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하면서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것이 ‘아쇼카왕 석주’라는 것이다. 탄생의 장소 룸비니, 정각의 장소 보드가야, 초전법륜의 장소 사르나트, 마지막 안거의 장소 바이샬리 대림정사, 산치 대탑 등등. 아쇼카왕의 석주는 가는 곳곳마다 부처님 성지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물론 기원전 3세기경 세워진 이들 돌기둥이 현재까지 멀쩡할 수는 없겠다. 대부분 부러지고 넘어지고 해서 기둥의 아래 부분 또는 머리 부분만 남아 있다. 하지만, 기적처럼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바이샬리 대림정사와 라우리야 난단가르의 석주가 대표적이다.(도판01: 아쇼카왕 석주, c.279 BCE – 232 BCE. 부처님 마지막 설법지인 바이샬리 대림정사 소재, 사진 필자)(도판02: 아쇼카왕 석주, 회백색 사암, 높이 21미터, 마우리야왕조, c.246 BCE, 라우리야 난단가르, 비하르 소재, 사진출처:ⓒslideshare.net(indianart-5-728_1)

 

 

 

  창공에 높이 솟은 ‘법륜法輪’의 표상
  현재 확인되는 아쇼카왕 석주는 14개이다. 회백색 사암으로 직경 약 1미터 되는 둥근 기둥의 몸체가 하늘을 향해 올곧게 세워졌다. 석주들의 높이는 평균 15미터인데, 가장 긴 것은 21미터에 달하기도 한다. 높은 산이 없고 지평선의 평지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인도의 환경적 특성을 생각하면, 이들 석주는 아주 멀리서도 보이는 유일한 랜드 마크(이정표)였을 것이다. 석주의 머리 부분은 아름답게 조각을 했는데, 탐스러운 연꽃 대좌 위에 동물 조각상이 서 있는 모습이다.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신성시되는 동물인 황소, 코끼리, 사자, 말 등으로 장식되는데, 그 중에서도 사자상이 많다. 특히 네 마리 사자가 등을 맞대고 사방을 향해 서서 포효하며 굽어보는 모습의 <사르나트 아쇼카왕 석주>는 조형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손꼽힌다.(도판03) 사자가 딛고 서있는 받침을 보면 둥근 원판에 네 개의 법륜이 조각되었고 그 사이사이에 황소 또는 말 등의 동물을 새겨 넣었다.(도판03_1, 03_3)

 

 

  현재 이 사자상 기둥머리 조각은 사르나트 성지 한 켠에 건립된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도판03_2) 박물관 안으로 옮겨져 전시되어 있는 사자상 석주의 설명을 보니, 본래 네 마리의 사자상 위에 커다란 법륜이 올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도상이 이 ‘법륜’임을 알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첫 설법지 ‘초전법륜初轉法輪’의 장소인 사르나트에 세워진 석주인 만큼, 물론 그 조형적 의미는 자명하겠다. 하지만 이곳 이외에도 이러한 법륜을 떠받히고 있는 사자상의 모습은 여타 석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도판03_2

 

 

 

산치대탑 앞에 세워졌던 석주의 기둥 머리에서도 사르나트 사자상의 원형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다.(도판04: 산치대탑 소재 아쇼카왕 석주의 기둥머리 부분) 또 산치대탑의 부조에 표현된 아쇼카왕 석주의 묘사에서도 ‘법륜을 떠받히고 있는 사자상’의 기둥을 발견할 수 있다.(도판05: 아쇼카왕 석주 부조, 산치대탑 제3탑 남문 패널, 도판06: 산치대탑 동문 세부 기둥 속의 아쇼카 석주의 모습. 도판06사진 이선형 제공) 그러니 ‘법륜의 사자상’은 최초의 불교의 상징이자 전법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또 사자상 없이 기둥머리에 법륜만 크게 강조되어 묘사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법륜은 ‘Ashoka’s Wheel(아쇼카 법륜)’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같은 사자상 법륜의 도상은 인도의 국장이자 화폐의 기본 모티프로 쓰여 지고 있다. 또 법륜은 인도 국기의 상징으로도 유명하다.(도판07: 동전 속 법륜 사자상 모티프, 도판8: 인도 국기의 부분, 국기의 한 가운데에 묘사된 법륜) 인도 뿐만 아니라 태국, 스리랑카도 이 법륜을 국기의 상징으로 쓰고 있다.

