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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사람 김성채의 '문화재 탐방' 8

수원사람 김성채 객원기자 | ansanks@hanmail.net | 2018-06-07 (목) 09:10

남북통일 기원도량 와우정사 (1)
 
                                                   수원사람  김성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와우정사(臥牛精舍)를 다녀왔습니다.
“와우정사”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지녔다는 연화산 자락에 지어졌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사(精舍)”라고하면 우리는 불교최초의 사원인 “죽림정사”와 부처님께서 오랫동안 계시면서 많은 법을 설하신 “기원정사”를 떠올립니다.
 
죽림정사는 빔비사라왕이, 기원정사는 기타태자와 수달장자가 세웠는데, ○○사 ․ ○○암 이라 하지 않은 것과 함께 어떤 분의 원력으로 세워졌는지 궁금했습니다. ‘왜 그런 것이 궁금할까?’하실 분이 계실 터인데, 차차 설명 드리겠지만 와우정사는 우리나라 전통 사찰과는 아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의 불상과 탑이 많기 때문입니다.
 
차를 주차시키고 몇 발 띄자마자 큰 불두(佛頭)를 보게 됩니다. 다듬지 않은 막돌로 불단이 조성되었고, 그 위에 부처님의 머리를 모셨는데 높이가 무려 8m나 됩니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서 참배하게 되는 거대한 황금빛 불두상은 와우정사를 나타내는 첫 번째 상징물입니다. 부처님께서 내려다보시는 아래쪽에는 넓은 연못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시방세계에 큰 자비심을 베푸시는 짬짬이 보시도록 팔뚝만한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와우정사 불두. 높이가 8m나 된다.
 
 
연못가에는 많은 부처님이 서 계시고, 높은 곳에는 어미부엉이가 갓 부화된  새끼를 발치께 두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불교용품점에 가면 부엉이를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여러 종류의 소품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와우정사 방문객이 꼭 지나쳐야 할 관문에 이렇게 부엉이 석상을 놓은 까닭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잠자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있는 부엉이처럼 진리를 꿰뚫어보라는 의미일까요? 어둠 속에서도 천지분간을 잘하는 부엉이처럼 지혜의 눈을 뜨고 살아가라는 의미일까요?
부엉이가 맹금류인 것을 생각하면, 눈을 뜨고 잔다는 이유로 수행자들에게 분발해야 할 것을 뜻하는 목어와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와우정사의 부엉이.
 

일주문도 금강문도 없는 와우정사

사찰을 찾았을 때 처음으로 보는 문이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에서 우리는 찾아온 사찰의 소재지와 사찰의 성격 그리고 사찰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이 문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사바세계에 살면서 덕지덕지 들러붙은 번뇌를 털어내고, 불국토로 들어가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리를 찾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우리는 굵은 기둥 옆에 서서 진실한 마음을 담아 합장하는 것이지요.
 
무심한 탓일까요? 주차장에서 보이는 커다란 부처님의 머리에만 놀랍고 신기로움에 빠진 채 접근하다보니, 일주문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을 잊었습니다. 일주문과 천왕문의 유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시나브로 사찰 안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사찰의 풍경에 풍덩 빠진 것이지요.
핑계를 대자면 마음먹고 찾아 왔으면서도 찾아온 것을 깜박 잊게 만들 정도로 와우정사의 풍경은 일반 사찰과는 남다릅니다. 마치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하려는 것보다는 ‘불교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꾸며놓은 공원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솟아나는 사찰입니다. 
 
부엉이 앞에는 어느 사찰에 가더라도 볼 수 있는 기와불사를 받고 있지만,  기와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면 와우정사는 외국인 특히 동남 아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유명한 사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어느 나라의 글자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태국이나 캄보디아 글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들이 기왓장에 쓰는 기원의 내용이 가족의 건강, 사랑 맺음, 사업 번창, 재난 극복, 학업 성취 등인데, 외국인이 기원한 내용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와우정사를 둘러보는 동안 기와에 축원한 숫자보다 많은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관광객과 불자를 보았는데, 가족과 연인 사이는 물론 직장동료들이 같이 온 듯한 모습에서 평온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와불사 기와에 쓰여진 글씨들. 어느 나라 사람이든 기원의 내용은 비슷하지 않을까?
 
 
기와불사를 받는 곳 뒤에는 “세계불교박물관”이 있습니다. 인도·미얀마·스리랑카·중국·태국 등에서 모셔온 불상 3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세계 각국의 불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불교박물관입니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 이교도를 탄압한 사실이 없고, 교리를 들어 종교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종교인 것처럼 세계불교박물관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건립되었습니다. 박물관에는 또 인도·스리랑카·미얀마에서 들여온 석가모니 진신사리와 팔리어대장경과 산스크리스트어 장경 등이 봉안되어 있어서 명실공히 와우정사는 삼보를 봉안한 사찰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뜻밖에 재수 좋은 날도 있는데, 와우정사를 방문한 날이 평일이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개관하고 평일에는 단체 예약만 관람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관람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 관람할 기회가 생기면 전시물을 세세하게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와우정사 세계불교박물관
 
 
남북통일 기원도량 와우정사

세계불교박물관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건립한 것처럼 와우정사는 해월삼장법사가 부처님의 공덕을 빌어 민족화합이 이루기 위해 세운 호국 사찰로 대한불교 열반종의 본산입니다.
 
와우정사 안내문에 “ ~ 온 겨레의 숙원인 남북평화 통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 ”라 쓰여 있어 와우정사는 남북평화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세웠음을 명확히 하였고, 이렇게 크고 간절한 소원을 담아낸 국내 최대의 황동범종 “통일의 종”과 전국 사찰의 큰 스님들과 신도들이 가져온 돌로 한 층 한 층 정성스럽게 쌓은 돌탑 “통일의 탑”이 있습니다.
 

통일의 종

통일의 탑
 
 
원숭이가 주는 교훈

종무소 앞에는 원숭이 석상이 눈과 귀 그리고 입을 가린 채 지나치는 방문객에게 무언(無言)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세 원숭이가 각각 눈, 귀, 입을 가리고 있는 제스쳐는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는 논어(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에서 비롯됐습니다.
 

종무소 앞 원숭이석상
 
 
요즈음은 원숭이가 던져주는 의미를 지켜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왜냐하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외모로 평가되는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 눈을 감고 살아갈 수가 없고,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사실과 비난 그리고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으련다’고 귀를 막을 수도 없으며, 나서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뿐 아니라 시시비비를 명확히 표현하지 아니하거나 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다수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때문에 입을 닫고 있을 수가 없는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그렇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아니하는 바른 길이 중도의 자세이다’라는 가르침이라 생각해 봅니다.
(다음 회에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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