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ㆍ문화재 >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7
강소연 2018-07-16 (월) 01:49
1. 성도成道의 장소: 보리수와 금강보좌
성도 장소의 숭배 <보리수와 금강보좌의 숭배>, 난간의 부조,
바르후트 출토, 사암, 슝가Sunga 시대(BC 2-1세기), 캘커타 인도박물관 소장.
바르후트 출토, 사암, 슝가Sunga 시대(BC 2-1세기), 캘커타 인도박물관 소장.
수행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어떤 곳일까? 깨달음을 얻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수행 방법[각주1]이 쓰여 있는 니까야 경전을 찾아보면, 이 같은 말씀을 만날 수 있다. “비구는 숲 속에 가거나 나무 아래에 가거나 외진 처소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몸을 곧추세우고 호흡의 입구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 -「대념처경Mahāsatipatthāna Sutta」(D22)- ” 그 외에도 “비구는 숲 속에 가거나 나무 아래에 가거나 빈방에 가거나 하여 가부좌를 틀고 상체를 곧추세우고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 -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경Anāpānasati Sutta」(M118) -” 등, 수행에 들어가기 전의 적합한 환경으로, 동일하게 이같이 말씀하신다. 즉, “마을과 격리된 숲 속에 홀로 고요히 있을 수 있는 곳”을 지칭한다.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태국의 붓다다사 스님은 “수행자는 그의 친숙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서 숲으로 가야한다.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떼어내도 이전의 습관대로 어미에게 가려 울고 몸부림친다.”고 설명하신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습관과 욕망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수행하려면 우선 이러한 세속적인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켜야 한다. [각주1: 석가모니 부처님 직설直說의 ‘실참수행법’을 언급한 경으로는 『디가 니까야』의 「대념처경」(D22) 「대인연경」(D15), 『맛지마 니까야』의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경」(M118), 「몸에 마음챙기는 경」(M119) 「마음챙김의 확립경」(M10) 「바른견해경」(M19) 등이 있다.]
불철주야, 수행인들로 가득한 ‘보리수’ 주변
수행자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적합한 장소의 여건은, “물이 흐르고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 나무 그늘로 인해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따듯한 곳, 시끄러운 소리들과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격리된 곳”이다. 고타마 붓다가 고행 수행은 한 곳은 네란자라 강가의 숲 속이었고, 그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는 네란자라 강기슭의 한 그루 보리수 아래였다. 보리수의 본 명칭은 핍팔라(pippala) 또는 아슈밧따(asvatta) 나무인데 사철 푸른 상록수이다. 수행자 고타마는 풀 베던 사람으로부터 풀 한 무더기를 얻어 깔고 앉아 삿띠(Sati: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를 시작한다. 수행자 고타마가 ‘정각자(붓다)’ 고타마가 되면서, 이름 모를 이 풀은 길상초吉祥草가 되고, 앉았던 흙바닥은 금강보좌金剛寶座가 되고, 핍팔라 나무는 보리수菩提樹가 된다. 또 고행을 했던 숲은 고행림苦行林으로 불리게 된다. 인도 가야 시市의 우루벨라의 세나 마을 네란자라 강가, 한 켠으로 물이 흐르고 커다란 나무가 있는 이곳에서 고타마는 정각을 이루게 된다. 마을로부터 격리된 조용했던 이곳은, 그 후로, ‘마하보디 사원(대보리사)’으로 불리며 세계 불교인들의 가장 신성한 성지로 추앙받게 된다.
고타마 붓다 성도의 자리 ‘보리수’, 마하보디 사원, 보드가야
보리수 주변은 세계 각지에서 온 수행자들로 밤낮 문전성시를 이룬다.
석가모니 부처님 ‘성도의 장소’인 <마하보디 사원>에서 불철주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깨달음의 나무 ‘보리수’가 있는 곳이다. 거대한 보리수 주변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수행자와 신도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어 항상 발 디딜 틈이 없다. 물론 현재의 보리수는 고타마 붓다가 앉았던 2천 5백전 보리수의 까마득한 손자의 손자뻘 되는 나무이다. 그리고 붓다가 앉았던 정각의 자리, 본래 ‘금강보좌’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마하보디 대탑>이 세워져 있다. 보리수의 서쪽으로 대탑의 벽에 붙어서 옛 금강보좌의 일부를 볼 수가 있다. 또 붓다가 깨닫고 나서 처음 발을 디뎠다는 불족적이 조형으로 남아있다. 이곳에 몰려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붓다의 정각의 에너지를, 붓다의 정진의 정신을, 붓다의 연기의 가르침을, 시공을 초월해서, 받기 위해 필자도 앉았다.
