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훈동은 삼불암에서 금강문까지의 만천 골 안과 그 주변일대의 경치 좋은 지역을 포괄한다.

 

표훈동은 비교적 넓은 골 안에 소나무 잣나무 숲이 들어차있고 기암괴석을 머리에 인 청학대, 오선봉, 돈도봉, 방광대, 천일대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고 경치 좋은 곳이다. 표훈동은 한가운데로 수정 같은 맑은 물이 둥글둥글한 바위 돌을 씻으며 흘러 골 안의 경치도 좋지만 표훈사, 정양사 등 역사유적이 있는 곳으로 하여 이름났다.

 

 

 

삼불암을 지나면 전나무 숲속으로 오르게 되는데 길 오른쪽에 백화암터가 있다. 이곳은 원래 고려후반기 “도산사”라는 절이 있었던 자리인데 그 후 선산대사가 “백화암”이라는 암자를 세우고 공부한 것으로 전한다. 백화암은 여러 차례 고쳐 세웠는데 1914년에 불탄 이후 터만 남았다. 백화암에는 “수충영각”을 세워 무학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나옹화상 등 훌륭한 스님들의 초상화를 보존하여 왔다. 그러나 그것마저 6.25때 불타 없어졌다.

 

 

 

백화암터 뒤에는 서산대사비를 비롯한 풍담당비, 설봉당비, 제월당비 등 4개의 비석과 청허당(서산대사)부도, 풍담당부도, 편양당부도, 설봉당부도, 제월당부도 등 5개의 부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비석과 부도들은 17세기 중엽(설봉당 부도는 18세기 초)에 세워진 것으로서 당시의 조각예술을 보여주는 문화유물들이다.

 

서산대사비는 임진왜란 때 전국 승병 총대장으로서 수천 명의 승병을 거느리고 의병들과 함께 왜적을 무찔러 싸운 서산대사의 공적을 기념하여 1632년에 세운 것이다.
비문 돌에는 2,000여자의 글이 새겨져 있는데, 글은 16-17세기의 진보적인 시인 이정구가 쓴 것이다.

 

 

 

높이가 4.5m인 서산대사비는 땅을 상징하는 거북이 모양으로 된 귀부 위에 비 몸돌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용트림 모양의 갓돌이 놓여 있다. 갓돌 위에는 연꽃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올렸다.

 

서산대사의 약력과 공적을 새긴 비 몸돌은 높이 2.6m, 너비 1m 두께 42cm로서 우리나라 비석 가운데서 가장 큰 것에 속한다. 특히 비 몸돌 윗부분의 전면에는 구름무늬와 연꽃무늬 속에서 두 마리의 용머리가 큰 여의보주 한 개를 가운데 두고 돋우새겨져 있고 좌우측면과 뒷면에는 꿈틀거리는 용이 생동하게 새겨져있어 금강산의 비문가운데서 조형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의 하나이다.

 

 

 

서산대사비를 백화암 뒤에 세우게 된 것은 서산대사가 한때 이곳에 와서 불교공부를 하던 곳도 있지만 임진왜란 때 그의 애국을 길이 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서산대사가 얼마나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였는가 하는 것은 그의 다음과 같은 시에서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