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어디서나 상쾌하다. 미얀마의 새벽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새벽부터 시작하는 담마마마까에서의 하루는 즐겁고 행복하다. 내게 언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던가 싶다. 오직 도와 과를 이루기 위한 수행 외에 아무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단순한 일상. 그러나 내면에서의 치열한 정진이 가져다주는 긴장과 만족감은 참 행복의 원천이다.
새벽 5시 반, 아침 죽 공양을 한 후에는 곧바로 앉음수행과 걸음수행, 인터뷰가 이어진다.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점심공양이 시작된다. 오후불식(午後不食), 그러니까 낮12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으므로 하루의 마지막 공양이다. 오후불식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온 계율로 테라와다 상가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나면 다음날 오전 5시 반 죽 공양까지는 허기가 지더라도 견뎌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허기가 지지는 않는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은 세월이 반세기를 넘었는데도 허기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다니! 부처님의 향훈 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싶다.
한국불교에서도 공양 전에 공양게를 외우는 공양 의식을 하지만, 미얀마 수행센터에서의 공양의식은 보다 더 장엄하고 경건해 보인다. 다소 장황한 듯 보이지만 공양의식의 형식과 내용을 알고 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공양게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자비관은 공양의식 중 네 차례 반복된다. 수행센터의 지도자인 사야도와 사띠파타나 위빠사나를 수행하고 있는 비구, 비구니, 띨라신, 남성수행자, 여성수행자들, 공양을 올린 제자들, 음식을 만들고 정리하는 선원 봉사자들을 위해 자비관을 합송한다. 자비관 가운데, ‘자신의 업을 잘 실어 나를 수 있기를!’라는 구절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다. 공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업을 짓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4차례의 자비관 합송이 끝나면, 공양을 받는 각자의 다짐을 담은 발원이 이어진다.

 

이 식탁에 놓인 가지가지 음식들을 웃고 즐기면서, 힘자랑하기 위하여, 몸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먹지 않겠습니다.
4대(지수화풍)로 구성된 이 몸이 오래 유지되어 살아 있는 동안 피로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과 교설을 실천하기 위하여, 이미 일어난 병은 낫고 새로운 병은 생기지 않도록,
일체에 적절히 알아차림 하여 탐진치가 일어나지 않고, 심신을 평화롭게 하기 위하여 먹겠습니다. 
도(道)와 과(果), 열반(涅槃)을 원해서 보시한 공양 제자들을 격려하고 찬탄하면서 사띠와 함께 충분히 드십시오.
사두 사두 사두

 

 

 

공양게 가운데 언급되어 있는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은, ‘자신의 물질(육체)과 정신(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재 그 순간의 가지가지 대상(신수심법)을 관찰해서 무상, 고, 무아의 지혜를 체험하는 것’이다.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법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몸 관찰, 느낌관찰, 마음관찰, 법 관찰, 즉 신수심법(身受心法)을 관찰하는 것이 그것이다.
첫째 ‘몸 관찰’은 좌선할 때에 뱃속에 호흡이 일어나고 사라짐, 앉고 일어섬, 걷고 멈추어 섬, 굽히고 폄, 팔다리를 뻗고 오므림, 누움, 옷을 벗고 있음, 음식을 먹고 마심, 씻고 세탁함 등 가지가지 몸동작을 현재 그 순간에 알아차리는 수행법이다.
둘째 느낌관찰은 몸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쑤심, 저림, 가려움, 결림, 무거움, 어지러움, 메스꺼움, 피로함, 뜨거움, 시원함, 상쾌함, 가벼움, 편안함 등 세 가지 형태, 즉 고통스럽거나(苦) 즐겁거나(樂), 고통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은 중간상태이거나(不苦不樂)의 모든 느낌들의 현재 그 순간을 관찰하는 수행법이다.
셋째 마음관찰은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비롯하여 시기, 질투, 교만, 산란함, 게으름, 지루함, 기쁨, 행복, 슬픔, 분노, 억울함 등 가지가지 마음 작용을 일어나는 그 즉시 알아차리는 수행법이다.
넷째 법관찰은 보임, 들림, 냄새, 맛, 감촉, 생각 등 성품들의 생멸(生滅)을 현재 그 순간에 알아차림 하는 수행법이다. 이 네 가지가 닦아야 할 사띠빠타나 위빠사나 수행법이고,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난 대자유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렇게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법을 실천하는 담마마마까의 설립 목적에는 테라와다 불교와 수행 방법을 공부하고 실수하고자 하는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을 돕는 것도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수행센터 곳곳에 한국인 수행자를 배려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꾸띠(수행자 처소)의 수준이 미얀마 다른 수행센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꾸띠마다 욕실과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고, 냉장고도 설치되어 있다.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꾸띠도 있고, 적어도 선풍기 정도는 다 구비되어 있다. 한국인 수행자들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수행센터 내 산책로의 이름도 한국식으로 되어 있다. 사랑의 길, 자비의 길 등도 있고, 보시자의 이름을 딴 길 이름도 눈에 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한국관’은 오로지 한국인 수행자들을 위해 마련하는 공간이다. 매일 오후 2시 법문 시간에 미얀마 수행자들은 큰 법당에서 법문을 듣고, 한국인 수행자들은 한국관에서 에인다까 사야도의 법문을 혜송스님의 통역으로 듣는다. 한국관의 2, 3층이 모두 완성되면 더욱 다양한 한국인 수행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갖춰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곳은 한국인 수행자들이 처음 이곳에 입소했을 때,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장소로 일단 활용되고 있다.

