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ㆍ예술 > 문화

여말선초 구결 · 초기 한글 손글씨 담긴 ‘법화경’ 공개

염정우 기자 | bind1206@naver.com | 2018-10-23 (화) 12:02

법응 스님 “ 숨어 있는 자료 발굴에 도움 되길”
 

법응 스님은 구결과 초기 한글이 쓰인 <법화경>을 통해 불교와 한글 관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관과 학자들에게 배포할 <법화경> 영인본을 제작했다
 
 
한글 창제 이전의 고려시대 구결과 한글 창제 이후에 스님들이 손글씨를 적어가며 공부한 <법화경>이 발굴되어, 한글 창제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은 22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KBS 'TV쇼 진품명품'(제1144회)에서 잠정감정가 3000만원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법화경>과 영인본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법화경> 첫장. 겉표지에 제목은 없다.

 
이번에 공개된 <법화경> 내용
 
 
이 <법화경>에는 고려시대의 구결과 한글 손글씨가 다량으로 여러 사람에 의해 시대별로 다르게 쓰여 있다.
 
구결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로 된 문장에 토(吐)를 달아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것으로 한자로, 기록된 문장 사이사이에 ‘이 한자는 이렇게 읽어라’ 또는 ‘이 구절은 이렇게 해석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토(표시)를 사이사이에 달아 놓은 것이다.
 

책 내용 부분. 작은 네모 위는 고려시대의 구결 / 아래 네모는 조선시대의 구결이다.
 
 
고려시대에는 토를 굉장히 촘촘히 달고 토를 읽으면 그대로 우리말 번역문이 된다. 반면 조선시대에는 한자의 음을 읽으면서 큰 구절마다 끊어 토를 단 것이 특징이다. 가령 위 사진에 위제법사爲諸法師 중 爲의 오른쪽 윗부분의 표식은 代(대신할 대)에서 弋(주살 익)오른쪽 부분을 변형해서 만든 것인데  고려시대에는 음이 ‘ᄃᆞ이’ 였다. ‘ᄃᆞ이’에서‘이’를 빼면 ‘ᄃᆞ’ 즉  '되다'로 해석된다. 그래서 爲諸法師는 ‘여러 법사가 되리라’라는 뜻으로 爲가 ‘되라’로 해석된다.
 
爲諸法師 중 師의 오른쪽 아랫부분의 '‵′ㅅ' 표시는 하(구결 하字)에' ‵′' + ‘샤’에 ‘ㅅ’ 그래서 ‘爲諸法師하샤’라고 읽는다.
 

 ‘三’(숫자삼자) 표시가 있으면 할 위爲를 ‘~로 삼다’로 해석
할 위爲 위에 조그만 동그라미‘ㅇ’를 적어 놓으면 ‘~를 위하다’로 해석
 
 
구결은 신라와 고려시대는 물론 한글 창제 이전과 이후의 불경 <능엄경> <화엄경소> <법화경> <유가사지론> <구역인완경> 등 여러 경과 논서에서 발견된다. <법화경>에 구결과 한글이 함께 쓰인 것은 한솔종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1153호 묘법연화경 권 1~3>과 고양 원각사 소장 <법화경>, 연세대 소장 각필구경 <법화경>, 수덕사 소장 <법화경>, 개인 박물관 소장본 등 대략 10종이 전해진다.
 
법응 스님은 “이 책은 불교계의 자산이며 학문적인 자료의 가치가 크다”라며 “교계에 이 책이 많이 알려져 잠자고 있는 이러한 문헌이 발굴돼서 불교, 경전, 학문, 불교사, 한글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공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장경준(고려대 국어국문 구결전문) 교수는 “이 책의 구결과 한글은 연결해 보면 그대로 한글언해본법화경이 된다”라며 “여기에 안 쓰는 15세기의 국어가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한글도 있다. 즉 한글이 15세기, 16세기, 17세기를 내려오면서의 변천과정도 이 책에 남아 있다 하는 의미가 있다”고 책을 소개했다.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이전   다음
Comments
비밀글

이름 패스워드

© 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