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원택스님, 이하 민추본)가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규슈의 일제 강제징용 역사현장 등을 순례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일제 강제징용 역사문화순례’<부제: “이름 없는 조선인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사와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성찰하고, 앞으로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번 순례는 일본 규슈의 강제징용 현장을 탐방하는 것 외에도 조선인 조난자의 유골이 안치된 천덕사에서 추도법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2세인 배동록 선생 및 일본 내 관련 활동가들과의 만남 등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통해 불자들의 역사인식과 평화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들로 준비도됐다.

 

 

 

순례단은 1일차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해 기타큐슈로 이동,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야하타제철소를 첫 번째로 방문했다. 야하타제철소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혹사 시킨 대표적 장소로,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이러한 내용은 어떤 곳에도 없다. 배동록 선생의 부모도 이곳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갔고 이에 대한 배동록 선생의 세세한 증언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 날 두 번째로 탐방한 장소는 1942년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수몰되었던 해저탄광 조세이탄광이 묻힌 해안이다. 현장을 가기 전 순례단은 조선인의 희생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의 사무국을 방문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에 대한 영상을 보며 이해를 높였다. 조세이탄광이 잠겨있는 바다 앞 쪽에는 2013년 세운 위령비가 있다. 위령비는 바다 위로 나와 있는 탄광의 피아(배수 및 환기를 위한 구조물)를 상징한 형상으로 유가족과 협의해 왼쪽에는 조선인, 오른쪽에는 당시 함께 희생된 일본인도 추모할 수 있게 해놓았다. 순례단은 이 위령비 앞에서 헌화와 추모묵념을 하며 당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2일차에는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납골당인 ‘무궁화당’을 방문했다. 일본 지쿠호지역에 있는 무궁화당은 강제징용 피해자인 배래선(2008년 별세) 선생의 노력으로 건립됐다. 무궁화당이 건립되기 까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 관심 있는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의 역할이 컸다. 이곳에서 순례단은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 내부를 돌아보며 향을 올리고 고인들을 추도했다.

 

 

 

이후 방문한 휴가묘지는 원래 휴씨 성을 가진 가족묘지에서 지금은 일본인 공동묘지가 된 곳이다. 이곳에는 인근 지쿠호 탄광에서 노역을 하다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도 묻혀있다. 조선인들의 묘지는 당시 살아남은 조선인들이 일본인의 감시를 피해 만들었다. 곳곳에 작은 돌로만 표시되어있는 조선인의 묘에는 이후 이곳을 방문하는 재일동포나 순례자들이 단일기와 헌화대를 꽂아 묘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일본인의 화려한 묘와, 심지어 그들이 키우던 개와 고양이의 묘지조차 잘 조성된 것에 비해 조선인의 묘는 이곳이 사람이 묻혀 있는 곳인 지도 모른 채 오가는 사람들에게 밟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배동록 선생은 나라 잃은 민족의 비참한 삶과 처지에 대한 이야기를 토해냈다. 순례단은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이런 곳에 묻혀야 했던 이름 없는 조선인 희생자를 가슴에 새기며 <아리랑>, <고향의 봄>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함께 불렀다.
무궁화당과 휴가묘지를 방문한 뒤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중에는 ‘3.1운동 100주년과 평화·번영의 새로운 100년’이라는 주제로 이창희 박사(한반도평화포럼 사무국장)의 짧은 특강도 진행됐다.

 

 

3일차에는 이키섬으로 들어가 2018년 조선인 조난자의 유골이 안치된 텐토쿠지(천덕사)를 참배하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추도법회를 약식으로 진행했다. 법회가 끝난 후 이키섬 해안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동해 1976년부터 미발굴 유골조사에 동참했던 일본인 학자 마사키 선생으로부터 발굴 당시와 조사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순례단은 조선인 조난자를 추모하는 위령비에서 준비한 추도문을 함께 낭독하는 것으로 3일차 일정을 마쳤다.

 

 

 

이번에 참가한 순례단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며, 앞으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해 남과 북, 재일동포가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또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의 활동에도 더욱 관심 갖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순례를 마무리 했다.

 

이번 행사에는 민추본 회원 등 20여 명이 함께 했으며, 배동록 선생이 3일 일정 내내 열정적인 해설과 통역을 진행해 주셨다. 이후에도 민추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사죄 배상 및 유해송환 등을 위해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과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