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극락전은 이제까지 보았던 건축물이 그렇듯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정면과 측면이 세 칸씩이지만 칸 사이가 좁고, 어칸과 협칸도 같은 폭이어서 더 아담하게 보이는 작은 맞배집으로 겹처마에 익공을 올린 전각입니다.

정면 각 칸마다 3짝의 띠살문 창호를 달았는데, 두 짝은 서로 겹쳐 접히도록 경첩을 달아 이었기 때문에 접어서 열어 제키면 두 짝의 문을 연 것처럼 보입니다.

 

 

 

문아래 청판에 연꽃 문양을 그렸는데, 너무나 평범한 아홉 짝의 띠살문이 주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단은 다듬은 화강암으로 쌓아올렸지만 주춧돌은 자연석을 놓았습니다. 외벽에 벽화를 그리지 않아 생겨난 지루함을 달래려고 기둥과 인방이 만나 이루어진 벽면마다 검정색 선을 그었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풍판은 양쪽 박공 끄트머리에 새긴 게눈에서 수평으로 이어져 다른 맞배집의 둥근 풍판이 보여주는 거추장스럽고 무거움을 벗어났는데, 앞머리를 일자(一字)로 자른 아기를 보는 듯 단정합니다. 

 

 

극락전 정면에는 안양루가 있어서 여기가 극락세계임을 또 한 번 알게 해주는데, 이를 강조하려 함인지 극락전 기둥에는 아미타부처님을 찬탄하는 주련이 걸려있습니다.

 

 

누구든 불성을 지니고 있어 부처가 될 수 있다지만, 2500년간 수많은 중생이 태어났어도 깨달음을 얻은 성인은 석가모니 부처님뿐입니다. 그 많은 중생들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훌륭한 성품이 두터운 업장에 싸여 숨어버렸고, 수행의 괴로움보다는 달콤한 게으름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6년을 따르고 싶어 하면서도 고행은 싫어서 ‘나는 아둔하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 없을 거야’는 체념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하지만, 마음의 한쪽 귀퉁이에 ‘언젠가는 나도 깨달음을 얻게 될 거야’라는 굳센(?)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굳센 믿음을 갖는 것은 중생들이 깨달음 얻기 어렵다는 것을 헤아린 법장비구께서 모든 중생들이 극락세계에 태어나길 기원하는 48원을 세워 수행하시어 아미타부처님이 되셨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간사하고 얄팍한 마음에 아미타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다음 생은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극락전을 들어섭니다.

 

 

 

극락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미단 중앙에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셨고, 좌우측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있는 사찰에서는 원통전(관음전)과 명부전(지장전)을 지어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상을 봉안하지만, 부석사에서는 아미타부처님과 함께 삼존불로 봉안하였습니다.

결가부좌로 앉아 고개를 약간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미타부처님의 표정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엄한 듯 무표정인 듯합니다. 먼 길을 떠돌면서 고생한 아들을 맞으면서 ‘고생한 것은 네가 택한 응보였고, 말을 하지 않아도 겪은 고생이 어떠했는지 알고 있다’는 마음이 담긴, 꾸짖으면서도 반겨주는 속 깊은 아버지의 표정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을 왼쪽에서는 우리에게 인기가 많은 관세음보살님이 서 계십니다. 관세음보살의 인기가 출중한 것은 현생에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기 때문입니다.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은 세상이기에 우리는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보살님의 가피력을 빌고자 ‘나무관세음보살’을 되뇌는데, 이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게 해주는 무한한 자비심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를 베푸셨으면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졌다고 칭송하고 염불을 하겠습니까.

 

아미타부처님 오른쪽에는 관세음보살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인기를 받는 지장보살님이 석장을 들고 서 계십니다. 관세음보살이 현세의 괴로움을 벗어나게 해주시는 것과 다르게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큰 원력을 세운 보살입니다. 자기가 지은 죄에 따라 지옥에서 고통을 받아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이 겪는 괴로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아시는 보살께서는 자비스런 손길로 구제하시고 극락정토로 이끌어 주시고 계십니다.