 

 

오늘의 에인다까 사야도의 법문은 8정도를 주제로 한 법문이다. 8정도는 도와 과, 열반을 성취하기 위한 8가지 바른 수행의 길로,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등 8가지 성스러운 길을 말한다. 녹음 법문이지만, 경청하는 한국인 요기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짝이 없다. 래퍼처럼 노래하듯 빠르게 법문하는 사야도의 법문을 어쩜 저렇게 능숙하게 통역을 할 수 있는지, 스님의 능력이 놀랍다.

 

“8정도에서 계정혜 삼학(戒學, 定學, 慧學. 불교의 수행체계) 가운데 계학에 해당되는 것은 정어, 정업, 정명입니다 정어(正語)는 정직한 언어, 거짓이 없는 언어를 말합니다. 수행자에게 정어는 말수를 줄이고, 수행과정을 정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수행자의 말은 정직해야 하고, 말수는 적어야 합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마음도 정직해집니다. 정업(正業)은 몸으로 하는 바른 행위입니다. 불살생, 불투도 등 기본 5계의 실천이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정명(正命)은 정업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출가자가 탁발 시에 구걸을 하거나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정명에 어긋납니다. 수행자는 보시자가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사띠를 제대로 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8정도에서 정학(定學)에 해당하는 것은 정념과 정정, 정정진입니다. 사띠, 즉 정념(正念) 없이 정정(正定)이 생길 수 없습니다. 놓치지 않고 사띠하면 집중력을 일으키는 원천이 됩니다. 이 정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정정진입니다.
8정도에서 혜학에 해당하는 것은 정견과 정사유입니다. 이것은 지혜가 일어나게 하는 바른 길을 말합니다. 정견(正見)은 물질과 정신에서 어떤 것이 일어나는 것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그 현상이 강해지면 강해지는 줄 알고, 사라지면 사라지는 줄 아는 것입니다. 모든 현상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정사유(正思惟)는 수행을 하다가 어느 순간 집중력이 깨져서 마음이 달아날 때 그것을 즉시 알아채고 다시 본래의 기본, 다시 나의 몸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이 몸에 붙어 있어야 각종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달아나면 즉시 되돌려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3학과 8정도가 수행자에게 완전하게 갖춰지면 도와 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범부중생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려면 8정도의 실천이 필수입니다. 팔정도는 성인이 되는 필수조건인 것입니다.
계학에 해당하는 세 가지 바른 길은 수행에 전념하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정학에 해당하는 3가지 바른 길은 정말로 헌신적이고 처절해야 성취가 가능합니다. 멈추지 않고 사띠하려는 노력, 이것이 정학을 성취하게 하는 길입니다. 혜학에 해당하는 정견(사마디티)은 자신의 정신과 물질을 바로 아는 마음이기도 하고 지혜이기도 합니다. 정사유는 사띠하다가 마음이 달아날 때 순발력 있게 본래 집중대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신구의 3업이 바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구의 3업을 바르게 고쳐가는 것은 곧 깨달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부중생은 육근이 육경과 부딪칠 때마다 알아차림 없이 부딪치기 때문에 온갖 생각이 빗발치는 사람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성인(아리야)은 육근이 육경과 부딪칠 때 항상 바르게 알아차리기 때문에 어떤 번뇌도, 어떤 불선업(不善業)도 만들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성인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성인의 흐름에 드는 최초의 단계인 수다원도를 성취한 사람은 절대로 4악도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천상계와 고귀한 인간으로 태어나며, 궁극적으로는 열반을 성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학 세 가지와 정학 세 가지가 성취되었다고 하더라도 혜학 두 가지가 성취되지 못했다면, 국자는 있는데 혀가 없는 형국이 됩니다. 