들의 울음소리가 쫙쫙쫙쫙 들려올 뿐이다. 물론 기침감기가 걸린 몇몇 수행자들의 미안함이 가득 밴 기침소리가 부정기적으로 적막을 깨뜨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일어남, 사라짐을 하면서 집중하는 마음을 방해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있어도 어느 틈엔가 스미듯 찾아드는 망상들이다. 어느 틈에 밀고 들어오는지, 들어오고 난 다음에야 망상에 놀아났음을 알아챈다. 알아채고 다시 배의 일어남 사라짐의 주(主)관찰로 돌아오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아 걱정이다.
망상과 시름하다보니 새벽 앉음수행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제 함께 비구계를 받은 도반과 꾸띠로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자꾸 사띠를 놓치는 나의 경계를 털어놓으니, 그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비구계를 받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단다. 가사를 걸친 느낌이 다르니 앉는 자세에도 미세한 변화가 있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것이다. 며칠 더 익숙해지면 나아지지 않겠냐고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꾸띠로 돌아갔다.
엉성하게 걸친 가사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아침 죽 공양을 먹으러 가야 하니, 바삐 서둘러야 한다. 가사를 고쳐 입고, 또 고쳐 입어도 영 제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막 가사를 걸쳐보는 것이어 그렇겠지만 참으로 까다롭다. 공양 시간이 가까워져 하는 수 없이 대충 걸치고 공양실로 갔다. 미얀마 비구들이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다가와 가사를 고쳐 입혀준다. 따뜻한 웃음과 함께 가사를 바로잡아주는 손길이 포근하다.

 

