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월암 스님,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 출간

염정우 기자 | bind1206@naver.com | 2018-04-02 (월) 18:04

공문空門에 들어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님들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소참을 모아 엮다.
어느 산승이 차분히 쌓아 올려 나간 수선修禪공덕의 기록!
 
월암 스님이 담앤북스와 함께 출가하여 지금까지,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세월 동안 상좌들과 불자들께 보낸 편지, 엽서, 문자 등을 모아 엮은 에세이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를 내놓았다.
 
 
그동안 간화선의 대가로서, 학술서 위주의 책을 내온 월암 스님의 첫 에세이집이다.
스님은 이 책을 ‘망상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조의 언설과 고덕의 행실이 그 속에 녹아 있기에 눈과 귀에 스치는 인연만으로도 불법의 종자를 심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라고 책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부제인 ‘금구망설’이란 불조의 금구성언金口聖言, 즉 ‘부처님의 말씀을 빌린 망설(妄說)’이라는 스님의 겸손한 표현이다. 부제대로, 이 책의 내용은 부처님의 말씀과 거기에 붙인 스님의 사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엽서처럼 짤막한 글귀 안에 무릎을 치게 하는 단박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사(古事)와 고시 인용, 스님이 직접 지은 한시와 우리말 시가 어우러져,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선수행자만의 담백한 정신을 맛볼 수 있다.

제자가 선사에게 여쭈었다. “수행하여 깨달아 마친 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하기를, “마을로 내려가 소가 되어라.”
또 물었다. “그럼 아직 깨닫지 못한 수행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절집의 소가 되어라.”          -59쪽
 
스님은 자신을 산승이라고 표현하며, 사람관계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깨달음을 때로는 산문처럼 풀어내고, 때로는 시처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선문답처럼 알쏭달쏭하지만 곱씹고 싶어지는 문장도 섞여 있다.
 
먼저, 책의 표제가 왜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인지를 알려주는 1번 꼭지 <모정 단절>(18쪽)에서는 스님 자신의 사연이 드러난다. 자식이 출가한 지 50여 년이 되었는데도 가끔 전화를 걸어와 “한 중생도 제도 못 하면서 무슨 만중생을 제도할 끼고. 한 중생 다 죽고 난 뒤에 제도해라.”라는 어머니. 글에는 여전히 자식을 놓지 못하는 모정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묘한 심경이 담겨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좌절과 절망에도 담담히 일어나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개망초>(28쪽) 그리고 “눈썹에 허공 하나 매달고 그냥 살다 그냥 간다”는 <복수초福壽草>(418쪽)는 각기 한 편의 시다. 이처럼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는 선수행자만의 시각과 깨달음의 정수를 다양한 갈래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도를 깨달은 사람은 그 밝은 마음이 거울과 같다. 대상이 오면 그대로 비추지만 무엇을 바라는 것이 없기에 취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상이 아직 비치지도 않았는데 미리 먼저 마음을 보내지도 않는다. 사물이 거울에 이르면 명백하게 분별하지만 분별을 따라가지 않기에 그 자취를 남기지 않아 옳음, 그름의 시비가 끊어졌다. 이와 같이 마음을 텅 비워서 어떠한 대상이 오더라도 있는 그대로 응하므로 그 대상에 끄달리지 않고, 그 대상은 거울에 생채기 낼 수 없다. 원숭이마다 옛 거울 하나씩 가지고 놀고 있는데 까맣게 잊고 있구나.       -219쪽
 
 
저자_월암晴空 月庵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이며, 전국선원 수좌회 의장 소임을 맡고 있다. 불이선不二禪 운동을 통해 둘 아닌 세상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간화정로』, 『돈오선』, 『친절한 간화선』, 『선원청규』(주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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