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지는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가 의문을 가졌었다. 급기야 부처님의 탄생은, 샤카족(석가족)이 ’태양의 후예‘라는 뜻이기에, 원시 태양숭배 신앙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학설들을 무색케 하는 역사적 발견이 있었다. 바로 석가모니 붓다의 탄생지가 명시된 ‘아소카왕 석주石柱’의 발견이다! 1896년, 네팔의 카드가 샴쉬르(Khadga Shamsher) 장군과 독일의 고고학자 알로이스 퓨러(Alois Führer) 박사가 함께 이 석주를 찾아냈다.(도판01_1) 그 전까지 룸비니 동산은 나무와 잡초가 무성한 채로 잊혀져 있었다. 석주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이 브라흐마 문자로 새겨져 있다.(도판01_3, 01_4)

 

 

 

 

 

  ‘피야다시(Piyadasi)’는 ‘모든 것을 자애심으로 대하는 자’라는 뜻으로 ‘친애희견왕’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는 아소카 왕(BC304-232)을 일컫는 명칭이다. 아소카 왕이 기원전 249년에 석가모니 붓다의 탄생지인 이곳에 몸소 행차하여 참배하고, 또 룸비니 마을 전체에 특혜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각주1: 명문의 해독에 대해서는, 『불타의 세계』(나까무라 하지메 p.182), 『샤카무니 붓다』(마성 대숲바람 2010 p.76) 『The Life of Buddha as Legend and History』(Thomas E.J. Munshiram Manoharlal Publishers, 1992, p.18) 참조.〕 당시는 생산물의 6분의 1을 나라에 바치는 것이 법이었으나, 탄생지인 이곳 룸비니는 8분의 1로 줄여 주었다. 탄생지 기념 석주는 벼락을 맞아서 균열이 생겼고, 기둥머리는 부러져 없는 상태로 현재 높이는 7.2미터이다. 무려 2천 2백 여 년의 세월을 견딘 이 위대한 석주는 마야부인 사원 서쪽 면에서 만날 수 있다.(도판01_1) 기둥머리에는 마상馬像이 있었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마상의 연꽃 받침 일부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도판01_3) 석주롤 보호하는 난간 앞에는, 위와 같은 명문의 내용을 소개해 놓은, 해설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도판01_2)

 

 

 

 

 

  <아소카왕 탄생지 석주>와 <푸스카르니 연못> 
  마야부인 사원의 북쪽 앞쪽으로는 커다란 사각형 연못이 정비되어 있다.(도판02) 이 연못은 푸스카르니(Puskarni) 연못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연꽃이 피어있는 호수’란 뜻이다. 이 연못은 마야부인이 출산 전에 목욕을 한 곳이자, 출산 후 아기 붓다를 목욕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이 연못을 '성스러운 연못(The Sacred Pond)‘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역 불전에서는 이를 ’구룡못‘이라고 부른다. 연못 옆에는 수 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보리수가 서있다.(도판02_1) 이 보리수는 지층 속 연못물을 풍족히 빨아들여 아름드리 잎사귀를 자랑한다. 보리수에는 티베트·태국·스리랑카·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이 걸어놓은 깃발들이 만국기처럼 줄지어 걸려 있다.(도판02_2) 다양한 국적의 스님들이 이곳에 직접 와서 현지에서 수행 정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도판02_1) 연못물 표면은 매우 잔잔해서 주변의 사원과 보리수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아기 붓다를 씻겼던 그 연못물! 그윽하고도 신비스런 연못물에 손을 담 그어 본다. 그런데 차갑지 않다. 부드러운 미온수가 손등을 어루만진다. 바로 아기 붓다의 몸에 닿았던 그 감촉의 물이다. 

 

 

 

  이곳 룸비니 동산을 다녀간 두 명의 중국 승려가 있다. 동진 시대의 법현과 당 시대의 현장이다. 403년에 이곳에 순례를 온 법현(337년-422년 경)은 그의 인도 여행기 『불국기佛國記』(또는 『고승법현전』, 『법현전』이라고도 함)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