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할머니들은 떡두꺼비 같은 자손을 낳아 대를 잇고, 또 그 자손이 천복을 받아 무병장수하기를 밝은 별(칠성)에 빌었습니다. 칠성은 토착신앙이 되었고, 큰 능력을 갖추신 칠성님은 불교가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부처님으로 바뀌면서 불교신앙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들이‘너는 칠성님의 자손이야’라 말하는 것을 보거나 듣게 되면 사찰에 있는 칠성각이 토착신앙인지 무속신앙인지 혼동되기도 합니다.
칠성님이 치성광여래로 체계화되면서 각 사찰에 칠성여래를 모시는 전각이 세워졌는데, 칠성님만 모신 칠성각, 칠성과 산신 그리고 독성을 같이 모시는 삼성각, 시방칠등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토착신앙 칠성과 산신 그리고 용왕은 불교와 융화되면서 칠성각 ․ 산신각 ․ 용왕각 등의 전각에 모셔지는데, 칠성님을 치성광여래로 받들면서 부처님을 모시는 높은 집이라는 뜻으로 “○○전”이라는 현판이 걸리기도 합니다. 약사사에는 치성광여래를 봉안한 전각에 「금륜보전(金輪寶殿)」 현판을 걸고, 바로 아래 상인방에 “칠성각”이라는 작은 현판을 걸었습니다. 

 

우리가 그간 찾았던 사찰 대부분이 칠성각과 삼성각에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탱화만을 걸고 있지만, 약사사는 불단에 치성광여래와 협시하는 월광보살 ․ 일광보살 불상을 삼존불로 모시고 있습니다.
삼존불의 뒤편에는 오른손은 전법륜인을 취하시고, 왼손에는 불교의 상징인 금륜(금빛 바퀴)를 들고 설법을 하시는 치성광여래도가 걸려 있습니다. 이 치성광여래도에는 금륜을 지닌 부처님과 일곱 분의 부처님은 신광과 두광을 찬란히 두르셨고, 두 보살님은 해와 달을 품고 계신 까닭에 약사사는 건물에 붙일 수 있는 가장 큰 이름인 “금륜보전” 현판을 걸어야 했습니다.

 

 

 

불단에는 방금 말씀드린 치성광여래와 일광 ․ 월광보살, 문신 차림에 관모를 쓰고 홀을 든 일곱 분의 칠원성군 그리고 흰 긴 수염을 지닌 수성노인이 모셔져 있습니다.
중앙에 모신 치성광여래는 북극성, 치성광여래의 좌우 일광 ․ 월광보살은 해와 달, 그 옆에 칠원성군은 북두칠성, 왼쪽에 지팡이를 수성노인은 남극성을 형상화한 불상입니다. 천체에 머물면서 어둠을 밝혀주는 별들이 인간의 길흉화복을 다스린다 생각하여 이를 믿음은 우리 조상뿐 만은 아닐 것입니다.
 

 

금륜보전에서 꼭 뵈어야 할 분은 유난히 큰 머리에 눈썹과 수염이 하얀 도인차림의 수성노인입니다. 머리의 윗부분을 너무나 크게 표현하여 삼등신도 안 되는 몸을 지녔고, 예쁜 꽃이 그려진 주홍색 도포에 붉은 띠로 허리춤을 동여매었는데 다리가 짧은 탓에 우스꽝스럽게도 허리띠 끝단이 발등에 닿았습니다. 지물로 잡은 키만큼 긴 지팡이에는 손오공이 훔쳐 먹었다는 천도복숭아가 달렸고, 눈과 입가에는 인간을 어여삐 여기는 미소가 듬뿍 담겨있습니다.
수성노인은 인간의 수명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신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까지 수성노인을 본 사람은 손꼽을 정도라 하며 수성노인을 본 사람은 천년을 살았다하니, 무병장수를 원하신다면 금륜보전에서 못 본체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치성광여래도는 치성광여래님, 북두칠성을 부처님으로 나타낸 일곱 분의 부처님, 협시보살인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북두칠성의 또 다른 모습인 칠원성군, 수성노인, 복 ․ 녹 ․ 수(福 ․ 祿 ․ 壽)을 관장한다는 삼성(三星)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치성광여래께서 설법을 하시는 장면으로 오른손은 법륜인을, 왼손에는 금륜을 드셨는데, 등장인물 모두는 중앙의 치성광여래를 향한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치성광여래도를 보면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으니, 탱화의 좌우 상단에 걸려있는 「수다라니(繡陀蘿尼) 주머니」입니다. 수다라니 주머니는 비단 등의 천에 수(繡)를 놓아서 만든 주머니로, 실제로 사용된 것을 보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윗부분은 활짝 핀 연꽃을 수놓았고 그 아래는 연꽃의 열매가 들어있는 연밥 모양의 주머니로 이름 모를 꽃과 잎을 수놓았는데, 주머니 안에는 좋은 다라니의 구절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연밥 밑에는 세 가닥의 굵은 연뿌리가 뻗어 내렸습니다.

 

 

 

“다라니”는 “모든 악한 법을 버리고 한량없이 좋은 법을 지니게 한다”는 뜻이고, 연꽃은 더러운 곳에서도 더러움을 씻어내고 예쁘게 피어나기에 부처님 나라에서는 청정을 상징합니다.
주머니가 퇴색된 모습이어서 상당히 오래 됨직한데, 예전에 신심이 깊은 어떤 보살님께서 치성광여래도를 장식해드리면서 가족의 무병장수와 복을 기원하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땀 한 땀 수놓는 정성은 경전을 사경하는 마음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며, 연꽃 모양으로 곱게 만들어 치성광여래도를 장엄한 공덕은 ‘난타의 등 공양’과 같은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 공덕으로 난타처럼 큰 지혜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중생의 밤길을 밝혀주실 많은 별을 모셨고, 수다라니 주머니 공양을 볼 수 있는 금륜보전에는 아래와 같은 주련이 걸렸습니다.

 

 

 

빛은 시방세계를 밝혀줍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밝음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비할 바 없이 더 밝아서, 인간뿐만이 아니라 삼계육도 모든 중생들의 마음속까지 밝혀줍니다. 금륜보전에는 부처님은 물론 지혜를 깨우치신 많은 분들이 중생들의 무명을 벗겨주고 계십니다. 그곳을 찾아서,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들을 금륜보전에서 뵙고 큰 지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