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지극한 趣旨는 언설이 없지만 현묘한 책들이 널리 퍼져 있고, 법신은 형상이 없지만 미혹한 중생은 곧 형체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언설이 없지만 언설로 말하지 않을 수가 없고, 형상이 없지만 형상으로 나타내지 않을 수가 없다. 언설이 없지만 언설로 말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장대한 교망이 생사의 바다에 펼쳐져 있고, 형상이 없지만 형상으로 나타내지 않을 수가 없은 즉 일체의 유위법이 幻과 같은 줄 이해하는 지혜[如幻智]에 머물면서 육도를 유희한다. 이런 까닭에 이 󰡔유마경󰡕에 대하여 人과 法의 두 가지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 人이라는 말은 소위 淨名이다. 청정한 덕성이 안으로 충만하고 아름다운 명성이 밖으로 충만하여 천하에 널리 가득하므로 정명이라 말한다. 어찌 번뇌의 怨賊을 항복시키는 것에 그치겠는가. 모든 외도를 제어하고, 또한 오백의 성문이 스스로 不敏하다고 말하며, 팔천의 보살이 상대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말한 바 法은 소위 不思議解脫이다. 안으로는 功用이 없어서 사량에 의거하지 않고, 밖으로 교화가 幽微하여 사람들이 헤아릴 수가 없으므로 부사의라고 말한다. 자재하게 노닐면서도 塵累에 구속되지 않고, 말씀과 관찰이 함께 어울려서 心과 慧의 두 가지 지혜가 항상 병립하므로 해탈이라 말한다.
나 길장은 대저 開皇 연간(581-600) 말기에 몸에 병이 생겼지만 스스로 『玄章(淨名玄論)』을 지었다. 그리고 仁壽 연간(601-605)의 종말에 명을 받들어 『文疏(維摩經義疏)』를 찬술하였는데, 언사가 거칠어 二本(淨名玄論과 維摩經義疏)이 동일하지 않았다. 무릇 이 『유마경』은 衆聖의 靈府이고 方等의 中心이며 究竟의 玄宗이고 無餘의 極說이기 때문에 제불이 탄식하였고 제자들이 손목을 불끈 쥐었다. 무릇 지극한 취지가 오묘하고 그 법문이 심묘하였지만, 或者는 끝내 五時에 妄執하여 이치가 未滿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혹 四敎를 虛談하여 그것을 半字라 일컫기도 하였다.

-제1권 제1 淺深을 결정하다 중에서-

 

 

『維摩經』의 완전한 명칭인 『維摩詰所說經』은 달리 『不可思議解脫經』·『維摩詰經』·『淨名經』·『佛法普入道門三昧經』·『說無垢稱經』이라고도 하는데, 반야부 계통 경전 이후에 성립된 경전으로서 般若皆空의 사상에 의거하여 대승보살의 실천을 보여준다.
비야리성의 장자인 維摩詰(Vimalakīrti)이 소승의 견해를 지니고 있는 불제자들을 일깨워 대승에 눈뜨게 하려고 방편으로 병을 보이고 문병을 유도하여 찾아온 그들에게 대승의 이념에 바탕한 보살행에 대하여 설법한다. 후대에 화엄종·삼론종·천태종·선종 등에서도 널리 유통되었다.
後秦의 鳩摩羅什(Kumārajīva)이 406년에 長安의 逍遙園에서 번역하였는데 3권 14품이다. 현존의 한역이역본으로 吳의 支謙이 번역한 『佛說維摩詰經』(維摩詰所說不思議法門之稱一名佛法普入道門三昧經) 2권본 14품, 唐의 玄奘이 번 역한 『說無垢稱經』 6권본 14품 등이 있다. 한역의 7부 가운데 현재는 3부가 전한다.
① 後漢 靈帝 中平 5년(188) 嚴佛調 古維摩
② 吳 黃武 2년(223)부터 建興 연간(252-253)에 걸쳐 30여 년 동안 支謙이 번역한 18부경 가운데 2번째로 維摩詰經 2권이 들어 있음. <현존>
③ 西晉 惠帝 元康 원년(291)에 竺叔蘭이 毘摩詰經 3권
④ 竺法護 大安 2년(303) 維摩詰所說法門經1471)
⑤ 東晉의 祗多密이 維摩詰經 4권
⑥ 後晉 弘始 8년(406) 常安大寺에서 사문 1200명 참여 維摩詰所說經 3권 번역 <현존>
⑦ 唐 貞觀 연간(627-649) 당안 大慈恩寺 說無垢稱經 6권 <현존>

-해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