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공감언어와 법문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공감언어 7

정찬주 | | 2018-08-02 (목) 14:48


일러스트 정윤경
 
 
생명이란 존중이다
 
여는 말
방으로 들어온 무당벌레가 내 책상에서 논다. 햇볕이 드는 창 쪽에는 몇 마리가  진을 치고 있다. 아내가 청소를 하다 말고 진공청소기를 뜯고 있다. 진공청소기 속으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빨려 들어가 버린 모양이다. ‘무슨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처럼 무당벌레를 살려내려고 애를 쓰는 아내가 더욱 사랑스럽다. 산중에 살다보면 미물까지도 식구가 된다. 나는 며칠 전 칼럼에서 한 노승의 목숨 건 비장한 단식을 이야기하면서 글 끝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지었다.
‘거룩한 한 생명을 떠나보내고 난 뒤 안타까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양심에 시나브로 얹히는 허물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생명이다.
생명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은 아무 데도 없다.
목숨은 단 하나뿐인 존재의 뿌리다.
 
#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 혼자만 죽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가족이며 친척과 친구, 그와 관계된 모든 세계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지녔던 물건까지도 빛을 잃는다.
그러니 한 사람의 목숨을 앗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랑이 없다면
우리 시대와 사회는 결코 새로워질 수도 개선될 수도 없다.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관용의 정신은
우리들 인간에게 가장 으뜸가는 덕이다.
언제 어디서나 이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진리의 혼을 보려면
가장 하잘것없는 미물일지라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
군불을 지피려 부엌에 들어가려다가
새 새끼가 한 마리 땅에 떨어져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솜털이 보얀 박새였다. 새집에서 굴러 떨어졌거나
아니면 너무 서둘러 나는 연습을 하다가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안쓰러워 손으로 만지려고 하니 입을 벌려 짹짹거리면서 피했다.
어미 새 두 마리가 날아와 나를 경계했다.
군불을 지피고 나서도 어린 새 일에 마음이 쓰여
한쪽에 돌아서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미 새가 이따금 날벌레를 물어와 새끼에게 먹이는데
바로 먹이지 않고 몇 차례씩 입에 넣었다 빼었다 하면서
조금씩 나는 연습을 시켰다.
두 마리 새가 번갈아가면서 이렇게 이틀을 하더니
마침내 새끼 새가 제 힘으로 날아갔다.
나도 어깨를 펴고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새들의 지극한 모성애에 소리 없는 박수를 쳐주었다.
                                  <산방한담> 중에서
 
맺는 말
몇 년 전 내 산방의 이야기다. 검둥이 지장이와 네눈박이 쌍산이가 사랑하더니 지장이가 새끼를 8마리나 낳았다. 1달 하고도 9일이 지나는 동안 강아지 2마리가 죽었다. 한 마리는 물을 급하게 먹다가 급체해 죽었고, 또 한 마리는 자고 일어나 보니 토방 밑에 웅크린 채 죽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의문사였다. 두 마리 모두 배롱나무 숲에 수목장을 해주었다.지장이가 낳은 새끼들은 어림잡아 서른네댓 마리. 매년 한 번씩 다섯 해 동안 새끼를 낳았으니 나도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겨울에 새끼를 낳을 때는 몸으로 북풍한설을 막는 것을 보았고, 새끼들의 똥꾸까지 핥아주어 청결하게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린 생명을 사랑하는 어미개의 본능은 사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나는 어미개의 모성애를 본 뒤로는 아무리 화가 나도 '개새끼'라는 욕을 해본 적이 없다. 소설 속에서도 '개새끼'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지 않았다. 개와 함께 살면서 개를 모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법정스님도 ‘짐승과 사람 사이일지라도 최소한의 의리는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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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화엄 2018-08-03 14: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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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절마다 깊은 감동입니다.

지난 날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참회합니다.
푸른꽃다발 2018-08-04 14:15:47
답변 삭제  
무당벌레 한마기 구하기,

솜털 보얀 박새 이야기...

한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그 생명과 연관된 모든 관계,
전 우주를 상처내고 모욕하고 무시하고
사라지게 하는 것,

살아나게, 살아가게 하는 대신에
...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길이
생명공부의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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