재가 수행자들이 먼저 공양실에 입장해서 공양의식을 진행한다. 장엄한 공양의식이 끝나면 사야도를 필두로 해 비구들이 법랍 순으로 차례로 입장한다. 당연히 신출내기 비구들은 맨 마지막에 입장한다. 재가 수행자들과 구분해 놓은 비구들의 자리로 들어서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사야도께서 공양을 올린 보시자로부터 간단한 공양의식을 받으면 곧 공양이 시작된다. 다른 비구들의 상은 공양시간 절약을 위해 이미 비구들이 입장하기 전에 한 노 비구가 미리 공양실로 들어가 공양의식을 마쳤다.
공양은 사야도께서 먼저 공양을 시작하신 후 나머지 대중들이 시작해야 한다. 공양 역시 천천히 사띠를 하면서 해야 한다. 허겁지겁 공양을 하는 것은 사띠는 놓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와 다르지 않다. 음식을 집을 때에는 먼저 저 음식을 집겠다는 의도를 일으키고, 천천히 그 음식으로 손길이 다가감을 알아차리면서 음식을 집어오고, 입에 넣는 것, 씹는 것, 삼키는 것을 차례로 사띠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음식을 먹겠다는 의도를 ‘일으킴 일으킴 일으킴’, 그 음식을 집으러 ‘나아감 나아감 나아감’, 음식을 ‘집음 집음 집음’, 음식을 입으로 ‘가져옴 가져옴 가져옴’, 음식을 입에 ‘넣음 넣음 넣음’, 음식을 ‘씹음 씹음 씹음’, 음식을 ‘삼킴 삼킴 삼킴’ 등이다. 그러므로 공양을 사야도보다 일찍 마쳤다는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사띠를 놓쳤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사야도께서는 가장 먼저 공양을 시작했지만 언제나 가장 늦게 공양을 마친다. 그만큼 음식을 드실 때 사띠를 철저히 챙겼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또한 다른 비구들이나 띨라신, 재가수행자들이 가능한 사띠하면서 공양하도록 유도하는 자비심의 배려일 것이다.
아무튼 비구계를 받기 전보다 공양시간이 부담스러워졌다. 더 조심해야 하고,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을 섭취하는데 부담이 크면 소화에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워낙 식사량을 줄여서 그런지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비구계를 받았으니, 오늘부터는 오전 8시에 마을로 탁발을 나아가야 한다. 이 또한 처음 경험하는 것이니, 벌써부터 마음이 상기되고 있다. 어떤 모습일까? 사진에서 더러 탁발 광경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미얀마의 불자들로부터 공양을 받는다니, 설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탁발을 나아갈 때에는 가사를 입는 방식이 달라진다. 평상시의 가사를 입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래서 8시 10분 전에 미리 사무소에 도착하여 우리에게 삭발을 해주신 난다완다 비구의 도움을 받아 가사를 새로이 고쳐 걸쳤다.
탁발공양 시의 가사는 어깨와 목, 옆구리, 팔뚝이 드러나지 않고 손목 아래 부분만 노출하도록 입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탁발하는 미얀마 비구들의 가사를 걸친 모습이 일상의 그것과는 달랐다는 것조차 그동안 놓치고 있었다. 이 역시 얼마나 우리가, 아니 내가 평상시에 집중력이 떨어진 채 살아왔는가를 반증하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가사를 고쳐서 다시 걸치고, 왼손으로는 부채를 들고, 오른 손으로는 발우를 뚜껑이 떨어지지 않게 잘 잡은 채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탁발에 나섰다. 20여 명의 비구들이 일렬로 가장 겸손하고 숭고하되 의연한 걸음걸이로 담마마마까 수행센터의 정문을 나섰다. 정문을 나서 5분여 걸어가면 고속도로가 나오는데, 이 고속도로는 미얀마에서 가장 먼저 건설된 대표적인 고속도로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쯤 될 것이다. 옛 수도인 양곤에서 새 수도인 네피도를 거쳐 만달레이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미얀마의 간선도로다. 탁발 코스는 이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고속도로 주변으로 형성된 마을을 따라서 1킬로미터 정도 걷고,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고속도로를 건너 수행센터 입구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오는 왕복 약 2킬로미터 구간이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맨발로 고속도로 가장자리 차선(3차선)을 따라 탁발행렬이 지나간다. 군데군데 불자들이 밥을 지어 들고 나와 비구들의 발우에 한 주걱씩 떠서 공양을 올린다. 물론 공양을 올리는 불자들도 맨발로 서 있다. 어린 소녀와 소년에서부터 앳된 소녀와 아름다운 처녀, 주부, 젊은 청장년과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최상의 예우를 다하며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린다.
한 어린 소녀의 공양을 받으며 나는 잠시 멍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수한 눈동자와 무엇인가 간절하게 바라는 표정, 그리고 비구들에 향한 공경의 눈길은 경이로운 감동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런 눈빛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이 나라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성지를 순례했을 때 ‘원 달라! 천 원!’을 외치던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영롱한 눈빛이요, 순수한 표정이다.  

 

신출내기 비구들은 행렬의 중간쯤에 배치되었다. 선배 비구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자 하는 배려다. 그러나 모든 게 낯선 탓인지 자꾸만 행렬이 벌어지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행렬이 끊어져 간격이 벌어지면 보기에 좋지 않아 장엄함이 떨어진다. 그래도 처음 탁발공양을 경험하는 날이니 선배 비구들은 미소로써 이해한다는 의사를 전달해준다.

 

드디어 내게도 밥 공양을 받을 차례가 돌아왔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여인의 지극한 마음을 충족시킬 만큼 나는 복전(福田)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발우 뚜껑을 열고 한 주걱 밥을 받았다. 나는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두, 사두, 사두’라는 축원을 들려주었다. ‘기쁩니다. 기쁩니다. 기쁩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내일부터는 다른 축원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자비관 전체를 암송하는 것은 너무 길므로 자비관의 내용을 압축하여 우리말로 ‘고통 없기를! 행복하기를!’ 정도를 해주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축원은 그들이 알아듣는 말이어야 할 것이니, 선배 비구들에게 좋은 축원을 배워야겠다.

