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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의 윤리적 교설

1. 선업과 악업

인간은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고대에 올라갈수록 더욱 증대되어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일종의 신앙적인 주종관계가 성립한다. 그리하여 인간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자연의 지배력이 신격화되어 여러 가지 자연신이 등장한다. 그런 자연신 중에서 최상위에 오른 것이 ‘하늘-임’이다 하늘-임 관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유일신 사상으로 발전하고, 이것이 한층 심화되면 우주의 본질이 되는 범신론에까지 발전해 간다.

그러나 부처님(B.C. 6-5세기)은 그러한 전통적 종교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으셨다. 만일 브라흐만이라는 절대적인 신이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고 있다면, 인간이 선을 행하건 악을 행하건 그것은 모두 신의 뜻(의지)에 의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왜 신은 그 책임을 인간에게 돌리고 상벌이나 내리려 하는가? 또 만일 그렇다면 인간은 잘 살기를 바라거나 노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분명히 잘 살려는 옥심이나 노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엄연한 현실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다시 본래의 현실 세계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에겐 자유로운 의지가 있고 자연에겐 그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산천초목 일월성신과 같은 것은 아무리 큰 영향을 인간에게 미치고 있어도 의지가 없는 한낱 자연물에 불과하다. 그런 것에 정신성(의지)을 부여하여 신격화한 것부터가 애초에 잘못이었다.

이런 견지에서 부처님은 “모든 것은 눈 귀 코 혀 몸 의지와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법의 열 두 간데에 들어간다”고 단언하고 계신다. 이 교설을 십이처설이라고 부르는데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을 천명한 것이다. 그 중에서 처음 여섯이 인간의 인식감관이고 다음 여섯이 인식대상인 점에서, 그것은 인간에 의해 인식되는 인간 중심의 현실 세계를 가리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중의 인간의 주체를 의지라고 규정하고, 대상적 객체를 ‘법(dharma)'이라는 말은 무의적인 자연물이나 규범적인 법칙성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 입장은 전통적인 브라마니즘의 세계관을 근본에서부터 뒤엎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브라마니즘에서는 인간이 자연의 지배를 받는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러한 열두 가지는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이 없음(無常)을 지적하고 계신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은 덧없이 생주이멸(生主異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없는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운 것은 ‘진실한 나(ātman 自我 )’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는 개념은 불변의 주체(常一主宰性)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그러한 세 가지 속성을 불교에서는 ‘삼법인三法印’이라 하여, 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아니다” 십이처설과 함께 이 삼법인 설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계속)

고익진  저   불교의 체계적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