 

이를 아는 우리는 죽음을 앞두거나 돌아가신 영가의 천도를 빌면서 ‘대원본존 지장보살’을 되뇌는데, 보살께서 모든 중생이 깨우침을 얻을 때까지 게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하셨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극락전 상단 위에 설치된 닫집은 이제까지 부석사 경내에서 보았던 법당이 그러했듯 검소하기만 합니다. 닫집하면 떠오르는 첩첩한 공포 짜임과 구름 위를 나는 용이며 비천 등 화려한 장식은 전혀 없는, 이렇게나 수수한 닫집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꾸밈이 없는 이유는 법당의 규모가 작거나 부석사의 살림살이가 어렵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경전에 서방정토 극락세계는 온갖 보배로 장엄되었고 아름다운 새와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묘사되는데, 아미타부처님과 두 보살을 모시면서 어찌 위없는 권위와 존엄을 나타내려는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이렇게 검소하게 꾸민 이유는 부처님께서 행하신 검소함의 아름다움을 보임으로써 중생들도 이를 따르게 하고, 그 결과로 청정한 업을 짓게 된다는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까닭에 닫집뿐만 아니라 법당도 크게 짓지 않았고, 법당을 짓는데 사용한 재료며 단청도 최소한으로 하여 부석사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실천이 도비산의 산세와 아름답게 어우러져, 단정하면서 소박한 부석사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존불상을 모셔져 있는 상단 옆에는 아미타부처님이 서방극락에서 권속들에게 설법하시는 모습을 그린 탱화가 걸려있습니다. 부처님은 중앙 파란 연꽃대좌 위에 하품중생인을 짓고 결가부좌하신 모습으로, 좌우 협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합장하고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불단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불로 모신 것과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님에게서 나오는 광배로 두광은 초록색 원판에 청색과 백색으로 띠를 둘렀고, 신광은 초록색 ․ 청색 ․ 백색으로 불꽃무늬를 표현하였습니다. 부처님의 행적을 그린 많은 후불탱화가 금박이나 금색으로 부처님의 신령스러움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음과 비교하면, 부석사는 후불탱화에도 검소함을 지키려 하였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두광은 초록색 원판으로 칠하여 주변의 권속들보다 높은 위계에 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초록색 원판만 그렸을 뿐, 가장자리에 청색의 띠를 두르지 않아서 부처님만큼 밝은 빛이 나오지 않음을 나타냈습니다.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뒤에는 여러 가지의 공양물을 담은 큰 쟁반을 받쳐 든 동남동녀가 그려졌고, 그 뒤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어 서방정토 천상에서 설법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요사채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수련 잎이 무성히 퍼져 연못을 온통 덮었습니다. 연못에 돌다리를 놓았지만 다리 한쪽이 연못 가운데에 빠져서 저쪽 편으로 건널 수 없습니다. 돌다리를 보면서 신라 땅에 이르지 못하고 서해 바다에 들어가 용이 된 선묘낭자를 떠올렸는데, 어쩌면 용이 된 선묘낭자가 연못에 아직까지 머무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석사하면 영주 부석사를 떠올립니다. 677년에 창건되어 1430년의 오랜 세월동안 불법을 펼친 서산 부석사가 있음에도 그러합니다. 영주 부석사를 떠올리는 것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라는 책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쓰더라도 똑같이 부석사(浮石寺)이고, 창건한 스님도 같고, 창건년도도, 창건 동기가 된 선묘낭자 설화도, 산신각 뒤편에 떠있는 바위의 모양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상스님이 선묘낭자의 넋을 위로할 수 있는 사찰 터로 당나라를 향한 바닷가를 접한 명당을 찾았음을 추측하면 서산 부석사가 원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묘용이 머무는 연못 옆에는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정진선원이 있어서, 서해와 인접한 광활한 간척지와 아름다운 철새가 끊임없이 날아드는 서방정토를 바라보며 자연과 일체가 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참에는 아름다운 사찰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방문하였지만 다음에는 템플스테이를 예약하고 방문하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보신 불자님들께 서산 부석사 방문을 권해드립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명상도 하시고, 어둠을 끊어내고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예리한 칼도 신검당에서 찾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