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 나름의 닙바나(Nibbāna)에 대한 지극히 작은 생각임을 전제합니다. 닙바나의 체험 없이 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칫 소경이 길을 안내하겠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 즉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혜의 완성을 도모하는 종교도 아니요, 자비의 실천에 대한 가르침만도 아니요,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종교도 아닙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Nibbāna의 실현”을 궁극으로 하는 “열반의 종교”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 열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그 실현 방법이 펼쳐지고 있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그에 대해 열반이라는 실체를 분석해가며 접근하고자 합니다.

 

저의 지난 졸고 위빠사나 수행기 I, II, III의 연장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왜나하면 “Nibbāna의 실현”이 다음 장이기를 간절히 소망하였고, 앞서 도과의 성취를 이룬 글을 써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고도 성취의 체험은커녕, 헤매고 있을 뿐더러 그림자 좇기에만 급급한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간의 위빠사나(vipassanā) 수행을 통해서 도과 성취와 해탈 열반의 증득에 대한 확실한 길을 보았기에, 우선은 그 길에 대한 안내의 글을 쓰고자 하는 것입니다.

 

불자라면 닙바나가 불자의 궁극의 당위성임을 누구라도 인정하지만, 명상수행, 특히나 위빠사나를 통해가는 구체적인 여정이라거나, 그 테크닉의 지도와 그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들이 너무 귀함에 제가 꼭 체험하고 써보고 싶었던 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술적 논증이나 데이터의 제공이 너무나 빈약함이 이 글의 큰 흠일 것입니다. 오직 일천한 수행의 이력과 염원을 담은 간절한 소망이라 여겨주십시오.

 

붓다 가르침의 궁극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Nibbāna의 실현”입니다. 여기에 따른 로드맵이 8만 4천 가지 교설이었고, 이를 45년 동안 미혹한 우리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전법과 더불어 진수인 닙바나에 이르는 길을 말씀과 더불어 수행의 테크닉으로 세밀히 설파해 주셨습니다.
인류 역사상 성인이라 일컫는 수많은 현자들.의 가르침이나 그들의 신앙과 종교에서도 언급되어지지 않는 닙바나의 교설은 오직 붓다만의 전매특허입니다. 무릇 종교라 일컫는 많은 신앙이 제시한 목표는 현세의 복록과 사후에는 생천(生天)을 목적으로 하고 영생(永生)까지를 내세우는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혹세무민하는 것과는 달리 붓다의 가르침은 그러한 것을 훌쩍 뛰어넘어 감각적 쾌락의 삶과 하늘나라의 복록마저도 그냥 통과해 버리는 지고(至高)의 복록과 행복을 닙바나라는 그릇에 담아 교설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자는 어떻게 닙바나를 이해하고 정의하고 받아들이며, 어떻게 실천하여 해탈과 열반을 성취해야 할까요? 이를 가르치는 이의 견해가 각각이요, 그것을 받아들여 실천해 가는 이도 각각임을 우리는 서글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교설에 대한 이해의 폭에 따라 각각으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하며,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고 가르치는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 탓이라 생각되지는 않는지요?

 

이를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찾아 헤맨 것처럼 이곳저곳 많이도 기웃거려 보았던 한 수행자로서 제가 익히고, 접근하고, 그 실현을 위한 각고의 노력과정을 조심스레 본 글에 담아보려 하오나, 이 또한 제 견해일 뿐으로, 붓다의 교법이나 경전의 내용을 오판 내지는 오해하는 그릇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오로지 저의 잘못이지 가르침의 잘못은 아님을 조심스레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그간에 보았던 각 경전과 말씀에서 닙바나를 향해 나아가신 수많은 성스러운 제자님들, 그 분들이 남기신 주석, 복주석들을 접하며 뚜렷하게 세워진 닙바나의 정의-등대와 같은 길라잡이로 목적지에 안전하고 빨리 도달하는 길을 탐색하는 이 술회가 수행자들에게 일획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글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과연 닙바나란 그리도 어려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성역이며, 금단의 열매이며, 범부들은 언감생심 꿈조차 꾸어서는 안 되는 일인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고 헤쳐 볼까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