석가모니 정각의 장소, 보드가야의 보리수.
깨달음이 열린 정각의 공간
‘보리수 아래에 붓다가 앉았던 그 자리’ 바로 이곳이, 석가모니 일대기를 통틀어, 불교의 다양한 성지 중에서도 최고의 성지로 손꼽힌다. 깨달은 이후, 붓다는 자신이 깨달음을 이룬 자리의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정각의 법열法悅을 즐기는 상태로 칠칠일간 동안 걷기도 하며 앉기도 하며 머문다. 이때 붓다는 자수용신(自受用身)의 상태였다. 몇 그루의 나무와 평평한 땅만이 허허롭게 펼쳐졌던 이 공간은, 붓다가 이렇게 머물고 간 이후, 더 이상 그냥 공간이 아니게 된다. 인류 최고의 성스러운 공간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된다. 이곳의 이러한 의미와 그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사람은 아쇼카왕이었다. 붓다 입멸 후 250년이 지난 뒤, 이곳을 방문한 아쇼카왕은 성도의 자리에 금강보좌를 만들고 또 이곳을 기리기 위해 석주를 세우고 정사를 지었다. 현재 50미터의 높이로 서있는 마하보디 대탑의 시원 격에 해당하는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아쇼카왕 즉위 10년에 만들어진 이 정사는 그 후로 수차례의 보수, 재건, 증축을 거치며 변모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초겨울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하보디 대탑>의 사각 첨탑의 뾰족한 형식을 보면서 의문이 일었다. 전형적인 힌두교 계통 방형 사원 탑의 모습이 아닌가. 전통적인 불교 대탑은 원형의 반구 형식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산치 대탑이나 사르나트 다메크 탑, 쿠시나가르 열반 탑, 바이샬리 탑 등등. 불교를 대표하는 초창기 대탑의 모양은 모두 발우를 엎어놓은 것 같은 원형圓形이다. 그 이유는 여의주 모양의 이러한 ‘원형’의 도상은 ‘깨달음과 계합한 표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굴암이 토함산 산기슭에 굳이 ‘원형’으로 어렵사리 축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실圓室의 법당에 천정은 둥근 돔(Dome)의 형식을 하고 있다. 아쇼카왕 당시 최초의 정사의 모습은 원형의 스투파 형식의 가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치대탑 및 바르후트 석주 등, 초기 불교미술에 묘사된 ‘보리수의 성도지’를 보면, 반구형 스투파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불교 조형의 가장 핵심적 전통이, 이렇게 중요한 성도지에, 어째서 이어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파란만장한 역사, 60년의 소송 끝에 다시 찾은 사원
<마하보디 대탑> 관련 先자료[각주2]를 찾아보니, 이곳은 9세기에 힌두교 사원으로 바뀌어버렸던 역사가 있다. 석가모니 상 대신에 쉬바 상이 앉혀졌던 것이다. 마하보디 대탑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내왔다. 현장의 『대당서역기』(한글대장경p.251-252)에는 어느 바라문이 아쇼카왕이 만든 것을 증축하였고, 대탑은 “높이가 160-170척이 되고, 아래 기단 넓이는 20여보가 된다. 푸른 기와로 쌓고 나서 그 위에 석회를 발랐다. 여러 층의 감실에는 모두 금상金像이 들어있다. 사방의 벽에는 진기한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염주를 이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선天仙의 상을 새긴 것도 있다.”라고 쓰여 있어, 적어도 7세기에는 지금과 같은 규모의 방형 건물이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또 현장 스님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보리수 주변에는 돌을 쌓아 울타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11세기 버마의 왕에 의해 정비 및 수리되었고, 12세기에는 스리랑카의 왕에 의해 중수되었다. 하지만 중수 직후, 무슬림의 침략으로 성지는 버려지고 잊혀져 밀림에 파묻힌 채 있다가 16세기 어느 수행자가 다시 승원이 정비되었고, 19세기 버마의 왕 요청으로 인도정부는 발굴 및 재건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인도의 영국 총독부는 그 소유권을 영주인 힌두교도에게 넘겨주는 바람에, 그 후 60여 년에 걸친 기나긴 법정 소송 끝에 마침내 불교도의 소유가 되어, 큰 깨닮음의 사원 <마하보디 사원>으로서 다시 인정받게 된다. [각주2: 보드가야의 역사에 대해서는 『불타의 세계』(나까무라 하지메中村 元 , 김영사, p. 204-206) 『인도와 네팔의 불교성지』(정각, 불광출판사, 1993 p.34-35), 『전륜성왕 아쇼까』(이거룡, 도피안사, 2009, p. 303-304) 인용 및 참조]
2. [불교미술] 붓다 ‘정각의 장면’은 어떻게 표현되나? (I)
<보리수와 금강보좌>의 숭배. 금강보좌 위에는 법륜이 묘사되어 있다. 산치 제1탑, 동문 기둥의 부조.
