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장춘단공원
누구를 찾아 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만 있을까.

 

지난 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 번 어루만지며
떠나가는 장충단공원.ᆢ

 

1971년 29세의 나이에 신장병과 폐렴으로 짧은 삶을 마친 배호의 노래가사이다. 배호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노래속의 나오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추억에 젖게 된다.

 

그러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의 슬픈 사랑의 노래일까요?
거기에는 근대 우리나라의 비운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사진에 보이는 경춘문은 일제가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을 철거하여 이또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 박문사의 일주문으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경춘은 이등박문의 호다.
박문사의 대웅전 자리는 현재 신라호텔 영빈관이 들어섰다.

 

경희궁의 흥화문은 영빈관으로 문호만 바뀌어 신라 호텔의 정문으로 쓰이고 있다.ᆢ

 

1988년 경희궁 복원사업으로 흥화문은 제자리로 이건 되고 신라호텔입구에는 흥화문 모양의 건축을 재현한 것이다.

 

 

 

장충단은 본래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가 죽은 궁내부대신 이경직과 시위 연대장 홍계훈등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고종황제가 세운 조선왕실 최초의 제단인 현충원이다.

 

그러나 일제는 반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장충단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안중근에 의해 저격된 이또를 추모하는 대가람 박문사를 건립하여 성지로 만든다.

 

박문사 건립에는 조선총독부를 짓기 위해 철거한 경복궁 선원전과 부속건물의 자재들을 옮겨  지었다.

 

경희궁의 흥화문은 박문사의 일주문으로 옮겨 왔다.

 

해방 후 역사의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이승만은 1959년 1월 장충단을 복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박문사 본당터에 국빈접대를 위한 영빈관 신축공사를 하였으나 4.19시민혁명과 5.16군사쿠테타로 공사가 중단된다.

 

장춘단의 본격적인 파괴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 70만㎡에 달했던 장충단 부지는 이리 저리 불하하여 축소되었다.

 

6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28000평부지의 영빈관을 삼성그룹에 헐값인 28억4420원에 불하해 준다.

 

이 과정에서 3공 정권과 삼성간에 어떤 흑막이 있었는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1973년 호텔신라 기공식이 열렸고 설계는 일본의 다이쎄이 건설이 맡아 진행하였다.

 

 

 

5년간의 공사끝에 1979년 지하 3층 지상 22층 연면적 6만 6525m2의 대형호텔 신라가 탄생하게 된다.

 

민족정기를 짓밟은 일제의 뜻을 받들어 장춘단 자리에 제2의 박문사 신라호텔이 들어선 것이다. 팔각정 올라가는 넓적바위에는 박정희 친필로 민족중흥이란 글자가 보인다.

 

신라호텔에서는 지난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며 출입을 금지시켜 논란을 빗기도 했다.ᆢ

 

신라호텔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불편한 진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