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교 오백 년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면 감동적인 불교성전이 될 것이다. 불일암 법정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고려, 신라 때는 왕권의 보호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조선 오백 년은 승려가 백정, 광대 등 천민으로 멸시받으면서 불법을 지켜야 했다.

 

조선불교를 연구한 일본의 불교학자 다까하시 도로우는 말한다. 신라. 고려. 조선을 통하여 가장 위대한 고승 한 분을 꼽는다면 바로 보우 스님이라고 하였다.

 

 

 

연산군은 세조가 공들여 만든 원각사를 기방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종은 동국여지승람에 이름이 나오는 사찰 외에는 모두 철거하도록 명을 내렸다. 성종 때의 불교박해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성리학의 예제를 시행하면서 불교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성종5년 설산, 월심, 계엄, 성명 스님등이 참형으로 죽었다.

 

불법을 홍포했다는 죄목이었다. 세조의 스승이었던 신미대사의 상수제자 학열과 학조도 유생들의 박해를 받았다.

 

성종 때 많은 고승들이 탄핵을 당하고 장형이나 참수를 당하였다. 조선의 유생들은 불교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승려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불교 자체를 뿌리 뽑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였다.

 

불교가 쇠망함이 올해보다 심한적 없어
몰래 흘리는 피눈물 수건을 가득 적시네
구름 속에 산 있지만 어느 곳에 자취를 의탁하리
속세에도 이 한 몸 용납할만한 땅이 없네..

 

무너져 가는 불교를 바라보는 보우 스님의 탄식이다. 그때 중종이 죽고 명종이 12살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다. 문정왕후는 중종의 계비이며 명종의 모후이다. 어린 명종을 대신해서 정권의 실세가 되었다. 불교탄압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그는 불교재건의 원을 세웠다. 먼저 팔도에 명을 내려 덕망 있는 고승을 추천해 올리도록 하였다.

 

함경감사 정만종이 불심이 깊고 시문이 뛰어나고 주역에 통달한 보우 스님을 추천하였다. 문정왕후는 보우 스님을 궁궐로 불러 불법중흥의 방책을 물었다. 조정에서 폐지한 도첩제와 선교 양종을 부활시켜 불교인재를 양성시켜야 한다고 보우는 말했다.

 

1550년 12월 15일 연산군 때 폐지되었던 선종과 교종이 48년 만에 다시 부활하였다. 문정왕후는 판선종사 도대선사 봉은사 주지로 보우 스님을 임명하여 불교중흥의 중책을 맡겼다.

 

판교종사 도대사 봉선사 주지에는 수진스님이 임명되었다. 이들은 승려의 신분으로 관직을 하사받은 것이었다. 이는 핍박받던 불교가 다시 제도권 내로 편입된 것을 의미한다.

 

보우 스님은 봉은사 앞 너른 마당을 승려들의 과거시험을 보는 승과평으로 만들었다. 봉은사 선종 승과에 1기생으로 뽑힌 이가 서산, 사명이다. 5번의 승과를 통해 150명의 승려를 선발했으며 5000명의 승려들에게 도첩을 발급하였다.

 

문정왕후와 보우 스님의 원력으로 불 꺼진 조선불교의 법등은 다시 힘차게 타오르게 되었다. 강남 코엑스가 승려들이 과거 시험 보던 승과평이 있던 자리이다.

 

명종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아들은 순희 세자뿐이었는데 요절하였다. 왕실은 존폐위기에 몰렸다. 문정왕후는 태조 이성계 때부터 내려온 왕실사찰 회암사를 주목하였다. 쇠락해진 회암사를 중수하면서 명종의 다산을 기원하였다. 400점의 불화를 조성하여 회암사에 모시게 하였다.

 

 

 

그해 3월 회암사 중건을 기념하고 왕실의 공덕을 위하여 무차대회를 준비하였다. 문정왕후는 목욕재계하고 소식하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나 법회를 하루 앞두고 문정왕후가 죽었다.

 

보우를 죽여야 한다는 유생들의 빗발치는 상소가 쏟아졌다.
율곡 이이도 요승 보우의 살을 찢어 죽여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마침내  보우 스님의 제주도 유배가 결정되었다.

 

그때 제주 목사는 변협이었다. 과천현감으로 있을 때 조정에 끈이 있는 봉은사 주지 보우를 찾아가 인사청탁을 하였다. 보우가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마음속에 앙심을 품었다. 제주목사로 있을 때 마침 보우 스님이 유배를 온 것이다.

 

죄인으로 온 보우 스님을 연북정 마당에 꿇어앉히고 심하게 모욕하였다. 불량배들을 시켜 구타하고 몽둥이찜질을 하였다.

 

제주에 도착하여 7일간 온갖 수모와 폭행을 당하다가 몽둥이찜질로 숨을 거두었다. 스님은 눈을 감은 채 가부좌하고 시 한수를 남겼다.

 

허깨비가 허깨비 마을에 들어
오십여 년을 미친 듯 놀았네
인간의 영욕이 무슨 상관이랴
중의 탈을 벗고 푸른 하늘에 오른다

 

그때 보우 스님의 나이 56세였다.

 

사진1번 봉은사에 모셔진 보우대사 진영이다.

 

사진 2번 제주 연북정이다. 제주목사 변협은 보우 대사를 연북정에 끓어 앉히고 온갖 모욕을 주었다. 불량배들을 동원해 몽둥이찜질을 하고 손바닥에 구멍을 뚫어 철사줄로 끌고 다니는 만행을 저질렀다. 제주 조천에 있는 연북정은 조선불교의 수호신 보우 대사가 피 흘리며 죽어간 순교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