왕비의 질투를 부른 왕의 ‘보리수 사랑’
고타마 붓다가 정각을 이룬 보리수는 당시 수백 척 높이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크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수차례 이교도들에게 베어지고 불타는 수난을 당했다. 현재의 나무는 약 1백 년 전, 폭풍으로 쓰러진 고목의 뿌리에서 다시 싹이 나서 자란 것이라고 한다. 보리수에 대한 아쇼카왕의 지극한 사랑은 유명하다. 그 때문에 보리수에 질투를 하게 된 띠사라카라 왕비가 보리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주술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다양한 문헌(『대당서역기』, 『마하맘사』, 『아쇼카바다나』 등)에 전한다.( 『전륜성왕 아쇼까』 앞의 책,p.263-265 참조) 산치탑의 남문에도 시들어버린 보리수에 충격을 받은 아쇼카왕이 쓰러지는 것을 두 여인이 부축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보리수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깊은 시름에 잠긴 왕을 보고, 왕비는 마음을 고쳐먹고 수천 항아리의 우유를 주어 나무를 살렸다. 보리수가 살아나자 너무 기쁜 왕은 무차회를 이를 기념했다고 전한다. 보리수의 회생 기념 무차회에는 무려 30만 명의 비구들이 모여들었다. 왕은 보리수 주변에 담장을 치게 하고 손수 자신이 그 위에 올라가 항아리 수천 개에 향수를 담아 보리수에게 물을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장면은 산치 제1탑 동문의 상부 난간 부조로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보리수 주변은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고, 나무에 향수를 주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측으로는 불족적에 참배하는 모습이 보인다. 산치1탑 동문의 앞면 상부의 두 번째 패널.
보리수의 회생을 기념하는 무차회가 대대적으로 거행되고 있다. 산치1탑 동문의 앞면 상부의 세 번째 패널.
스리랑카로 전해진 보리수의 행방
보리수에 관한 많은 이야기 중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아쇼카왕 시대에 보리수의 가지가 스리랑카로 전해진 뒤에 보리수는 결국 시들어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법이 스리랑카로 전해졌다는 이야기는 아쇼카왕의 아들 마힌다 비구와 딸 상가밋따 비구니의 전법과 인연이 깊다. 특히 아끼는 딸이 스리랑카 왕비에게 비구니계를 수계하기 위해 출국하게 되자, 아쇼카왕은 직접 보리수 가지를 꺾어서 딸이 떠나는 해안까지 달려와 그것을 전해 스리랑카로 가져가게 했다고 한다. 산치 제1탑 동문의 전체가 ‘보리수에 대한 찬미’로 가득 채워졌다 해도 과언에 아닐 정도로, 동문의 상부 패널 앞 뒤 면은 모두 보리수 관련 부조이다. 이는 초기불교에서 ‘보리수’ 자체가 ‘성도成道’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붓다가 득도한 보리수가 가장 크게 한 가운데에 묘사되었고, 주변으로는 득도 후 옮겨 다니며 명상을 즐긴 반얀 나무, 라자야따나 나무 등이 표현되었다.보드가야의 붓다 성도의 풍경을 성스러운 나무로 비유해 나타내고 있다. 산치1탑 동문의 뒷면 상부의 첫 번째 패널.
금강보좌와 보리수가 가운데 있고 그 주변으로 세상만물이 장엄되었다. 산치1탑 동문의 뒷면 상부의 두 번째 패널.
보리수가 있는 자리에는 스투파가 묘사되어 붓다를 상징하기도 한다. 초기 불교미술에서는 보리수, 대좌, 스투파, 발자국, 법륜 등의 도상으로 붓다를 표현하였다. 산치1탑 동문의 뒷면 상부의 세 번째 패널.
