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 김성채

 

 

전통 사찰을 찾아들면 일주문이며 사천왕문과 금강문 등을 지나, 2층으로 지어진 ○○루 1층을 통과하는 계단에 이르러서야 나무액자 테두리에 들어차있는 묵직한 대웅전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동국사 대웅전은 “차문불문(此門不門)” 문패가 걸린 돌기둥을 지나치자마자 시원스럽게 나타납니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대웅전을 보고 언뜻 생각난 것은 화두를 참구하다 일순간에 크게 깨우치는 ‘확철대오가 이런 것이겠구나’ 입니다. 그리고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딱 떨어지는 심플함에 상쾌해지면서, ‘아! 여기서 일본 전통가옥을 보는구나.’라는 한 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동국사 대웅전은 정면과 측면이 모두 5칸이고, 팔작지붕의 홑처마로 지어진 1층집입니다.
조선을 합병하면서 주장한 일본제국의 “내선일체”는 겉치레의 말일뿐, 자기네 전통가옥으로 이곳저곳에 사찰을 지은 목적은 ‘조선 불교를 일본 불교에 동화시키자’였습니다. 그들이 진실로 조선 사람의 불교 신앙을 위해 사찰을 건축하고자 했다면 한옥으로 지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좋게 받아들이자며 생각한 것은 종각을 둘러싼 두세 뼘의 불보살 석상조차 그들의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니, 대웅전에 봉안한 부처님도 당연히 그곳에서 조성하였을 것으로 자기들의 사찰 양식으로 건축한 법당에 모셔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법당에 모시면, 부처님께서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듯해 ‘공양하는 도리가 아니다’라 생각했을 겁니다.

 

 

 

일제강점기에 500여개의 사찰이 우리나라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창건 당시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원래 목적인 사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동국사가 유일해서 2003년에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 6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식민지 잔재는 청산되어야 한다며 조선총독부까지 철거하는 시절에도 동국사가 철거되지 않은 것은 ‘조계종의 사유재산으로 철거보상할 예산이 없어서였다’는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붕에 나타난 일본

 

한옥과 일본 전통가옥의 다름을 나타내는 단어는 “곡선과 직선”, “화려함과 간결함”인데, 이는 지붕에 뚜렷이 나타납니다.
팔작지붕인 대웅전 용마루 그리고 내림마루와 추녀마루 또 처마를 이룬 선 등 모두가 직선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옥에서 볼 수 있는 하늘로 날아갈 듯 솟구치는 휘어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웅전 지붕은 물매가 급경사를 이루었는데, 이는 일본 기후가 비와 눈이 많은 탓입니다. 동국사 지붕은 생김새뿐 아니라 지붕을 덮은 기와가 우리 기와와 확연히 다릅니다. 한옥 지붕에는 전통기와인 암키와 ․ 수키와 ․ 암막새 ․ 수막새 등이 올리지만, 동국사 대웅전에는 암키와와 수키와가 한 몸으로 만들진 기와(일본 기와)가 올려져있습니다.

 

 

한옥에 기와를 올리기 위해서는 서까래 위에 개판과 산자를 깔고, 그 위에 알매흙을 올려 암키와를 깔고, 암키와끼리 이어진 곳에 홍두깨흙을 놓고 수키와를 올립니다. 이렇게 하자면 지붕의 무게가 상당히 늘어나는데,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서는 무거운 지붕이 주는 위험을 피해야하는 개선책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암키와와 수키와를 하나로 몸체로 만들어 무게가 줄이고, 흙을 올리지 않고 기와를 올리고 또 못으로 경사진 지붕에 기와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안전과 건축 경비 집을 짓는 인력을 감소시켰습니다.

 

