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동 수미골 막바지에는 옛날 자그마한 절간인 선암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있다.

 

고려 초 경주에 박빈거사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불교에 독실한 신자였는데 자기도 깊은 산골에 들어가 도를 닦아서 극락세계로 가려고 마음먹었다.

 

976(고려 경종 원년)에 그는 자기 재산을 다 정리하고 처와 함께 금강산으로 가서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천상세계로 가는데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물색하였다.

 

 

 

하루는 만폭동에서 내원통 암자로 가는 골 안을 거슬러 올라가다 운통암에 가니, 한 승려가 길이 험해서 더는 올라가지는 못한다고 말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듣지 않고 골 안을 더 올라갔다. 만절담을 지나 한참 가다가 동북으로 꺾어 들어갔다. 험한 바위를 손더듬하며 올라가니 큰 벼랑이 있어 지나는데 아래를 굽어보니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더는 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떨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않은뱅이 걸음으로 벼랑을 에돌았다. 그랬더니 서쪽 높은 절벽에서 폭포수가 우람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좀 더 가니 암자 하나를 지을만한 자리가 있었다. 그곳은 세면이 높은 봉우리와 절벽으로 막히었고 오직 서남쪽만이 열러 있어 멀리 내금강의 절경이 바라다 보이었다. 또 부근 일대는 만물상 못지않게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어 정말 신비로울 정도로 묘하게 생긴 곳이었다. 그는 여기야 말로 도를 닦아 극락세계로 가기에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도로 내려온 그는 가지고 온 재물을 밑천으로 하여 자그마한 암자 한 채를 짓고 늘 처와 함께 한날한시에 도리를 깨우치게 해달라고 부처님 앞에 기도하였다. 또한 바위 아래 굴속에 가부좌하고 앉아 마음 수양을 하였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이 약해지면 쇠로 만든 회초리로 사정없이 자기 자신을 때리곤 하였다. 그의 소원은 3년만에야 풀리어 세상이치를 환히 알게 된 것 같았다

 

하루는 하늘에서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더니 공중에서 용선이 내려와 암자 옆 바위에 밧줄을 매고 정박하였는데 누구인가가 공중에서 박빈거사를 부르며 빨리 배에 올라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배(용선)은 보통 배가 아니라 속세의 갖가지 고통으로 찬 바다를 건너 반야(진리)의 언덕으로 가는 배였다. 박빈이 처와 함께 배를 타자 정양사 뒤 봉우리인 수광대 쪽으로 금빛노을이 환히 비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박빈부부가 이날 극락세계로 갔다고들 수군거렸다. 박빈은 떠나면서 “3년 동안 여기서 살면 진리를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되고 10년 동안 여기서 살면 나처럼 극락으로 가게 된다”라고 하늘 글을 남기었다.
그 후 그가 살던 암자를 “선암”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 바위모서리에는 구멍이 있는데 이것을 “계선혈” “배를 매어둔 구멍”이라고 한다. 또 바위허리에는 큰 굴이 있는데 이것을 “철편굴” “철편은 쇠로 만든 회초리”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