 

 

 

발바닥이 몹시 따끔거린다. 고속도로 바닥이 우리나라처럼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작은 돌조각이나 플라스틱 조각들, 철공소 등 기계를 다루는 상가 앞에는 철사나 쇳조각들까지 보인다. 그런 곳을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이 찔려 몹시 고통스럽다. 사실 신출내기 비구들의 걸음이 전체적으로 느려진 것도 이런 원인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얀마 비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걷는다. 매일 이 길을 오가다보니 발바닥이 돌처럼 단단해졌을 것이다. 마치 숙달된 조교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맞는 이야기인줄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담마마마까에 와서 했던 걸음수행 중에서 이처럼 발바닥의 느낌을 가장 확실하게 놓치지 않고 알아차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발바닥의 느낌을 알아차림 하다가 공양 올리는 이가 있으면 잠시 발우를 열어 공양을 받고 다시 발바닥으로 마음이 집중되는 것, 어쩌면 맨바닥으로 길을 걷는 탁발처럼 좋은 수행도 드물 것 같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탁발공양을 나는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다. 하나하나 모든 장면들이 이 나라 사람들의 지극한 불심이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얀마를 ‘부처님 당시의 불교전통이 살아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일컫는 이유를 나는 지금 현장에서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 비구 행렬이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갈 때 모든 차량이 제자리에 서서 다 건너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차량 운전자와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인과 아이가 합장을 하며 차안에서도 비구들에게 공경을 보낸다. 
이 나라 국민들이 비구들에게 이처럼 절대적인 공경심을 보이고 공양에 동참하는 것은 상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순간, 온갖 범계행위와 축재 등으로 국민적 조롱거리가 되어 있는 한국불교 교단의 모습이 떠올라 입맛이 씁쓸해진다. 계율을 지키려고 가능한 외출을 삼가며 대부분의 비구가 선원 안에서 수행에 전념하며 생활하는 미얀마 비구들의 철저한 지계정신에 새삼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탁발공양을 마친 비구 일행은 공양소로 향한다. 발우에 절반쯤 담긴 탁발해온 밥을 커다란 그릇에 차례로 쏟아 붓는데, 이 밥은 약 한 시간 뒤인 10시 30 점심 공양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담마마마까에서 먹었던 밥이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비구들이 탁발을 해온 밥이었다는 것을 직접 몸과 눈으로 직접 실행하고 확인하니, 밥 한 톨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하기야 우리나라 절집에서도 ‘쌀 한 톨에 7근의 땀이 깃들었다’고 해서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말이 있으니, 공양미의 소중함은 남방과 북방이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은 탁발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법으로 금지를 해, 한국에서 탁발의 전통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여법하게 시행한다면 악용될 소지도 줄어들 터. 진정한 복전의 의미를 되찾는 의미에서도 시급히 탁발 의식은 시범적으로라도 재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직접 탁발해온 밥으로 점심공양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공밥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탁발해온 밥으로 120여 명의 수행자 가운데 몇 명이 공양을 하겠구나, 생각하니 뿌듯함도 있다. 공양을 마치고 꾸띠로 돌아와 간단하게 씻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2시 법문 전까지는 빨래도 하고 이틀 정도 미뤄놓은 꾸띠 청소도 해야 한다. 비가 내린 후라 방 안에 깃든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환기도 시켜야 할 것이다.
서둘러 청소를 하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아 2주 간의 수행을 마치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담마다사 법우의 꾸띠를 찾았다. 담마다사 법우는 한국불교계 최고의 파워블로거로 ‘진흙속의연꽃’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병욱 선생이다. 그는 생업 때문에 2주 간의 수행만 하고 돌아가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운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오늘 다녀온 감동적인 탁발공양 현장 이야기를 하고, 그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감상하며 미얀마에 와서 느낀 것들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일행의 인솔책임자인 김진태 교수가 미얀마 사람이면서 한국테라와다의 출·재가 수행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미얀마인 진미한 씨 부부와 함께 담마다사 법우의 꾸띠 안으로 들어온다. 진미한 씨 부부는 서울에서도 두어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구면이었는데, 출가하여 비구가 된 나의 모습을 보고는 ‘비구가 되셨군요? 절 받으세요.’하면서 그 자리에서 3배를 한다. 처음 받아보는 3배에 당황해 손사래를 치자, 김 교수가 ‘미얀마 불자들의 신심이 이렇습니다. 가사에 절하는 것이니 부담 없이 받으세요.’라고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해준다. 비구가 된 후 처음 재가자로부터 3배의 예경 받는 상황을 이렇게 예기치 않게 만났다.

