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4대 절간의 하나였던 유점사터가 있다. 용천개울을 앞에 끼고 둥그런 청용산의 낮은 능선을 등지고 있는 유점사터는 사방경치가 아름답고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옛날 유점사 주위에는 수백 년간 자란 아름드리 느릅나무가 숲을 이루고 금강산에서도 소문난 곳이었다. 유점사란 절간이름도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몇 십 년 자란 소나무 참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속에 몇 대의 느릅나무가 있어 옛날의 흔적을 알릴뿐이다.

 

유점사는 9세기경에 처음 세워진 다음 12세기 중엽에는 500여칸, 15세기 초 이조 세조 때에는 큰 규모의 절간으로 확장되었다. “유점사본말사지”에 의하면 유점사는 1882년에 모든 건물이 불탄 것을 1883 - 1884년에 크게 재축한 것으로 되어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유점사는 1911년 이후 부터 강원도안의 60여개의 작은 절들을 통솔하는 본사로 되었으며 거기에는 귀중한 문화유물들이 수많이 보존되어 왔었다. 그 중 유점사 능인전이 안치하였던 53불(부처)는 신라말기에 조성된 우수된 작품으로서 금강산의 불상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것이었다.

 

금 또는 금동제로 된 53개의 불상들은 대부분이 4cm로부터 15cm안팎의 작은 것들로 모두 정교한 조각기법으로 훌륭히 형상된 걸 작품들이다. 지난 해방 전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건축을 보여주는 40여 채의 옛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연 경치 속에 즐비하게 늘어 서 있어 심산 속에서는 보기 드문 경관을 이루었다.

 

 

 

유점사에는 인디아에서 종을 타고 온 53개의 부처를 두기 위하여 이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유점사 터에 남아있는 유물로서는 구리로 만든 종이 있다. 이 종은 범 종각에 매달려 있었는데 지난 6.25때 폭격으로 집은 불타 종만이 남아 있었다. 이 종은 1985년에 묘향산으로 옮겨갔다.

 

 

 

유점사 터에서 서북쪽 효운동으로 가는 길을 따라 왼쪽 용천 개울에 내려서면 높이가 약 10m되어 보이고 평평하여 수십 명이 앉을 만한 큰 바위가 있다. 이것이 반야대이다.

 

개울건너 맞은편에서 반야대를 보면 마치 내금강의 명경대처럼 바위 면이 매끈한데 거기에는 “반야대”라고 한다. 반야대 부근의 개울바닥은 마치 정으로 쪼고 칼로 아로새긴 듯 모가 지고 날이 선 삐죽삐죽한 흰 바위가 깔려있는데 그 위로 맑은 물이 바위 돌에 업힌 듯 미끄러져 흐르는 광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재미있다.

 

다시 길에 올라서서 오른쪽에 들어서면 잡관목이 우거진 숲속에 몇 개의 비석과 부도가 있다. 이 가운데는 사명당의 친구이고 허백당의 스승이였던 승려 기암(1552년-1634년)의 비석인 “기암당법견대사비”를 비롯하여 300년 이상 되는 오랜 비석들이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