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을 쓰기 전 “장끼경”을 먼저 인용합니다. 그 요체는 “‘이것은 진리이고 저것은 거짓이다’라고 결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마치 소경이 줄을 선 것과 같이 앞사람도 옆 사람도 뒷사람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는 붓다의 경책의 경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붓다 교설의 잣대로 보아, 우리에게도 우려 깊은 비판이 필요함을 말씀드립니다. 한국 불자들 대다수가 참여하시는 한국불교-대승의 수행 체제는 염불, 정근, 다라니, 절 수행 심지어 간경, 사경까지도 어쩜 모든 생활의 전반적인 행위마저도 통불교라는 미명으로 포장하여 8만 4천 법문이나 Pali 3장에서 언급되지 않은 위의 것들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스님 위주의 화두참선을 최상위에 세우는 수행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몰라도 꽤 오랜 동안을 대승불교 권에 몸담았던 제 경험으로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스님들께 화두참선에 대해 물으면 “쓸데없는 망상 피우지 말고 절 수행이나 하라”고 일갈을 당했던 불자들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화두참선이야 말로 스님 고유의 성역으로 치부했던 것이지요. 15년이 지난 지금은 위와 같이 답변하시는 스님들은 안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 사이 “명상 수행”이 노도처럼 밀려와 승속 간에 그 필요성과 더불어 테크닉들이 모두에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붓다가 정의하신 수행이란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두 가지란 것도 명확히 알려졌으니, 위의 대승권 수행체제도 많이 정립이 되었지만, 지금도 기도 위주의 행위에 수행이란 이름이 자리하고 있음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명상수행의 한 맥인 간화선의 화두참선 이전에도 지광선사의 묵조선, 천태지의의 지관수행법, 안반수의경 등이 있었지만, 그 중요성과 시행조차도 미미한 중에 그마저도 780여년경 대혜종고선사의 간화선이 계발되며 묻혀버린 실정입니다. 그 중에서 화두참선이 닙바나를 참구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괜한 저 혼자만의 견해일까요? 간화선에선 붓다 교설의 닙바나를 거론치 않고, 깨달음의 오(悟)나 도(道)나 각(覺)을 목표로 명시하지 닙바나는 실종되고 마는데, 다른 교설에서는 “열반락(涅槃樂)”이니 “열반적정(涅槃寂靜)”을 피력하고 있음을 보면 간화선의 목표와 닙바나를 동일시 동의어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분명 닙바나라는 사실은 명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간화선의 태동과 그 가르침부터가 삼처전심(三處傳心)의 교외별전(敎外別傳)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하여 언어도단(言語道斷)하고 불립문자(不立文字)하며 직지인심(直指人心)하라는, 그래서 조사(祖師)의 언하(言下)에 견성성불(見性成佛)하라는 가르침이 요체입니다. 말인즉슨 그럴 듯합니다. 말하는 이도 그 뜻을 모른 채 알아들으라고 내뱉는 말-바로 현학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지극한 관념놀이입니다. 조사님 말씀 한마디에 생과 사를 뛰어 넘으라는 데는, 대다수가 어찌할 줄 모르고 망연해 버리어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게 합니다. 그럴 듯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일 분입니다. 붓다의 교설에서도 어느 경전에도 어느 수행법에도 이러한 말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몰록 깨달아라(頓悟)하는 데는 모든 과정이 송두리째 빠져있습니다. 문득 이 시대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창궐하는 창발(創發)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떠오름 현상이라는 이 창발은 하위계층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 구조의 상위 계층에서만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며 또는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emergent property) 또는 emergence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과학계나 철학 모든 분야에서 인용되지만 이런 현상은 없다는 것입니다. 쌓이고 쌓인 내공이 조건이 되면 몰록 나타나는 것이지 타고난 상근기(上根器)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인데, 간화선에서의 몰록도 비슷한 성격을 가진 말인데도 중국식으로 성급하게 과정이입은 없이 막무가내 몰록입니다.

 

언하에 돈망생사라니 이는 아무래도 저의 짧은 소견이지만 도교의 영향 안에 불교가 자리한 중국의 사조에 타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볍씨를 뿌려 농사를 짓고 수확하여 도정하고 쌀을 얻어 밥솥에 물과 함께 넣어 불을 떼서 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고, 쌀알 닮은 모래알로 밥을 지어먹으라는 것에 비유한다면 억지스런 논리일까요? 그걸 정체성으로 내세워 700~800년간을 고수하며 수행풍토를 일구는 한국 불교에 너무 큰 의구심이 듭니다. 이것이 Buddha Sassana-불교-부처님의 가르침인가?