 

아무튼 가끔씩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반이 내일 떠난다고 하니 서운하다. 이 서운함은 그가 더 이곳에 머문다면 그 믿기지 않는 필력으로 미얀마 불교, 아니 테라와다 불교를 더 많이, 자세하게 한국의 불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두꺼운 노트를 늘 들고 다니면서 무엇인가 적고 또 적는 그의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모습은 30년 기자 생활을 한 내가 봐도 놀라울 정도다. 비록 기간은 길지 않았더라도 그가 블로그를 통해 발표할 미얀마 수행이야기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이유다.

 

오후 2시 혜송스님으로부터 ‘수행을 하는 자세’에 대한 법문을 들었다. 스님은 사띠 수행을 할 때는 죽기 살기로, 독하게, 깡다구를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수행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수행에 방해되는 도반이라도 냉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며 당신의 경험에 비쳐 설명했다. 어차피 수행은 자신이 하는 것이며, 함께 도반으로 수행을 하더라도 사띠하는 그 순간은 철저하게 혼자의 수행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다. 스님은 그것을 ‘적절한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도과와 열반을 성취하는 일은 어차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혜송스님은 자신도 ‘한 번 사띠를 놓치는 것은 한 번 열반을 성취할 기회를 잃는 것’이라는 스승 에인다까 사야도의 설법을 늘 염두에 두고 수행했다며 한국 수행자들의 정진을 독려했다.

 

오후 3시부터는 사야도 실에서 늘 인터뷰가 진행된다.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사야도의 말씀에 힘입어 별 것 아닌 것을 주제로 두 번째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두 번째 인터뷰가 끝났다. 별 것도 아닌 내용을 물었는데, 사야도의 대답은 역시 공부에 큰 지침이 된다. 사실 두 번째 인터뷰는 인터뷰에 제일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사야도와 혜송스님에게 드리려고 서울에서 가져온 홍삼정 세트를 전달하기 위해 두 분이 한 자리에 있는 시간을 택하다보니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도 선물을 전달한 후 사야도께서 이 공덕을 온 법계에 회향한다는 축원을 해주셨고, 귀중한 인터뷰 답변도 들려주셨으니, 모처럼 마음이 산뜻해졌다.

 

그러나 그 상쾌함도 잠깐.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한 앉음수행 시간에 나는 심한 위통을 느끼며 진땀을 흘렸다. 망상이 줄어든 대신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앉음수행을 하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 이상해 이리저리 조금씩 자세를 바꿔보았지만 좀처럼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통증을 바라보며 아픔, 아픔, 아픔을 연달아 알아차리면 통증이 줄어들었다가, 호흡으로 돌아오면 다시 통증이 시작되는 악순환이 한 시간 내내 반복됐다. 다행히 통증을 알아차리면서 망상이 끼어들 틈은 주지 않았으나, 호흡을 세밀히 관찰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저녁 마지막 앉음수행 시간인 오후 8시부터 9시. 이 시간 동안에 다시 한 번 한 시간 동안 사띠를 유지하는 것에 도전하기로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법당으로 향했다. 하루를 마무리 짓는 수행 시간이어서 이 시간에는 많은 수행자들이 정진에 참여한다. 그러나 역시 4시간 전의 고통스런 정진이 다시 이어진다. 통증이 조금은 완화되기는 했지만 온전하게 호흡에 집중할 수 없었다. 혹시 체증으로 인한 위통은 아닌지 몰라 트림을 해보니, 더부룩한 느낌이 완연한 것이 체한 것이 분명하다. 수행도반들에게 수소문해 소화제를 구해 먹은 후, 많은 일이 있었던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잠자리에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