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주지 원명)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의 유일한 그림자극인 『만석승놀이』를 진행했다.

 

 

 

우리 민족 최초의 원초적인 영화로 보이는 그림자극 『만석승(曼碩僧)놀이』는 초파일을 전후하여 절이나 근처 마을에서 행해졌다. 넓고 흰 천을 쳐 놓고 횃불을 비추며 연등, 십장생, 잉어, 용 등의 그림자가 차례로 등장하며 진행되는 민속놀이다. 막의 뒤에서 불빛을 비추면 그 그림자가 막에 확대되어 나타남으로써 극이 진행된다. 따라서 막에 비춰지는 그림자는 아무런 대사가 없으며, 다만 불가에서 전해오는 화청(和請)소리와 사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뿐이다.

 

 막이 오르면 범종 소리에 맞추어 연등행렬이 지나간 후, 십장생(十長生: 해, 달, 물, 바위,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이, 학, 사슴)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가 차례로 사라지게 된다. 이어서 천년을 묵은 용과 잉어가 나타나 여의주를 놓고 서로 차지하고자 다툴 때, 한 스님이 나타나 어항 속의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삶이란 좁고도 무상하다는 뜻을 지닌 '운심게작법' 춤을 춘다. 결국 용, 잉어도 사라지고 스님의 바람춤 속에 깨달음을 얻게 되며 막이 내린다.

 

 

 

 이처럼 『만석승놀이』는 '만석'이라는 스님 형상을 한 나무 인형과 연등, 십장생, 용, 잉어가 등장하는 전래 그림자극으로서 삶의 무상함을 깨달은 한 스님의 춤으로 이루어진다. 이 놀이는 고려시대에는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전해지나 최근에는 1920년대 사월초파일 무렵 개성 근방의 마을과 사찰에서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올 뿐 단절된 문화유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재현되어 전승시키려고 하고 있어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DAUM T!P)

 

이날 행사에서 만석승놀이 보존회 한 대수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빛을 이용한 이 놀이는 글을 모르는 고려 때 글을 모르는 민중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빛은 어둠을 밝힌다. 빛은 거짓들 비춰 진실을 밝힌다”며 “봉은사의 등불이 온누리에 비춰져 우리민족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부처님의 자비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기를” 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