산치 제1탑 동문의 상부 조각. 가운데 세 개 난간 패널의 앞 뒷면은 모두 ‘부처님 정각을 상징하는 보리수’로 장식되었다. (산치탑 사진 ⓒ이선형)
소위 ‘무불상無佛像 시대’로 불리는 초기불교미술 시대에는 의인화된 사람 형상의 부처님은 찾아볼 수 없다. ‘부처’라는 경지는, 금강경에서 누차 강조하듯이, ‘상相’을 초월한 경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처님의 성도聖道 장면에 정작 부처님은 없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미술인 바르후트 탑과 산치 탑의 부조浮彫를 보면, ‘보리수’와 ‘금강보좌’, 그리고 ‘법륜法輪(다르마 차크라)’만으로 부처님의 정각正覺을 나타내고 있다. 바르후트와 산치의 이들 스투파 조형물들은 기원 전(BC) 2기경부터 기원 후(AD) 1세기 경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붓다 성도의 장면> 프리세나짓 석주, 바르후트 출토, 마디야 프라데시(인도 중부의 주), 슝가 시대(c. 100-80 BCE), 붉은 사암, 현재 캘커타 인도박물관 소장.
<보리수> 천신과 사람들이 경배를 올리고 있다.
<금강보좌> 보리수 아래에는 법륜와 금강보좌가 있다. 금강보좌에는 연꽃이 피고 꽃비가 내리는 모습이 장엄되었다.
금강보좌의 ‘금강’은 무슨 뜻일까?
금강金剛은 지구상 가장 단단한 광물인 금강석(다이아몬드)을 말한다. 너무나 단단하여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로 자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질은 ‘부동지不動地’에 비유된다. 즉, 그 무엇에도 동요되지 않는 경지, 견고하고 단단한 금강의 마음을 가리킨다. 그래서 온갖 번뇌를 깨뜨려 없앤 선정의 상태를 금강삼매金剛三昧, 금강정金剛定, 금강심金剛心이라고 말한다. 금강저는 인드라의 무기인 바즈라(Vajra)를 번역한 말인데, 이것은 낙뢰처럼 모든 분별과 망상을 단박에 깨어 부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자이나교와 힌두교에서도 영성의 견실함을 상징하며 공통적으로 쓰인다. 또 금강반야바라밀다경을 줄여 금강경이라고 칭하는데, ‘금강’이라는 단어는 동요 없이 청정한 ‘반야지혜’와 직결된다.
과거의 모든 무명은/ 나에 집착하여 근심했으나/ 過去諸無明 著我故生憂
만일 ‘무아’를 증득하면/ 이를 ‘부동’이라 하리 若證於無我 是名爲不動
이러한 일체의 생각은/ 아지랑이이고 물 속의 그림자니라 如是一切想 如炎水中像
만일 두려움 없는 생각 있으면/ 일체의 생각은 생각이 아니네 若有無畏想 一切想非想
여러가지 가지가지 생각은/ 모두 동요의 생각이라네 如是種種想 皆說爲動想
- 항마품, 불퇴전법륜경(不退轉法輪經) -
- 항마품, 불퇴전법륜경(不退轉法輪經) -
무아를 증득한 동요되지 않는 마음의 상태는 금강에 비유된다.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는, 유위有爲에서 분리된 청정한 무위無爲의 마음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음과 계합한 상태’를 금강보좌의 상징으로 나타내고 있다.
3. 붓다, 이곳에서 무엇을 깨달으셨나?
불교와 다른 종교와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삼매 체험은 물론 여타 종교에도 공통적으로 있다. 붓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전하기 이전, 그러니까 기존의 모든 수행법의 한계를 느끼고 이곳 보리수 아래에 앉기 이전에 이미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체험까지 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번뇌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붓다는 고백한다. 그렇다면, 기존에는 없었던 붓다의 깨다음 체험과 수행 방법은 무엇일까.
수많은 태어남과 그 윤회 속을 헤매었네/ 집을 짓는 자가 누구인지 알려고/ 찾아 헤매이다 헤매이다 찾지 못했네/ 거듭거듭 태어남은 괴로움이라
아 집을 지는 자여!/ 마침내 너를 찾았다/ 너는 이제 다시는 집을 짓지 못하리라/ 모든 서까래는 부서졌고/ 대들보는 산산조각 났다/ 나의 마음은 열반에 이르렀고/ 모든 갈애는 사라졌네.
