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송(涅槃頌)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인 설악당 무산대종사께서 지난 26일 오후 5시 11분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에서 세연을 다하고 원적에 들었다. 승납 62년, 세수 87세.

 

 

무산대종사는 속명 ∙ 필명이 조오현(曺五鉉), 법호 설악당(雪嶽堂), 법명 무산(霧山)이다. 무산 스님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성준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59년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와 보살계 수지를 수지했다. 1989년 낙산사에 주석하며 정진 중 불조대의를 대오하고 오도송 ‘파도’를 지었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千經 그 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201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조실로 추대되었고, 2015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피선되었으며 대종사(大宗師) 법계를 품수했다.

 

무산 스님은 전법교화 활동에도 많은 힘을 썼다. 1998년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만해대상 시상 등 ‘만해축전’을 시작했고 1999년에는 불교정론지『불교평론』을 창간했다. 2001년 만해 한용운이 창간한 『유심』지를 복간했으며,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개국하고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2003년에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만해마을’을 세웠고,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 오스틴시, 휴스턴시 등 18개 도시와 미국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등에서 설법했다. 2013년에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운영하던 만해마을을 동국대에 무상 증여 했으며, 조계종 흥천사에 ‘삼각선원’을 개원했다.

 

무산 스님은 문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 시인이다. 1966년 『시조문학』을 통해 시조시단에 등단한 스님은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꼽힌다, 2010년 시집 『아득한 성자』가 미국 제인출판사에서 번역 출판됐고, 2010년에는 시집『만악가타집』이 힌디어와 영어판으로 인도에서 출판되었으며, ‘타고르협회’가 타고르와 스님의 시세계를 비교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2년 중학교/고등학교 각종 교과서에 스님의 시 ‘아지랑이’ ‘아득한 성자’ ‘숲’ 등이 수록되었고, 2013년 아랍어판 『아득한 성자』가 번역 출판됐다. 2015년 미국 버클리대학의 초청을 받아 ‘설악무산 그리고 영혼의 울림’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2016년에는 시집 『적멸을 위하여』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하루살이라는 짧은 운명에서 인생무상이 아니라 ‘성자’의 형상을 발견한 스님의 시 『아득한 성자(聖者)』를 되뇌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을 애도한다.

 

아득한 성자(聖者)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