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는 원래 신화가 아니었다.
신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은 그 시대를 신화시대라고 한다.
현재 종교의 교조들도 미래에는 어떤 호칭으로 바뀔지 모른다.
사람들이 오늘의 종교를 미래에도 믿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종교는 도태될 것이다.
신화가 되고 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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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은 끝없는 복습이다.
신앙생활에는 예습이 없다.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다.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종교적인 체험이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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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나 교회에 종교가 있다고 잘못 알지 말아라.
어떤 종교든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
종교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그때 종교는 더 이상 신이나 진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에 대한 변명이 되어 버린다.
종교의 틀 속에 갇힌 사람은 어떤 의식이나
상징을 종교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종교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다투고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신은, 부처와 진리는 이런 곳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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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디이고 지옥은 어디인가.
이웃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만족할 줄 알고
오순도순 살고 있다면 그 자리가 바로 천국일 것이고,
아무리 가진 것이 많더라도 마음 편할 날 없이
갈등과 고통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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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이란 어떤 이익이나 영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순수한 믿음 그 자체를 위해 닦는다.
종교는 하나의 교육과정이다. 이해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자기 교육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온갖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종교는 진실을 스스로 탐구하고 찾아내는 행위다.
세상에 종교가 많지만 궁극적인 자유는 자기로부터의 자유다.
그는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으며 한 사람의 개인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며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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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같은 천지신명 앞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가르치지 않더라도
저절로 그렇게 하고 싶은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에서다.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이 종교에 귀의하는 토대가 된다.
종교의 교리나 이론은 이 원초적인 순수한 신앙심에
견주면 공허하고 관념적이다.
신학자나 종교학자들의 신앙심이 그 순수성에서
일반 신자들에게 미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는 말이나 이론보다는 일상적인 행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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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듯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나는 대상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곳에 그가 있어 내게
친절을 일깨우고 따뜻한 배려를 낳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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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절이나 교회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게 얼마나 많은가.
보고 듣고 배운 것만 갖고도 부처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터.
그 자체만 갖고는 대단한 게 아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
그것이 일상생활에 실행이 돼야 하고,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종교는 이론이 아니다. 팔만대장경이라 해도 그것은 이론서.
가이드북일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 실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자기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 행위 없는 이론은 공허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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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한 마디로 사랑의 실천이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보살행, 자비행은 깨달은 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하루하루 익혀가는 정진이다.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쌓은 행의 축적이
마침내는 깨달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새삼 몰랐던 것을 아는 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본래 자기 마음 가운데 있는 꽃씨를
일상적인 행을 통해서 가꾸어 나가면
그것이 시절인연을 만나 꽃피고 열매 맺는 것,
이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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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가 기독교 신자로서 불교 신자로서
과연 가르침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신앙인들은 물음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물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누가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내 행위에 대해서, 내 발끝을 돌아보듯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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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에는 독단적인 요소가 있다.
배타적인 요소가 끼어들면 인간 교류 자체가 불가능하다.
종교 간에 벽이 허물어지려면 우선 대화가 있어야 하고,
대화는 독단적인 울타리를 넘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면 모든 종교가 지닌 공통적인 윤리, 공동선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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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파적인 종교를 통해서
마침내 보편적인 종교의 세계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종파적인 종교라는 것은 나무로 치면 가지와 같은 것.
따라서 어느 한 가지만을 전부라고 고집하면
나무 전체를 알 수 없다. 종파적인 벽이나 독단적인 요소만
극복한다면 모든 종교를 하나로 보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분쟁이 일고 있는 종교적인 갈등은
종파적인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믿는 종교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 믿고
다른 종교를 무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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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인 사랑과 불교적인 자비는 사실 똑같다.
사랑은 가볍고 자비는 무거운 것이 아니다.
문화적 배경과 지역의 특수성에서 생겨난 다른 표현일 뿐.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삶으로 바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말씀 자체에 집착하게 되면 뜻을 놓치고 모순에 빠진다.
<열반경>에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을 따르지 말고 뜻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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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처, 새로운 예수가 필요한 것이지
우리 인류사회에 똑같은 존재는 필요 없다.
뛰어난 종교가나 사상가는 일인 일파(一派)일 수밖에 없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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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교학자는 ‘종교는 눈썹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눈은 보고, 귀는 듣고, 입은 먹고, 코는 숨 쉬고 냄새를 맡는다.
눈썹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을 보호한다.
무엇보다도 눈썹이 없으면 온전한 사람의 얼굴이 될 수 없다.
종교 없이도, 신앙을 갖지 않더라도 사람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인류 사회에 종교가 없고, 또 이를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고 메마를 것인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중에서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
유교의 인과 덕
모두 본질은 같은 말이 아닐까?
울타리가 없다는 점도 같다.
너와 내가 한 뿌리라는 인식도 공통점이다.
취향대로 취사선택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법정스님은 종교를 밥이라고 비유했다.
비빔밥을 먹든 된장국밥을 먹든 개인의 자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