-석가모니 부처님의 오도송-
-석가모니 부처님의 오도송-
부처님의 생생한 깨달음 체험의 상태를 살펴보자. “통일되어 청정하고 순결하고 때 묻지 않고 오염되지 않고 유연하고 유능하며 확립되고 흔들림이 없는 정념正念”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자, 부처님은 그 마음 상태에서 먼저 자신의 전생을 돌아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수백 수 천 수 만 번의 삶. 끝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삶들을 여실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는 동안 무명은 사라지고 빛이 나타났으나, 그러한 기쁨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계속 정진해 나아갔다. 이것이 첫 번째 지혜이다. 두 번째 지혜을 증득했을 때는, 흔들리지 않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뭇 중생들의 삶을 통찰해 보니, 그들이 천하고 고상하고 아름답고 추하고 행복하고 서러운 다양한 모습으로 윤회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업業의 인과응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 번째 지혜는 고苦-집集-멸滅-도道의 사성제四聖諦를 보게 된 것이다. 일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고’(일체개고一切皆苦)임을 보고, 그것의 원인과 소멸에 이르는 길을 훤히 보게 되니, “내 마음은 관능적인 삶을 동경하는 망상에서 벗어났다.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에서 풀려났으며, 무명에서 비롯된 환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제 윤회는 끝났다. 더 높은 삶이 성취되었다.(중부경전 36)”라고 전한다.
‘12연기’ 고통의 구조를 파헤치다!
위에 인용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오도송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첫 번째 지혜는 초경初更에 일어났으며 이를 숙명통宿命通이라 하고, 두 번째 지혜는 이경二更에 일어났고 천안통天眼通이라 하며, 세 번째는 삼경三更에 일어났고 누진통漏盡通이라고 한다. 또는 첫 번째 지혜와 두 번 째 지혜의 경지를 합해 숙명지宿命智, 세 번 째를 누진지漏盡智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적 대大지혜로 스스로 깨어나는 과정이 새벽 통틀 무렵으로 이어지게 된다. 초저녁에서 한밤중 그리고 새벽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깨달음의 여정이다. 부처님께서 누진지를 체득할 때 ‘12연기’를 보게 된다. 존재의 고통의 연인을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거슬러 내려오는 12연기의 순관과 역관을 하며, 존재의 가장 밑바닥의 무명과 그것을 바탕으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자명하게 보게 된다. 그리고 궁극의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룬다.
이러한 커다란 대 지혜에 이르는 방법은 ‘정념’에서 시작한다. 정념은 팔리어 삿띠Sati에 해당하고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으로 번역되기 한다. 경전에는 “정념正念 속에서 정사유正思惟한다.(알아차림 속에서 사유해 들어간다)”라고 나온다. 더욱더 깊은 통찰지로 들어갈 때 마다, ‘바른 사유’ 즉 정사유正思惟에 포인트를 두어 넘어간다. ‘이것의 원인은 무엇인가’하여, 답이 통찰되면, 다시 ‘또 이것의 원인은 무엇인가’하며 답 그 자체를 다시 대상화하여 지혜를 확대해 간다. 결국, 존재의 구조의 연결 고리들을 보게 된다. “늙고 죽음〔老死〕은 남〔生〕에서 생긴다. 남은 무엇을 인因으로 하는가? 이는 ‘유有의 업業’에서부터 왔다.”
이제 ‘유有의 업業’을 관찰하매 이는 ‘취取’에서 생겼고, 취는 ‘애愛’로써 인을 삼고, 애는 ‘수受’에서 생기고, 수는 ‘촉觸’을 인으로 삼고, 촉은 ‘육입六入’에서 나고, 육입은 ‘명색名色’에서 일어나니, 명색은 ‘식識’에서 말미암고, 식은 ‘행行’에서 나오고, 행은 ‘무명無明’을 바탕으로 하네.
바로 ‘12연기’의 진리이다. 12연기를 넘어선 그곳, 근본 무명을 넘어선 그 곳에 ‘정각正覺’이 있었다. 묘한 이치를 끝까지 보고 ‘커다란 깨달음의 방’으로 들어가셨다라고 전한다. 바로 ‘깨달음과 합일하신 모습’이다.
글ㆍ사진: 강소연(불교문화재학 전공ㆍ중앙승가대학 교수)
<필자 소개> ○ 강소연: 중앙승가대학 불교문화재학 교수. 조계종 국제위원, 한마음선원 학술위원, 불교학연구회 편집위원, 불교미술사학회 편집위원 등. 25년간 불교문화재를 조사 연구한 베테랑 학자. (경력) 홍익대 겸임교수(10년 근속),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BK연구원,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조선일보 전임기자, 대만 국립중앙연구원 역사어언연구소 장학연구원, 교토대학 대학원 연구조교 역임. (수상) 일본 최고 명예학술상 ‘국화상’ 논문상, 불교소장학자 ‘우수논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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