대웅전 지붕은 (2차원의 평면에 가까워서) 기와의 놓인 상태가 상하좌우 모두 직선을 이루어내 짜임새 있고 정교하게 보이는데, 마치 잘게 일어나는 파도처럼 보입니다.
용마루에는 한 장의 수키와와 세 장의 암키와로 마룻장을 놓고, 그 아래에 흰색의 회로 양성바름을 하면서 중간에 암키와를 엎어 5층을 길이쌓기로 장식하였습니다. 간결하고 깔끔함을 의도하면서 이렇게 한 것은 대웅전 가장 높은 곳을 장식함으로써 사찰로서의 위엄을 보이려거나 무언가 상징적인 표시를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옥 지붕에는 용마루 양쪽과 내림마루가 끝나는 곳, 추녀마루가 끝나는 곳에 치미와 취두 그리고 망와 등을 올려 마무리 또는 시작을 장식합니다. 대웅전 지붕 곳곳에는 우리나라에서 본 적이 없는 망와(?)가 보이는데, 귀면이나 도깨비가 언뜻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망와에서는 연꽃문양을, 막새에서 산스크리트어 “옴”자를 볼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또 어느 막새는 “금(錦)”자가 새겨있어, 창건 당시 사찰이름이‘금강사(錦江寺)’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선을 만들어내는 동국사 서까래

 

대웅전은 부연을 얹지 않은 홑처마 집으로, 단출한 처마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앞마당에 종각과 마찬가지로 동그란 서까래가 아니라 네모의 각재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한옥 홑처마 지붕의 서까래 나무는 (처마선을 만들기 위해) 조금 휘어진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마구리 쪽은 한복 저고리의 소매처럼 조금씩 깎아 기품과 날씬한 맵시를 보여주는데, 홑처마이면서 직사각형의 각재를 사용한 것은 상당한 차이입니다.
대웅전 지붕이 평면을 이루었고, 처마는 직선으로 이어지다 양쪽 끝에만 살짝 올라가는데, 이는 네모난 각재를 서까래로 사용한 때문입니다. 
한옥 겹처마지붕 부연은 네모진 각재를 사용하지만 윗면은 길고, 아랫면은 짧게 치목한 역사다리꼴 모양을 올림으로써, 처마를 올려다보면 윗면의 길이와 아랫면의 길이가 같게 보여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것은 착시를 이용한 우리 조상의 또 다른 지혜입니다.
 
동국사 대웅전은 공포를 짜지 않았고, 금단청도 입히지 않은 탓에 대면한 첫 느낌은 화려함이나 중량감과는 거리가 있어, 우리의 전통사찰과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건축자재는 일본 전역에서 잘 자라고 습기에 강한 삼나무를 사용하였고, 풍수해와 해충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단청(밤색)을 입혔는데, 110년이 지나는 동안 검게 짙어진 색깔과 하얀 회벽이 강하게 대조되어 단조롭지만 차분하고 깨끗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대웅전 정면은 물론 좌우 양쪽 벽은 미서기 창문으로 가득합니다.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본토에서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따른 것인데, 이것은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때문입니다.

 

 

 

동국사의 가장 큰 특징은 대웅전과 요사(寮舍)가 붙어 있으며, 두 건물은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요사는 사찰에서 스님들이 거처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집으로 전통사찰에서는 법당 뒤편에 멀찍하니 짓고, 돌담이나 싸리나무 등으로 둘러 속인(俗人)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곳입니다.
그런데 동국사는 요사 출입문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대웅전으로 통하는 복도마루에 올라야 대웅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복도는 대웅전과 요사를 잇는 통로이지만 대웅전은 요사보다 3계단이 높고, 요사는 복도와 같은 높이로 지어졌습니다.

 

 

 

전통사찰은 대웅전 정면에 어간문이 있고, 어간문 좌우 양측에도 문이 있습니다. 어간문은 스님들이 드나들고, 좌우측 분합문은 통상 닫아두지만 부처님 오신 날 ․ 출가절 ․ 성도절 ․ 열반절 등 명절이나 법회 때에 열어 법당과 야단법석 안팎에서 불자들이 기쁨을 같이 합니다. 대웅전 좌우측 벽에 달린 문으로는 신도들이 드나드는데, 문 밑에는 섬돌이 있어서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다음에 섬돌을 딛고 법당에 들어 반배로 예를 올리게 됩니다. 

 

동국사 대웅전 정면 어간에는 미서기 문을 설치하였고, 어간 좌우 양측에는 창문만 달려있습니다. 전통사찰에서 스님들이 어간문을 이용하여 법당을 출입하는 것과 다르게, 동국사 스님들은 요사와 이어진 복도를 통해 대웅전을 출입하게 됩니다. 스님과 신도들이 요사 출입문으로 출입하는데, 어간문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동국사 대웅전은 신발을 신은 채 어간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건축되었는데, 대웅전으로 들어서면 내부구조가 우리나라 전통사찰과 무척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대웅전 내부는 다음 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