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 스님의 불교행복론 21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누군들 없겠는가.
달마대사께서는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에서
“만일 수행자가 수행을 하다가 어렵고 괴로운 일을 당하면
‘괴로움은 내가 전생에 알게 모르게 지은 악업의 과보를 받는 것이다.’ 괴로움을 받아 빚을 갚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렇게 생각하라 하셨다.

 

달마대사의 말씀처럼
아무리 억울하고 괴로운 일을 당해도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 생각하면
억울함과 괴로움이 덜하다. 
그러나 이유 없이 괴로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조그만 괴로움일지라도 참고 견디기 힘들다.

 

이런 지혜가 있어야 괴로움을 받더라도
‘내가 괴로움을 왜 당해야 하는가’ 라는
억울한 감정에서 풀려날 수 있을 것이다.

 

중생의 마음은
“내가 행하는 업이 빚을 갚는 것인가.
아니면 공덕을 쌓는 보시를 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과 같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분은
삼세의 인과가 눈앞에 자연스럽게 보인다.
빚을 갚은 것인지 공덕을 쌓은 것인지
이런 능력을 숙명통(宿命通)이라 한다.

 

그러나 숙명통이 열리지 않은 중생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타나는 현상으로 유추해 본다.
 
첫째, 힘들여서 베풀어주는데
별로 고맙다는 인사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원망을 듣는다면.
이런 경우는 빚을 갚은 것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둘째, 조그마한 공덕과 보시를 베풀어도
베푼 것 이상의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공덕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기에 
빚을 받아가는 이가 너무 당당하거나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억울해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은행에서 예금을 찾을 때 은행에 감사하다고 인사하지 않는다.
빚을 준 사람이 빚을 받아가며 고맙다고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알아야 빚을 갚으면서
또 새로운 업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빚을 받아가는 이에 대한 미움이라는 새로운 악업을 .

 

또한, 공덕을 쌓은 것이라고 생각되어도
우쭐대거나 감사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아야한다.
이는 조그만 선업을 짓고 교만한 업을 지어
지은 공덕보다 더 큰 교만과 집착이라는 악업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크게 보면
갚는 것이든 쌓는 것이든 모두 한정이 있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갚다보면 끝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쌓아도 쓰는데 당할 재간이 있겠는가?

 

또 빌리고 갚고 쌓는 일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청정하고 평정히 하며 맑히는
큰 복업에 만드는데 매진하면
큰 행복이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