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암사는 어떤 연유로 조선불교 최대 사찰이 되고 총본산이 되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절터만 남은 폐사지가 많다. 그 중에서 절터에서 나온 유물만 가지고 박물관을 건립한곳이 세군데 있다.
부여의 정림사지박물관. 익산의 미륵사지 박물관. 양주의 회암사지 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경주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 부여 정림사지. 개성 흥왕사지. 양주 회암사지의 공통점은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의 왕립사찰이라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회암사는 숭유억불의 시대에 200년간 조선왕실의 수호를 받으며 발전한 대사찰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넘겨주고 회암사에 와서 수도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태조는 자기의 스승인 무학대사를 회암사 주지로 모시고 계를 받았다.
태조는 술과 고기를 끊고 불제자의 삶으로 노년을 살았다. 세종대왕의 49재를 모신 절도 회암사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회암사와 관련된 기록이 많이 나온다. 태상왕1402년에는 태상왕이 회암사에 밭74결을 하사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태종도 ‘내 비록 불씨는 믿지 않으나 왕비의 병을 낳게 해준다면 상을 내리겠노라.’하고는 향을 피우고 불공을 드렸다. 병세가 좋아졌다. 임금이 기뻐하여 전지 1백결과 미두 200석을 내려주었다.
그 당시 1결은 2750평이니 100결이면 27만 5천 평에 해당한다. 세종6년에도 회암사에 전답 100결을 주게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 당시 회암사의 건물 총 칸수는 262칸에 이르렀다. 또한 전각의 장엄미려하기가 동국에서 제일이다. 비록 중국이라도 이만한 절은 많이 볼 수 없다.1만평이 넘는 사찰공간에 조선 중기까지 3000명의 승려가 살았다고 한다.

 

고려 때까지 작은 사찰이었던 회암사는 고려 말 지공스님의 뜻에 따라 조선불교 총본산으로 발전하게 된다. 지공스님은 그의 제자 나옹을 데리고 회암사를 참배한다. 회암사 주변산세를 두루 살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 곳의 봉우리가 감싸고 두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이곳은 마치 천축국의 나란타 대학터와  같구나. 이곳의 작은 절을 크게 발전시키면 이 나라의 불법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지공스님은 2년 7개월간 고려에 머물렀지만 그가 고려와 조선불교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였다.
회암사는 고려 공민왕의 왕사인 나옹 스님에 의해 크게 중창된다. 숭유억불을 내세웠던 조선도 초기에는 불교를 박해하지 않았다. 나옹 스님의 제자이며 조선태조의 왕사가 된 무학도 태조의 도움을 받아 회암사를 크게 발전시켰다.
조선이 장차 불교를 파괴할 때 왕실사찰 회암사를 통해서 조선불교를 지켜나갈 준비를 한 것이다.

 

우리는 인도를 다녀온 현장법사와 혜초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고려까지 먼 길을 돌아온 지공스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 당시 지공스님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어 그의 설법을 듣고 무생계를 받았다. 고려의 불자들은 지공대사를 살아있는 부처, 석가의 환생으로 높이 받들고 누구나 한 번씩 친견하기를 원하였다.
회암사. 신륵사. 대곡사.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에는 지공. 나옹. 무학 삼대화상의 탱화를 모시고 있다. 송광사에서는 조석 예불 때도 삼대 화상전에 예를 올린다.
고려 말부터 조선 명종까지 회암사는 조선불교의 법맥과 선맥을 이어온 성지이다. 전통적으로 회암사의 주지는 지공. 나옹. 무학의 법손들이 계승하였다. 그것이 한국불교의 법맥이며 선맥이기도 하다.

 

 

 

인조반정이후로 태고보우가 한국불교법맥으로 자리 잡게 된다. 태고보우를 내세운 종단적인 정치적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국불교는 대승불법의 정수를 전파한 지공스님의 법맥을 복원해야 한다.
천축국 108대조사 지공스님 선양사업과 회암사 복원불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원나라 고승 지인이 지공스님을 만나 범어게송을 받고 감동을 적은 글이 있다. 사람들에게 깊은 감화를 끼친 고승의 법력을 느낄 수 있다.

 

‘..선사는 피부가 검고 여의었다. 팔이 길어서 무릎 아래에 이른다. 눈동자가 푸르고 응시하면 깜짝이지 않으므로 달마의 모습과 같다. 밤새도록 결가부좌하고 결코 방바닥에 눕지 앉았다. 곡식 밥을 먹지 않고 간혹 과일과 차를 바치면 그것도 조금만 먹었다. 남의 가진 마음과 타고난 운명을 잘 알아서 잘잘못을 틀림없이 예측하였다.
그가 말하는 법문은 사물의 됨됨이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하였다. 그의 심법은 자신이 타고난 바탕에 의거해서 해탈에 이르도록 지도하였다.
대도 법원사에서 40년 살아가는 동안 방 한곳에 조용히 참선하면서 문밖에 나가지 않았다. 왕과 귀족으로 그의 설법과 꾸지람을 들은 이가 많았고 황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려로 옮긴 인도의 등불, 지공스님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