 

1990년부터 조건이 성숙되어 소승이라 폄하 받던 테라와다 불교수행법이 밀물처럼 밀려들자, 나름대로 간화선의 정립을 위해 화두참구나 대상을 가지고 Sati하는 것이나 한 맥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이 팽배해져 갑니다. 소위 대승과 테라와다 불교의 접속을 위한 교량 역할을 하려는 노력들이 역력히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억지 춘향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근본부터 내용과 본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화선의 화두는 선사들의 지극히 관념적인 화두라는 것을 선정하여, 의심덩어리를 키워가는 것이고, 붓다의 위빠사나 수행은 사념처경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여기, 자기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곧 “몸, 느낌, 마음, 대상”이라는 지금 실재하는 사실(Real fact)을 사피며 통찰의 지혜를 얻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화선에서는 몰록이란 어휘로 소위 見性의 자리를, 깨달음의 자리를 얻었다 할지라도 “벙어리가 꾼 꿈과 같다”라고 하여 언설로는 표현할 수 없고, 문자로도 표현할 수도 없다는 둥 혹은 성우 경허선사의 게송처럼 “방인약문성우사(傍人若聞惺牛事)”라면 “석녀심중겁외가(石女心中劫外歌)”라는 지극히도 난해한 말씀들을 하는 것이 과연 수행자에게 바람직한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릇 진리란 그 특성이 보편타당해야 하고 언설로 표현되어야지, 황당하게 꾸미고 난해하게 덧칠하고 현묘하게 치장해 놓으면 그 것은 죽은 진리가 아닐까요?

 

Theravada Buddha Sasana “부처님의 가르침을 장로들이 가르치는” 테라와다 불교의 차제수행법인 일례로 7청정과 16단계 지혜의 완성에 대한 지도와 가르침과 인도가 간화선에선 없다는 말입니다.

 

 

화두선의 별미는 지극한 고요에 머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심덩어리의 화두를 키워가고 키워가며 그것들을 깨뜨려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정혜(戒定慧) 3학중 정(定)에 머물러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아니 나아가는 법을 제시하지 못 한다고 보았다면 저의 오해일까요?

 

그러나, 붓다께서는 어느 종교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혜(慧)를 들고 나오셔서 그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대승에서도 지혜를 많이 언급은 하고 있지만, 그 언급이 붓다의 교설과는 사뭇 동떨어지고 함량 미달의 것입니다. 대승의 의식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붓다 직설도 아닌 당나라 현장의 번역본인 반야심경만 해도 “반야마라밀다”를 최고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반야가 pali의 paññā의 음사임도 테라와다 불교의 도입과 함께 알게 되었고 스님들의 법문마다 지혜의 완성을 궁극처럼 설파하심에 저도 처음엔 불교는 지혜의 종교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반야에는 진정한 paññā(지혜)는 없습니다. 지극히 ‘what’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paññā를 얻어가는 “how to”는 어디에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paññā라는 지혜의 정의는 위빠사나의 사념처 수행을 위주로 한 통찰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통찰지혜를 이르는 것인데, 이것도 여기에서-수행에서 얻어지는 각 단계들의 지혜이지, 세속에서의 지혜가 아닙니다. 세속이나 출세간에서 쓰는 지혜를 pali에선 ñāṇa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지혜에 대한 개념정리도 벗겨봄이 없이 구두선으로 외우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세속의 일상에서는 지혜를 우리에게 유입된 정보의 쓰임새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지혜로운 일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어의 wisdom 같은 것들... 또는 솔로몬의 지혜 같은 것들, 이런 모든 것의 세속의 범주에서 일컫는 지혜로 보아야겠지요.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 안에서 ñāṇa나 paññā는 정신세계의 계발과 전개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가르침을 주시는 것으로 견주어 볼 때 우리가 통상 인식하고 달달 외우는 반야와는 많은 괴리감을 느끼고, 그 차이도 큽니다.

 

참고로 테라와다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로드맵이 되어 있는 7청정과 16단계 지혜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물론 개략적인 것인데도 위에 말씀드린 것의 이론을 뒷받침해줍니다.

