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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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직한 방향(2)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공관의 실천(般若波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일체 중생의 성불에 있다. 이런 뜻을 설하고 있는 것이 바로 법화경이다. ‘진정한 법은 진흙 밭에 피는 하얀 연꽃과 같다’는 것이다. 부처가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출현하는 것은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다. 아함경에 설해진 사성제와 십이연기, 그리고 반야경에 설해진 육바라밀은 하나의 불승(佛乘)에서 임시로 삼승(三乘)을 분별해서 설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함경의 행자도 이미 부처의 길에 들어선 보살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엄경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십주경(十住經)은 법화경에서 설하고 있는 이러한 ‘오직 하나의 불승’에 입각해서 보살의 길을 새로 조직한 것이다. 처음의 환희지(歡喜地)에서 제10의 법운지(法雲地)에 이르는 십지(十地)에 수록된 보살의 행법을 살펴보면, 아함경에서 반야경, 반야경에서 다시 법화경에 이르는 교리가 차례로 배열되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불교경전은 일미(一味)의 것이지만, 각 경전은 독자적인 교리적 위치를 지니고 깨달음에 이르는 한 줄기 보살도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경전’을 편집한다는 일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함 반야 법화 화엄에 분류된 여러 경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전을 택하여 그들을 한 줄기 보살의 길로 조직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전들은 오늘날 팔리어(巴利語)와 범어로 된 원전 전부 전해지고 있어서 정확한 연구와 번역이 가능하다.

현 한국불교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교단혁신이나, 포교 현대화를 논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먼저 이러한 성전을 편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전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불교의 이념이 정립되고, 이념이 정립될 때 승려 교육이나 일반 포교의 종단 혁신의 방향을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혹시 오해할지 모른다, 종래의 선과 교를 전부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앞에서도 말한 바가 있듯이,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니다. 선을 하든 교를 하든 간에 모든 불교인이 의거할 하나의 근본성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기독교에서 교파는 달라도 비이블은 하나이고, 하나의 바이플에 대해 철저한 신학적 연구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러한 근본성전의 유통은 세계 불교를 하나로 결속하는 작용도 할 수가 있다. 남방 상좌부는 아함경만 의지하고 대승을 배척한다. 불방 대승불교는 여러 종파로 분열하여 각기 소의경전을 달리함으로써 상호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말하는 근본성전은 남방에서 북방에 이르는 교파와 종파들이 소의하고 있는 경전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현 한국불교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한 줄기 보살도를 제시하는 근본성전을 편찬하여 이것을 읽고 행하고 전하는 데에 온 힘을 집중하는 일이라고 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