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
mediabuddha@hanmail.net 2018-03-12 (월) 15:00"연기의 진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함경부터 공부해야 한다"
3. 불교의 원초적인 모습
아함에는 불교의 원초적인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거기에 나타나는 부처님은 모든 염오(染汚)의 차별상을 초월하여 광대무변한 법계에 충만해 있는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부처도 아니고, 모든 괴로움을 여의어 청정무구한 정토에 안주하여 중생들의 귀의를 받고 있는 부처도 아니다.
오만하기 이를 데 없고, 사악하기 헤아릴 길 없는 중생들 속에서 처참할 정도로 고생하면서 진리를 위해 싸우는 지혜와 사랑의 인간으로 나타나 있다. 아함을 읽는 이는 누구나 부처님이라기보다는 인간 싯달타의 너무나도 청순한 인간미에 우선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느낌은 다른 경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불교의 근본 사상과 입장이 무엇인가는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이 무엇보다도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는 아함이 아니고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아함에서는 불교 흥기 당시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이 불교에 도전해 오고, 그런 도전에 대해서 부처님은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인생의 의의인가를 밝히고 계신다. 따라서 불교의 근본 사상과 입장이 다른 철학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는 것이다.
정통 바라문의 사상을 전변설이라 하고 새로운 사문들의 사상을 적취설이라고 한다면, 불교 철학은 연기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 세계를 각자의 무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부처님은 전변설의 아트만을 부정하고 적위설의 단견을 부정하여 그러한 두 끝을 지양한 중도적 ‘무아’를 종교적 실천의 원리로 제시한 것이다.
연기만 알면 불교 철학은 다 알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라는 것은 그렇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아함에는 육근 · 십이처 · 육육법 · 오온 · 사제 · 십이연기와 같은 법들이 잡다하게 산설되어 있다. 범부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성인이 깨달은 것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짜임새로 시설된 것들이다. 연기의 진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아함에서부터 읽어가고 그 미묘한 뜻을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아함에 그러진 부처님 제자들의 청순한 구도의 정열과 생명을 아끼지 않는 홍법의 정신도 우리들을 무한한 감동에 젖게 할 것이다. 증일아함 권13에 천안 제일로 알려진 아나율은 좌선하다가 깜박 졸다가 부처님의 주의를 받고 결코 눈을 감지 않아 마침내 시력을 잃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처절할 정도로 뜨거운 구도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잡아함 권13에 나오는 부루나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서방 포교에 힘쓰다가 그곳에서 목숨을 마쳤다 한다. 아함을 통해 이러한 부처님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의 뜨거운 구도열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반성하여 불자로서의 사명에 다시금 불타게 할 것이다. (계속)
고익진 전 불교의 쳬계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