 

 

 

  법륜의 상징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아쇼카왕의 통치 체재와 관련된 정치적 성향이다. 둘째는, 본질적인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법륜이다.(도판9, 10: 종교적 체험으로서의 법륜의 모습) 법륜이 의미하는 바는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의 유적을 소개할 때 다시 다루기로 한다.  

 

 

 

 

 

  아쇼카왕의 할아버지는 찬드라 굽타였다. 그는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을 막은 장본인이다. 종횡무진 승승장구하던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는 인더스강에서 찬드라 굽타를 만나 처음으로 좌초된다. 마우리야 왕조의 시조 찬드라 굽타의 인도 통일의 대 위업은 손자 아쇼카 왕 때에 이르러 완성되게 된다. 그런데 (찬드라 굽타 – 빈두사라왕 – 아쇼카왕의 3대에 걸쳐 이루어진) 인도 통일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전쟁이 그 유명한 칼링가 전쟁이다. 칼링가는 강력한 군대를 가진 독립 왕국으로 좀처럼 승복하지 않았는데, 최종적으로 칼링가 왕국을 파괴하여 제국의 통일을 완성한 사람이 바로 아쇼카 왕이다. “칼링가 전쟁은 아쇼카 왕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전쟁의 승리는 오히려 그에게 깊은 슬픔과 회환을 남겼으며, 이는 훗날 그가 무력의 정복을 버리고 다르마(법法)의 정복으로 전환하는 이정표가 된다.”(각주1: 이거룡 저 『전륜성왕 아쇼까』 도피안사, 2009, p.29)
  「칼링가 사람들의 처참한 살육과 비참한 이주를 보고 아쇼카 왕은 몹시 괴로워하고 비통해 했다. 아쇼카 왕의 다르마의 준수, 다르마의 사랑, 다르마의 전파는 더욱 열렬해졌는데, 이는 칼링가 정복에 대한 후회 때문이다」라고 <아쇼카왕 암벽비문 칙령>에는 전한다. 사실 이같은 내용은 아쇼카왕이 직접 쓴 통탄의 고백이라 할 수 있겠다.(도판11: 아쇼카왕 ‘법의 칙령’ 비문 분포도와 아쇼카왕 영토:■주요 암벽 비문 칙령 ▲석주 비문 칙령 □작은 암벽 비문 칙령)(도판12:주요 석주 모양과 지역 표기, 라우리아 난다가르·람푸르바·바이샬리·사르나트·산치·산키사 등)

 

 

 

 

  아쇼카 왕은 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으로, 무력이 아니라 자비로 통치하겠다는 것을 영토 각지의 암벽 또는 석주에 새겨서 천하에 그 이념을 천명하게 된다. 이를 ‘암벽 칙령’ 또는 ‘석주 칙령’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아쇼카왕 석주>라는 것은 석주 기둥 표면에 그 이념을 새긴 것으로 ‘석주 칙령’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쇼카왕의 이러한 다르마에 귀의하게 된 계기는 원효대사의 불법 전향에의 계기를 연상케 한다. 백제군과 신라군의 싸움에서 신라군 화랑이었던 원효는, 자신의 군대가 이겼을 때는 승전의 기쁨에 젖어 환호한다. 하지만 다음 전투 때 패배를 겪으며 절친한 친구를 전쟁 중에 잃게 된다. 친구를 잃었을 때 드디어 지난 번 전투 때 무자비하게 죽인 상대편 군사들이, 상대편 청년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무자비한 살인마저 불사했던 정복 욕망에 환멸을 느낀 원효는 활과 칼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출가를 하게 된다.(다음 호에 계속)    

 
글ㆍ사진: 강소연(중앙승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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