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해와 달이 없으면 하늘을 이룰 수가 없고 세상에 불법이 없으면 세상을 구제할 수가 없다.

 

영험 있는 약사여래로 유명한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 사적기에 적힌 글이다.

 

세상에 부처님이 있는 것은 마치 하늘에 해와 달이 있는 것과 같다. 깨달음의 길을 열어서 밝히는 데에는 부처님보다 뛰어난 것이 없다. 그래서 세존이라 하고 불일이라 부른다.

 

불법은 천축으로 부터 멀리 중국에 이르렀고 모든 나라에 퍼져 나가서 불일이 두루 비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때 이후로 불상이 조성되고 사찰이 건립 되었으니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우전국의 왕이 부처님의 덕을 흠모하여 전단향 나무에 부처님 모습을 새겼으니 이것이 불상의 시작이고 빈비사라왕이 불법을 믿어서 죽림정사를 건립했으니 이것이 사찰의 시작이다.

 

 

 

불상을 모시고 승가 대중을 편안하게 거처하게 하여 불도가 지극하게 갖추어 지게 하였다.우리나라 해동의 경우에는 고구려 시대에 처음 불상을 조성하기 시작하여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이 공경스럽게 불상과 불법과 고승들을 받들어 모셨다.

 

그렇게 천년이 지나 갔는데 그 사이에 사찰의 모습은 여러 차례 변했지만 석불상은 의연하게 단아하고 자비로운 용모를 간직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 이 불상을 보고 감흥이 일어 기도와 축원을 올리면 가피를 받은 사람이 많다.

 

스님들만 불상을 보고 발심한 것이 아니라 속세의 선남. 선녀들도 깊은 신심을 일으켰다. 이것은 신라 때 이 불상을 조성한 의현스님의 공이고 불일이 널리 비추어준 덕이라 할 것이다.

 

도광 원년(1821) 하안거 해제일에 선본암 주지 범해가 분향하고 쓰다.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의 사적기가 최근에 발견 되었다. 사적기의 내용을 우리말로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