 

一. 계청정(戒淸淨, sila visuddhi)
二. 심청정(心淸淨, citta visuddhi)
1단계 지혜: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지혜(nāma rūpa pariccheda ñāṇa)
三. 견청정(見淸淨, diṭṭhi visuddhi)
2단계 지혜: 원인과 결과를 식별하는 지혜-조건파악의 지혜(paccaya pariggha ñāṇa)
四. 도의청정(渡疑淸淨, kankhā-vitaraṇa visuddhi)
3단계 지혜: 현상을 바르게 아는 지혜-분명한 이해(명상)의 지혜(sammāsana ñāṇa)
4단계 지혜: 생멸의 지혜(udayabbayā nupassanā ñāna)
五. 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知見淸淨, magga măygaňă ssana visuddhi)
六. 행도지견청정(行道知見淸淨, patipadă-ňăņa dassa visuddhi) 
5단계 지혜: 소멸의 지혜-무너짐의 지혜(bhaṅga ñāṇa)
6단계 지혜: 두려움에 대한 지혜-공포(두려움, 드러남)의 지혜(bhaya ñāṇa)
7단계 지혜: 고난의 지혜-위험(허물) 관찰의 지혜(ādīnava ñāṇa)
8단계 지혜: 혐오의 지혜-역겨움의 지혜(nibbidā ñāṇa)
9단계 지혜: 해탈을 원하는 지혜-벗어나려는 지혜(muñcitukamayatā ñāṇa)
10단계 지혜: 다시 살펴보는 지혜-깊이 숙고하는 재성찰의 지혜(paṭisankha ñāṇa)
11단계 지혜: 현상에 대한 평등의 지혜-형성, 평온의 지혜(sankhārupekkhā ñāna)
12단계 지혜: 적응의 지혜-수순의 지혜(anuloma ñāṇa)
13단계 지혜: 종성의 지혜-성숙의 지혜(gotrabhū ñāṇa) - 6단계 행도지견청정과 7단계 지견청정의 분수령
七. 지견청정(知見淸淨, patipadă-ňăņa dassa visuddhi) 
14단계 지혜: 도의 지혜(magga ñāṇa)
15단계 지혜: 과의 지혜(phala ñāṇa)
16단계 지혜: 회광반조의 지혜-반조의 지혜(paccavekkhaṇa ñāṇa)

 

※Pali의 심오성과 광대성으로 각기 다른 해석을 하나 여기에선 한국명상원 묘원 선생님의 풀이-첫 번째 입적하신 마하보디선원 나냐로까-해조스님-두번째 풀이만 소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지혜의 분류는 주석서중 부동의 준거가 되고 있는 붓다고사 스님의 청정도론 중 7청정과 10단계의 지혜가 후대복주석가들에 의해 16단계의 지혜로 재분류되었음을 첨언합니다.

 

이 지혜의 계발과정에서 3단계부터 10단계 지혜까지 vipassana magga(위빠사나도)라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3법인 무상, 고, 무아를 일반적으로-절절하게-처절하게 체험하고 보아가다가 다음 단계의 지혜에서는 이 같은 모든 존재에는 필연코 함께하는 보편적인 특성인 무상(Anicca), 고(Dukkha), 무아(Anatta)마저 떨어져 나가는 고도의 정신세계의 전개와 발전과정의 지혜에 대한 특성을 살펴보면, 이러한 정신 계발에 의한 지혜들은 세속의 범부중생들의 삶에는 아무 쓸모없는 지혜들이잖습니까?

 

오로지 “지고하고 완전한 행복”의 문에 들어가는 데에만 필요한 지혜입니다. 닙바나의 초석이며 토양인 것입니다. 이 같은 지혜의 펼침에 대승에선 들어본 적도 없지만 놀랍게도 테라와다 비쿠들 마저도 지혜의 중요성을 갈파하고 있지만, 이를 숙지하고 지도하시는 분들이 과반정도일 뿐입니다. 말로는 지혜, 지혜하시면서도 붓다의 교설에 대한 공부나 그 실참수행을 게을리 하고 있는 실정이 때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무튼 대승의 반야바라밀다나 테라와다 불교의 16단계 지혜들은 닙바나 실현의 근본이며 밑받침이라 부연설명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