국자는 국을 뜰 수는 있지만 국 맛을 모릅니다. 부처님께서는 따라서 국자 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혀 같은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짧은 기간을 수행하더라도 도와 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계도 잘 지키고 수행도 잘해야 하지만, 생멸을 정확하게 아는 지혜, 마음이 달아날 때 재빨리 돌아갈 수 있는 지혜가 없다면 도와 과를 성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물질과 정신을 정확하게 압니다. 그래야 도과가 성취될 수 있습니다. 지혜 있는 사람만이 법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법의 맛을 알려면 부딪치는 대상을 즉시 관찰하고, 집중력을 높이고, 더 높이 집중하다가 무상과 생멸을 알게 되어 자신의 몸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상, 고, 무아를 깨달아야 합니다. 이럴 때 도과를 성취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관찰하라, 집중력 높게 관찰하라고 당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생이 성인이 되고자 하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성성하게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도록 부지런히 알아차려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담마마마까에 큰 불사가 예정되어 있다. 세계평화진신사리탑 완공을 기념하는 법회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담마마마까는 한창 발전하고 있는 수행센터인지라 곳곳에서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오늘과 같은 축제가 자주 열리는 편이다. 특히 사리탑 불사가 오늘을 기해 완공되었고, 그 바로 옆에는 한국인을 위한 별도의 수행공간 ‘한국관’이 한창 마무리 공사 중에 있다. 테라와다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한국인 불자들을 위한 혜송스님과 에인다까 사야도의 연민과 배려가 바탕이 된 고마운 불사다.
사리탑 기단부인 1층 공간에는 ‘석굴암 부처님’을 모습 그대로 재현해 중앙에 모셨다. 이곳까지 와서 수행을 하는 한국인 수행자들이 언제든지 고국을 대표하는 부처님께 예경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리탑 공사 준공을 기념하는 축제의 명칭은 ‘법회축제’이다. 축제의 내용은 3일 간 존경받는 스승들을 초빙해 법문을 듣는 것이다. ‘붓다부자냐부에’라는, 즉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축제라는 뜻의 행사인데, 그 중심이 법문이다. 불공의 핵심은 법문이라는 평소의 지론이 확인된 것 같아 내심 기쁘다.
첫날인 오늘의 법사는 이 지역(양곤)에서 널리 존경받는 수행자로 알려진 우 타야로 사야도가 초대됐다. 담마마마까의 스승이 아닌 다른 수행처를 이끄는 분의 법문이니, 또다른 호기심이 간다.
세계평화진신사리탑 정문에는 온갖 꽃으로 장엄된 특별 법단이 화려하게 설치되어 있다. 사리탑 앞에서 법회를 하는 야단법회 형식의 법회축제에서 우 타야로 사야도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기회를 얻기가 얼마나 얻기 어려운 공덕인지를 연등불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었다. 사야도의 법문에 호응하며 경청하는 300여 미얀마 불자들의 지극한 불심은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지극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